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ㅣ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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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중독을 질병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게임 중독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질병으로 공식 분류하고 있습니다. 2019년 WHO는 국제질병분류(ICD) 11차 개정안에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를 포함시켰고, 이 분류는 2022년부터 효력이 발생했습니다. 우리나라도 2026년에 한국질병분류(KCD)에 이를 반영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게임이용장애’란 단순히 게임을 많이 하는 것을 넘어, 게임 때문에 일상생활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WHO에서는 크게 세 가지 핵심 진단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첫째, 게임을 시작하면 스스로 멈추기 어렵고, 게임 시간이나 빈도, 강도를 본인의 의지대로 조절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게임 시간을 줄이려 해도 번번이 실패하고, 오히려 점점 더 많은 시간을 게임에 할애하게 됩니다.

 둘째, 학업, 직업, 가족 관계, 친구와의 만남, 취미 활동 등 다른 모든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하게 됩니다. 잠을 줄여가며 게임을 하거나, 식사를 거르면서 게임에 몰두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마지막으로, 게임 때문에 학업 성적이 떨어지거나, 직장에서 문제가 생기거나, 가족이나 친구와의 관계가 악화되는 등 분명한 부정적인 결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멈추지 못하고 오히려 더 심화되는 양상을 보입니다.

 이러한 패턴이 최소 12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그 증상이 매우 심각하여 즉각적인 의료적 개입이 필요한 경우에 게임이용장애로 진단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게임 중독이 발생하는 원인은 매우 복합적입니다. 개인의 심리적 취약성도 중요한 요인입니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에 취약하거나, 우울감, 불안감, 또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와 같은 기저 질환이 있는 경우 게임에 과도하게 몰입할 위험이 더 높을 수 있습니다. 게임 속에서는 현실에서의 어려움을 잠시 잊거나, 성취감을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일부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도피처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가정 내 갈등, 부모와의 소통 부족, 지나친 학업 스트레스 등 외부 환경적인 요인도 게임 중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고립된 청소년들이 온라인 게임을 통해 소속감을 느끼면서 과몰입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과도한 게임 사용이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들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게임 중독이 뇌의 보상 시스템과 관련 있는 부위의 구조적·기능적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또한, 의사결정 능력, 충동 조절, 감정 조절 등 전두엽 기능과 관련된 영역의 변화가 관찰되기도 합니다. 이는 게임이용장애가 단순히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뇌 기능에 실제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질병임을 시사하는 중요한 정보입니다.

게임 중독은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까요?

 아직 명확히 확립된 단일 치료법은 없지만, 다른 행위 중독이나 물질 중독 치료에 사용되는 다양한 접근 방식들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방법 중 하나는 인지행동치료입니다. 이는 게임에 대한 비합리적인 생각과 행동 패턴을 파악하고, 이를 건강한 방식으로 변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가족 상담이나 집단 치료를 통해 지지 체계를 강화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또, 우울증이나 불안장애와 같이 게임이용장애와 흔하게 동반되는 다른 정신 건강 문제가 있다면 이를 함께 치료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약물 치료는 단독으로 사용되기보다는 다른 치료법과 병행하여 불안이나 우울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게임 중독을 겪는 본인이 치료 의지가 있어야 하고, 가족들의 관심과 이해, 지지가 필요합니다. 게임 외에 현실에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다른 활동을 찾는 것도 좋습니다. 규칙적인 운동, 새로운 취미 활동, 친구나 가족과의 대화 등 긍정적인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노력이 뒷받침된다면 큰 도움이 됩니다.

 모든 게임 사용자가 게임이용장애를 겪는 것은 아니지만, 게임 중독에 빠질 경우 이는 질병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문제를 느끼신다면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해 상담을 받아보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ㅣ 전형진 원장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국립공주병원 전공의 수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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