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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성공적인 등원 적응기
조성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8.10.05 01:14

[정신의학신문 : 조성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아이 원에 보내기 – 예상된 고민과 예상 못한 고민

최근 육아에 있어서 저희 부부의 가장 큰 관심사는 ‘아이 원에 보내기’였습니다. 어떤 부모는 태어나기도 전부터 어디어디를 보낼 준비를 한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막상 아이를 키우다 보니 하루하루를 무사히 넘기는 일에 감사했기에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아이가 두 돌에 가까워지면서 육아에 대한 숨통이 좀 트이면서 고민이 시작되었던 것 같습니다. 슬슬 어디든 보낼까 하다가도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면, 한순간에 이전의 고민들이 뒤집히는 일이 무한 반복되었습니다. 결국 어디든 보내보자는 마음이 판정승을 거두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문제는 그다음에 일어났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분리불안장애’에 대해서 낯설지 않지만, 부모의 마음이 이리도 시시각각 변화할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입니다. 
 

사진_픽사베이


♦ “엄마는 죄책감이 든다.” – 엄마의 고민 (1)

母: 20개월 남짓 아이와 시간을 보내면서 육아 스트레스로 인한 몸과 마음의 피로를 느낀다. 내 아이만의 성장 그래프에 따라 좀 징징대거나 아픈 힘든 때를 보내고 있으면 ‘원에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조금씩 크면서 아이가 집에서 심심하고 지루해하는 것 같고 어려서의 뇌 성장이 중요하다고 자꾸만 뭔가를 가르쳐야 할 것 같고 다양한 자극을 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어디든 보내고자 하는 마음이 든다. 하지만 막상 등원을 시키고 나니, 어린 시기에 아이를 보낸 것은 마치 완모를 하지 못한 것과 같이 결국은 엄마가 할 수 있었던 부분인데 내가 중간에 포기를 한 것이라는 결론에 닿아 마음이 힘들다. 

 

♦ “더 이상은 주인공이 아닌 아이. 엄마는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 엄마의 고민 (2)

母: 큰 마음을 먹고 막상 보내고 나니, 아이는 ‘엄마~ 오늘은 유치원 안 갈래. 엄마랑 놀이터 갈래. 집에서 엄마랑 놀래.’ 이야기하며 엄마와 떨어지는 것을 보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 그럴 때면 마냥 내 품 안에 있어야 하는 어린 아기였던 것처럼 느껴진다. 우리 집이라는 세상의 주인공이었던 아이가 단체생활을 하며 함께하고 나누고 미처 눈길을 못 받을 때가 생긴다는 것이 안쓰럽다. 신경 써온 식단도 바뀌는 게 마음에 걸리고, 원에서 생활이 궁금해도 전혀 볼 수가 없고 궁금하다. 직장에 복귀하는 워킹맘들도 너무 힘들 것 같고, 어느 정도 육아가 가능한 나의 경우에는 등원을 미루었어야 하나 계속 생각이 든다. 

 

♦ 부모의 등원 적응기

어느 정도의 분리불안은 아동에서 흔히 보이는 정상 발달에 속합니다. 많은 아동들이 처음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놀이방 혹은 학교 첫 등원 시 불안감을 호소하며 어머니와 떨어지지 않으려는 행동을 일시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아이들만 힘들어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으로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아이의 성공적인 등원을 위한 부모의 적응기를 정리해보았습니다. 

가장 먼저, 아이를 원에 보내는 가장 간단하고 중요한 목적부터 설정하세요. 여러 가지 이유들을 나열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후에 중요하지 않은 목적들과 중요한 목적들이 구별되지 않은 채 저희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중요한 목적을 설정하고 나면 복잡한 생각들을 단순하게 정리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원에 다니는 장점에는 사회성도 기르고 단체생활도 해보고 규칙도 몸에 익히고 원에 보내는 다양한 장점이 있겠으나, 개인적으로 저희의 목적은 ‘집에서 줄 수 없는 다양하고 건강한 자극을 준다.’였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다음으로는 보내기 전에 원에 직접 방문해서 필요한 정보들을 보고 듣고 얻어오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원에 보내는 간단하고 중요한 목적을 설정하였으면, 그 목적을 잘 이룰 수 있는 곳인지 요소요소들을 확인하고 올 필요가 있습니다. 직접 보고 살피는 것만큼 신뢰를 쌓는 데 도움이 되는 것도 없습니다. 우리 아이를 담당해주실 선생님도 만나보고 대화도 해보고 아이가 지낼 공간을 직접 살피고 온다면 막연한 걱정들을 덜어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 원과 관련된 소식들에 ‘온화한’ 관심을 기울이세요. 막상 아이를 원에 보내고 나면 관련된 평소에 들리지도 않던 많은 소식들이 갑자기 들이닥칩니다. 그 내용들에 귀를 닫고 있을 필요는 없지만, 하나하나에 귀 기울이고 반응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치기 쉽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아이를 믿고 스스로를 믿으세요. 아이와 지낸 시간, 같이 울고 웃으며 지내온 시간을 믿으세요. 그 과정 속에서 부모와의 애착이 형성되어 왔습니다. 아이를 등원시키고 올 때 아이가 불안해하더라도 그 일은 대부분의 경우 일시적이고 정상 과정이기 쉽습니다. 그때 마음이 너무 힘들다면, 정말로 아이가 불안해하는 것인지 혹시 ‘부모의 불안’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도 있습니다.

물론 어머니와 아이 사이에 불안정한 애착, 부모의 과보호적인 양육태도, 잦은 부부싸움, 이사, 전학 등 성공적인 등원과 적응에 대한 방해요인들은 다양하게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지나치게 아이가 힘들어하는 기간이 지속되거나 혹은 부모의 걱정이 괴로울 정도로 상당기간 지속된다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부모와 아이 모두 불안장애를 비롯한 여러 가능성에 대해 평가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오늘도 아이들이 행복하게 등원하고 등교하고, 부모님들도 성공적으로 적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조성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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