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ㅣ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여러분의 IQ는 어떻게 되시나요? 이 질문이 다소 불편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겠습니다. 아마 많은 분이 학창 시절 지능검사를 한두 번 이상은 해보셨을 텐데요. 그때 본인의 지능지수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생각보다 낮은 지능지수에 실망하며 ‘아, 내가 공부를 못하는 이유가 이거였구나. 역시 난 아무리 노력해도 공부 머리는 아닌가 보다.’라고 하셨을 수도 있고, 반대로 생각보다 높은 지능지수에 부모님으로부터 “이것 봐. 넌 머리는 좋은데 노력이 부족하다.”라는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들으셨을 수도 있겠습니다. 혹은 평범한 수준으로 나온 결과에 ‘그래도 중간은 갔다’라고 안도하신 분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지능검사 결과가 어떻게 나왔든 그 결과에 대해 이게 정말 내 지능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 그 결과가 내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지 의문을 가져본 경험이 있으실 것입니다. 또, IQ 검사에서 측정하는 언어능력이나 수리력이 내가 잘하는 영역과는 거리가 있는 것 같은데 그런 영역은 반영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속상하다는 느낌을 받으셨을 수도 있겠습니다.

 전통적인 지능에 관한 이론에서는 지능을 단일한 구조로 보며 언어, 수학능력, 추론 능력과 같은 특정 영역을 지능의 주요 구성 요인으로 보았습니다. 또, 이런 단일 구조의 지능이 뛰어나면 대부분 분야에서 우수한 능력을 가지리라고 전제했습니다. IQ로 대변되는 지능지수를 측정하는 검사에서도 이런 전통적인 관점에 따라 언어 이해, 지각 추론과 같은 영역을 측정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죠.

 그러나 이 같은 시각에 의문을 제기하며 다중지능이론(Multi Intelligence Theory)을 주장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미국의 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Howard Gadner)입니다. 1983년 그는 다중지능이론을 통해 지능이 여러 가지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영역은 서로 독립적이고 어느 분야에서 뛰어나더라도 다른 분야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같은 주장은 지능에 관한 고전적 견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었죠.

 이 이론에서는 지능에 8가지 영역이 있으며, 각 영역에는 관련된 뇌의 부분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 8가지 영역 및 각 부분과 연결된 뇌 부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언어지능

말과 글을 포함한 언어 사용 및 표현 능력으로 주로 뇌의 좌반구 브로카(Broca) 영역과 베르니케(Wernicke) 영역에서 관장합니다. 브로카 영역은 문법적으로 온전한 문장을 만들어 내는 능력과, 베르니케 영역은 청각 및 시각피질로부터 입력된 언어정보를 해석해 말과 글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능력과 관련 있습니다.

2. 논리·수학지능

 전통적인 지능에 대한 관점에서 강조되던 영역으로 숫자, 기호, 상징체계 습득 및 논리적, 수학적 창의력, 과학 및 산수 능력을 포함합니다. 두정엽의 좌측 및 우반구가 이와 관련된 일을 수행합니다.

3. 시공간지능

 그림, 지도, 입체설계 등 공간과 관련된 상징을 익히며 시공간적 기억력 및 창의성, 공간의 시각화, 시각적 상상력에 관한 능력을 의미합니다. 우반구 후두엽에서 이와 관련된 역할을 주로 담당합니다.

4. 신체·운동지능

 목적과 필요에 맞게 신체 부위를 움직이고 통제하는 능력으로 춤이나 운동 같은 복잡한 활동뿐만 아니라 균형 감각, 손이나 발끝의 움직임과 같은 일상적인 활동을 위한 움직임에 관한 것까지 모두 포함합니다. 대뇌피질. 시신경, 소뇌, 기저핵, 운동피질과 같은 다양한 뇌 영역이 신체·운동지능에 관여합니다.

5. 음악지능

 화성, 음계 등에 반응하고 이를 익히는 능력, 악기 연주 및 가창, 음악적 기억력, 창의력, 청음력 등과 관련된 능력을 의미합니다. 주로 우반구 측두엽에서 이와 관련된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6. 인간친화지능

 타인의 감정이나 동기, 생각들을 잘 파악하며 공감, 협동하는 능력, 대인관계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고 조화를 이루며 새로운 체계를 만들어가는 것과 관련된 지능입니다. 전두엽, 측두엽, 변연계가 이 영역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7. 자기성찰지능

 자기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며 자기의 생각, 감정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그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입니다. 이 지능이 발달한 경우 자율적이며 삶의 목표 수립 및 달성에서 꾸준하며 성실한 태도를 보입니다. 성격 형성 및 타인과의 사회적 관계 형성과 유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두엽이 자기성찰지능과 높은 관계를 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밖에 두정엽, 변연계 역시 이 지능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8. 자연친화지능

 동·식물, 광물 등 자연을 인식 및 분석하고 상호작용하는 능력으로서, 진화론을 처음 주장한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이나 《파브르 곤충기》의 저자 장 앙리 파브르(Jean-Henri Fabre)를 대표적인 인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이 지능에 관여하는 뇌 영역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중지능의 개념을 통해 우리는 지능이 다양한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람마다 각자 뛰어난 영역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같은 개인 내에서도 어떤 영역은 뛰어난 반면 다른 영역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 역시 받아들이게 되었죠.

 그동안 ‘나는 머리가 나쁘다’라는 생각으로 혹시 자기의 가능성에 한계를 짓고 있지는 않았나요? 혹은 자녀나 주변 사람들을 그동안 우리가 생각해온 지능의 개념에 맞춰 판단하며 그 기준에 맞추도록 강요하지는 않았나요?

 우리는 모두 저마다 다른 잠재력과 재능을 갖고 태어납니다. 또, 선천적으로 주어진 잠재력과 함께 후천적인 환경적 노출, 학습, 노력과 같은 요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잘하는 것은 더 잘하도록, 평범하거나 부족한 영역은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도록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와 함께 잘하는 영역에 집중하며 그것을 계속해나갈 수 있도록 개인을 둘러싼 환경적, 문화적, 사회적 조건들이 함께 주어질 때 우리 안의 원석들이 잘 깎이고 다듬어져 비로소 보석과 같이 오랜 시간 빛을 발할 수 있게 됩니다.

 각자에게 다르게 주어진 잠재력을 발견하고 그 의미와 가치를 인정하며 응원할 때, 우리 모두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남들과 같은 기준을 갖고 살기보다는, 각자가 가진 재능에 집중하며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우리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당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ㅣ 최강록 원장

참고문헌:

문용린.(2006).다중지능과 잠재능력 개발.국제뇌교육협회 컨퍼런스,(),4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