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ㅣ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아스퍼거 장애는 더 이상 독립적인 진단명으로 사용되지 않고,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한 유형으로 분류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분이 아스퍼거라는 이름을 통해 이 특성을 이해하고 있기에, 오늘은 그 이름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아스퍼거 장애를 가진 분들은 종종 사회적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에서 어려움을 겪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눈을 잘 마주치지 못하거나, 상대방의 비언어적 신호를 이해하는 데 서툰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대화 시 자신의 관심사에 대해 길게 이야기하는 것을 선호하거나, 상대방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데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특성은 ‘부족함’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세상을 인지하고 소통하는 방식이 다를 뿐입니다.
아스퍼거 장애를 가진 분들은 특정 분야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그 분야에 대해 놀라운 집중력과 지식을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주제에 대한 방대한 정보를 기억하거나, 복잡한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강점은 학습, 연구, 그리고 전문 분야에서 큰 성공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사회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오해를 받거나 고립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비단 아스퍼거 장애를 가진 분들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사회생활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독특한 소통 방식과 행동을 이해하려는 노력입니다. 예를 들어, 직접적이고 명확한 의사소통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에, 돌려 말하기보다는 솔직하고 간결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아스퍼거 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부모님들께는 특히 이 부분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아이의 특성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강점을 발견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회성 기술 훈련, 인지 행동 치료, 그리고 필요에 따라서는 약물 치료가 도움될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수용적인 태도와 긍정적인 지지입니다. 아이가 세상과 소통하는 자신만의 방식을 찾을 수 있도록 옆에서 응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성인기에 진단받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과거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아스퍼거 장애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성인 진단은 자신이 겪어왔던 어려움의 원인을 이해하고, 자신을 더 잘 받아들이며, 앞으로의 삶을 계획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직장이나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면,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아스퍼거 장애는 세상을 경험하고 소통하는 또 하나의 방식입니다.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될 때, 장애를 지닌 사람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서대문봄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ㅣ 이호선 원장
한양대병원 외래교수, 한양대구리병원 임상강사
(전)성안드레아병원 진료과장, 구리시 치매안심센터 자문의, 저서 <가족의 심리학> 출간
- 애독자 응원 한 마디
-
"매번 감사합니다. 정말 공감되는 글입니다. "
"너무 좋은 글이라는 걸 느끼고 담아갑니다. "
"이런 글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