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AI(인공지능) 기술이 점차 발전하면서 그와 관련된 논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이 바로 ‘AI가 대체할 수 있는 직업’과 ‘AI가 가져올 영향’에 관한 부분입니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와 미디어 등을 통한 자료에서는 AI가 가장 먼저 대체할 수 있는 직업군이나 AI가 모든 인간의 직업을 대체하는 데 걸리는 시간에 관한 예측이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자료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국회입법조사처가 분석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3년 고용 전망: 인공지능과 노동시장’ 보고서에 의하면 최고경영자(CEO)와 엔지니어 같은 빠른 판단력이 요구되며 비일상적인 직업군에서 AI의 대체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와 유사하게 한국은행에서도 반복적이지 않고 분석, 인지적 능력이 많이 요구되는 고학력·고소득 직종이 특히 영향을 많이 받으리라고 전망했습니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반복적이고 자동적인 업무가 요구되는 직종에서의 AI 전환율이 높으리라고 생각되는데, 이는 이미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어느 정도 이뤄진 부분이고, AI의 경우 더 인지적이고 고급 기술이 필요한 영역까지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겠죠.
AI를 통한 일자리 대체가 아직은 잘 실감이 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이미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기업에서는 AI 기술 도입과 함께 대규모 인력 감축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금융권에서 AI 상담원 도입과 함께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변화와 함께 AI가 사람을 대신하는 분야가 점차 늘어가면서 일자리를 위협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자연스레 나타나고 있습니다. 내 직업은 과연 얼마나 안정적일까, 혹시 AI가 내 자리를 대신하고 내가 더 이상 필요해지지 않게 되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죠.
요즘에는 비단 기술이나 직업적인 영역만 아니라 정서적 영역까지 AI가 인간을 대신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하는데요. AI 기술을 탑재한 로봇이 반려견, 친구, 애인처럼 인간과 상호작용하고 필요한 상황에서 적절한 반응을 보이면서 감정적 교류의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실 기술과 인간 사이의 경쟁이나 대립 구도가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닌데요. AI 기술이 아직 태동기였다고 할 수 있는 2016년, 천재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 사이의 대국은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대국 결과, 4:1로 알파고가 승리했습니다. 이후 이세돌 9단은 구글코리아와의 인터뷰를 통해 AI 기술이 가져온 바둑 학습법에서의 변화와 함께 AI가 기술적인 면만 아니라 공공선이라는 가치를 고려하면서 발전되어야 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연한 두려움이나 거부감으로 시대적 변화에 뒤처져서는 안 됨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 역시 AI 기술의 발전이나 다양한 영역에서의 도입 자체를 막을 수는 없으리라고 전망합니다. 다만 AI가 인간을 대체하기보다는, 상호 보완하며 상생하는 방향을 추구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AI가 인간이 수고나 노력을 줄여주고, 인간은 AI가 만들어낸 결과를 최종적으로 검토하거나 더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집중하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만약 이런 시나리오가 가능할 수 있다면, 인간은 필요한 시간과 에너지를 더 효율적으로, 원하는 곳에 사용할 수 있겠죠.
일각에서는 AI의 지능폭발(Intelligence explosion)로 AI가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어 모든 분야를 장악하고,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올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합니다. 2023년에는 미국 공군에서 AI가 공격하지 말라는 인간 조종자의 명령을 무시하고 조종자가 임무 수행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해 살해하는 일이 일어났다고 발표해 파문이 일기도 했습니다.
이후 해당 발표를 한 공군 대령은 자신의 상상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시나리오를 말하는 과정에서 잘못 이야기했다며 해당 발언을 철회하면서 헤프닝으로 일단락 되었습니다. 다행히 실제 상황에서 일어난 일은 아니었지만, 이 사건은 많은 이들에게 AI가 가져올 수 있는 부정적 영향과 통제력 상실이라는 이슈를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물론 지나친 걱정이나 경계로 인해 AI 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이점을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또, AI 기술의 발전이라는 세계적 흐름 속에서 도태되지 않도록 관련 연구와 다양한 영역에서의 실제적 접목을 게을리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능력과 특별함을 더욱 살릴 수 있는 방향을 끊임없이 모색해야겠습니다.
디지털 세상이 오고 전자책이 상용화 되었지만 여전히 우리가 아날로그 시대 감성을 그리워하고, 전자책으로는 느낄 수 없는 종이책만의 질감을 선호하는 이들이 있는 것처럼, AI 기술이 날로 발전하더라도 인간만이 줄 수 있는 따뜻함과 다양한 감정, 생동감 있는 상호작용은 여전히 대체 불가능한 것으로 남지 않을까 합니다.
사당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최강록 원장
<참고문헌>“AI 시대 서막을 알렸던 이세돌 vs 알파고, 그 후 이야기”, 구글코리아 블로그, https://blog.google/intl/ko-kr/company-news/technology/ai-conversation-with-lee-sae-dol-kr/
(전)의료법인 삼정의료재단 삼정병원 대표원장
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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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경험까지 알려주셔서 더 와닿아요.!"
"조언 자유를 느꼈어요. 실제로 적용해볼게요"
"늘 따뜻하게 사람을 감싸주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