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ㅣ 황인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일러스트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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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하는 환경에서 감정은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직장에서는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하고 갈등을 조율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때로는 스트레스와 불만이 쌓이게 되기 때문이지요. 이번 시간에는 감정적인 순간을 잘 다스리고 성과를 관리할 수 있는 인지적 재평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이스라엘의 심리학자 애란 해펄린(Eran Halperin) 교수는 이러한 갈등 상황에서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인지적 재평가’를 제안했습니다. 갈등 상황에서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사회적, 직업적 관계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연구한 해펄린 교수는 갈등 상황을 다르게 바라보도록 돕는 인지적 재평가의 힘에 대해 강조했지요.

 해펄린 교수는 특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갈등 상황을 연구 대상으로 삼아 인지적 재평가가 어떻게 실질적인 감정 조절로 이어질 수 있는지 실험했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갈등 당사자들이 서로의 행동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의미를 재해석할 때 감정적 적대감이 줄어들었으며, 평화적 해결에 대한 태도 또한 긍정적으로 변화했습니다.

 그는 인지적 재평가가 일회성이 아니라 습관적으로 적용될 때 장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강조했는데요, 서로를 적대적이거나 부정적인 존재로만 바라보지 않고, 복잡한 상황 속에서 이해할 수 있는 관점을 형성하게 되면, 이는 평화적 공존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는 심리적 기틀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동료 간 갈등 상황에서의 재해석

 직장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효과적으로 다루고, 협력적인 업무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갈등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더 유연하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높아집니다. 이는 업무 성과와도 연결되므로, 감정 조절은 직장인에게 중요한 역량 중 하나라 할 수 있지요.

 만약 여러분이 협업이나 공동 프로젝트 진행 중 동료가 의견을 거세게 주장해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상대의 입장에서 상황을 재해석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함께하는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동료가 자신의 의견을 성실하게 설명하고 있다.”고 재평가 할 수 있다면, 감정적 갈등을 줄이고 더 협력적인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겠지요. 부정적으로 느낄 수 있는 상황에서도 즉각적으로 떠오른 인지를 살펴보고 다시 평가하는 것은 타인의 기여를 인정하고 팀의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비판적 피드백에 대한 새로운 관점

 타인으로부터 비판적인 피드백을 받을 때 감정적으로 상처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졌거나 세대의 차이가 큰 사람들은 피드백에 대한 해석으로 갈등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러한 상황에서 인지적 재평가는 상대방의 행동이 문화나 가치관의 차이로부터 발생할 수 있음을 이해하도록 합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는 지나치게 솔직한 의사소통이 공격적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이를 “우리 조직에서는 솔직함을 중요하게 여긴다”라고 재해석하면 불필요한 오해와 감정을 줄일 수 있습니다. "동료가 나를 성장시키고 돕기 위해 피드백을 준 것이다"라고 재평가하여 해석하면 불필요한 감정을 줄일 수 있겠지요.

 일례로,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한 국내 IT 기업이 ‘충돌’을 중요한 조직 가치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비판적 피드백에 대해 긍정적인 인지적 재평가를 통해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안전한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피드백에 대해 감정적으로 상처받는 대신, 이를 동기 부여로 삼아 더 나은 성과를 내기 위한 동력으로 삼는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지적 재평가가 대인관계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

 인지적 재평가는 감정 조절을 넘어 대인 관계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데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감정적으로 격한 반응을 줄임으로써 타인과의 관계가 원활해지고 서로를 더 잘 도울 수 있으며,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지요.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사람들은 더 나은 의사소통을 하고,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집니다.

 또한, 인지적 재평가는 생산성과 성과에도 도움이 됩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는 분위기는 직원들이 감정적으로 지지 받고 있음을 느끼게 하며, 이를 통해 더 좋은 방식으로 소통하는 대인관계 속에 함께 성장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인지적 재평가를 일상에서 잘 해나갈 수 있을까요? 몇가지 인지적 재평가 훈련법을 공유해봅니다.

첫째,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세요.
 특정 상황이 감정을 자극할 때, 일단 그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해보세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지?” “어떤 부분에서 감정이 생겼을까?”라는 질문을 통해 상황을 차분하게 분석해보면 감정적 반응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둘째,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기

 상대방의 시각에서 상황을 바라보는 연습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동료가 무례하게 행동했다고 느꼈다면 “그 동료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을까?” “왜 이런 반응을 보였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보세요. 이렇게 하면 상대방의 상황을 이해하고 나의 감정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셋째, 나에게 도움이 되는 해석을 ‘선택’하기
 사건을 부정적으로 해석하기보다는 나에게 도움이 되는 긍정적이거나 중립적인 해석을 선택해보세요. 예를 들어 프로젝트에서 실수를 저질렀다면, “나는 무능해”라는 해석보다는 “이번 실수를 통해 개선할 기회를 얻었다”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넷째, 감정을 명확하게 이름 붙이기

 현재 느끼는 감정을 구체적으로 명명해보는 것도 유용합니다. “지금 나는 불안하다” “약간의 두려움을 느낀다”처럼 감정을 명확히 인지하고 표현하면, 그 감정을 다루기가 더 쉬워집니다. 감정을 정확하게 정의하는 것만으로도 감정의 강도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다섯번째, 자주 연습하고 일상에 적용하기

 인지적 재평가는 습관이 되어야 효과적이므로 자주 연습해야 합니다. 매일 저녁 오늘 겪은 일 중 힘들었던 상황을 떠올리며, 어떻게 재해석할 수 있을지 기록해보세요. 일상에서 사소한 사건에도 이 방법을 적용하다 보면 점차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동적으로 인지적 재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감정을 통제하는 것은 직장에서 더욱 중요한 역량입니다. 특히 갈등이 발생하기 쉬운 오늘 날의 빠르고 복잡한 상황에서 인지적 재평가는 긍정적 감정 조절의 도구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다시 평가해보고 싶은 인지에는 어떤 것들이 있으신가요? 일상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갈등 상황에서 인지적 재평가를 실천해 본다면, 감정을 다스리고 갈등을 조절하는 열쇠가 될 것입니다.

 

여의도힐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ㅣ 황인환 원장

황인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여의도힐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저서 <마음은 괜찮냐고 시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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