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장승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얼마 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가수 김윤아 씨가 소속팀 자우림의 곡 중 2006년 발매된 <샤이닝>이 최근 다시 사랑받고 있다고 이야기했는데요. 발매 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이 곡이 최근 젊은 세대들로부터 많은 공감과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음은 이 곡의 노래 가사 중 일부입니다.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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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아닌 언젠가, 여기가 아닌 어딘가 나를 받아줄 그곳이 있을까? 가난한 나의 영혼을 숨기려 하지 않아도 나를 안아줄 사람이 있을까? 목마른 가슴 위로 태양 타오르네. 내게도 날개가 있어, 날아갈 수 있을까?”

 

어딘지 쓸쓸하면서도 답답한 화자의 외침이 메아리가 되어 돌아오는 듯합니다. 이 가사에 젊은 세대가 특히 공감하는 것은 경제난, 취업난과 같은 사회적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김윤아 씨는 93학번인 자신 세대에서는 대학 졸업 후 취업이 어렵지 않았고 초봉이 약 2,000만 원이었는데, 30년이 지난 지금도 초봉은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데 반해 부동산과 물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올라 사람들이 무슨 꿈을 꿔야 할지 모르는 세상이 왔다고 덧붙이기도 했는데요. 그러면서 자신의 곡이 더 사랑받지 않아도 좋으니 젊은이들이 꿈꿀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습니다. 

실제로 젊은이들이 경험하는 어려움은 미디어를 통해서도 많이 보도되고 있습니다. 해마다 고령 취업자는 증가하는 데 반해 청년층 취업자는 줄고 있으며 비경제활동 인구가 늘고 있으며, 그냥 쉰다는 청년이 50만 명에 육박했다고 합니다. 또, 2023년 초 발표된 조사 결과에 의하면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는 청년들 수는 약 24만 4,000명에 달합니다.*

이는 대학 졸업 후에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현실, 임금 수준은 몇십 년 전과 큰 차이가 없는데 물가와 주거비는 단기간에 너무 올라서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기도 빠듯한 젊은 세대의 어려움과 맞물려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못하다 보니 사람들을 만나거나 사회활동을 하기를 포기하고, 고립된 생활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국내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닌 듯한데요. 미국에서도 최근 고용지표는 나아지고 있지만 젊은 세대들은 여전히 부동산 금리 인상, 물가 상승으로 인한 주거 및 생활비 부담에 시달리고 있으며, 오히려 코로나 팬데믹 이전보다 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합니다.**

세상은 점점 발전하고 즐길 것들, 좋은 것들이 넘쳐나지만 젊은이들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일해서 돈을 모으면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생활을 할 수 있다던 말은 옛말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내 연봉으로 집을 살 수 없으리라는 생각은 예측이 아닌 사실에 더 가까워 보이고,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을 해서 먹고살아야 할지, 이렇게 일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하는 회의감이 들기도 합니다. 

사회에 한 발을 내딛어 보기도 전에, 현실의 벽이 너무 크게 느껴져 어떤 일에도 도전할 용기가 생기지 않는다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런 생활이 오래 지속되다 보면 만성적 무기력이나 우울감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경쟁과 각자도생이 당연시되는 문화 속에서 젊은이들은 소외감과 외로움, 고립감을 더 크게 느낍니다. 1020의 정신과 내원 환자 수가 지난 몇 년 사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은 미래 세대의 정신건강이 위협받고 있는 현실을 잘 보여 줍니다. 이러한 현상의 기저에는 저성장사회에 진입하며 청년층에게 돌아갈 파이가 줄어들면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없게 된 것이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또, SNS가 일상화되면서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직간접적으로 목격하게 되고 비교하게 되는 것, 주식이나 코인, 부동산 투기 같은 방법으로 한 방에 인생역전이 가능하다는 메시지에 자주 노출되는 것 역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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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 속에서 젊은 세대를 위한 다양한 주거 지원책이나 취업 지원 활동 등이 마련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들의 어려운 현실을 모두 반영하기에는 아직 쉽지 않지만, 젊은 세대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이 계속 마련되어야겠습니다. 

또, 젊은 세대의 정신건강을 위한 다양한 정신건강서비스도 더욱 체계적으로 마련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장기간의 무기력과 우울증, 상대적 박탈감, 고립감 등에 노출된 젊은이들을 발굴하고 심리지원과 함께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엇보다도 궁극적으로는 노력하면 잘 될 수 있다는 믿음, 열심히 하면 그 결과를 보상받을 수 있다는 기본적인 원리가 통용되는 사회 환경이 구축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럴 때 비로소 젊은 세대가 좌절감, 실패감, 무기력감에서 벗어나 다시 꿈꾸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청년 세대에게 더 관심갖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갈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는 것 같습니다. 

 

합정꿈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장승용 원장

<참고자료>

*“쉬는 청년 50만명, ‘은둔형 외톨이’ 될라” 『더 스쿠프』, 양재찬, 2023,03.26., https://www.thescoop.co.kr/news/articleView.html?idxno=57243

**“[특파원칼럼/김현수]美 강력 성장에도 커지는 2030세대의 좌절”,『동아일보』, 2024.02.06.,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40205/123402440/1

***“[1020 정신건강] ① 희망 잃은 젊은 세대, 마음도 병든다”, 『연합뉴스』, 임기창, 2022.09.17., https://www.yna.co.kr/view/AKR20220915088100501

 

장승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합정꿈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인하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인하대병원 인턴 및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한국정신분석학회 정신분석적 정신치료 Master class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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