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MBTI와 관련된 유행어 중 하나로 ‘너 T야?’ 라는 말이 있습니다. 공감이나 위로를 바라는 말에 대해 공감을 해주기보다 질문에 대한 답을 하거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주로 하는 말로 MBTI 유형 중 감정적인 F 보다는 이성적인 T와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는 의미에서 사용되는 말입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일종의 챌린지와 같은 느낌으로 아이들에게 ‘오늘 기분이 너무 속상하고 안 좋아서 빵을 샀어.’라는 말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에 대해 영상을 제작해서 올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통 공감 능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아이의 경우 속상하다는 말보다는 빵을 샀다는 말에 반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 공동체 생활에서는 필수적입니다. 타인이 느끼는 감정을 파악하고 통찰하는 능력은 보다 나은 사회생활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EQ라고 하는 감성지수가 높은 사람일수록 상대에게 공감이나 감사의 표현을 할 수 있고, 사려 깊은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스스로의 감정 상태를 제대로 파악해 부적절한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공감 능력이 높은 아이로 양육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부모님 역시 공감적인 태도를 보여야 합니다. 다만, 지나치게 수용적인 태도를 가지게 되어 제대로 된 훈육을 하지 않는 경우 아이는 자신이 피해자인 것처럼 연기를 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조종하는 삶의 방식을 터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아이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 존중하면서도 규칙은 지키는 모습이 필요합니다.

우선 충분히 공감하는 태도를 보여준 후 이후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해주고, 아쉬웠던 부분을 고쳐주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 아이는 격려 받는 듯한 느낌을 받아 안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순차적으로 진행하면 문제 상황에 대해 쉽게 이해하고, 덜 외로워하며, 부모와 정서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부모와의 관계에서 확신이 존재하기 때문에 열린 마음으로 충고를 받아들이게 되는 겁니다.

만약, 규칙이 없거나 부모 역시 규칙을 따르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면 아이에게는 특권 의식이 생길 수 있습니다. 더욱이 아이를 정서적 고통에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잘못에 대해 책임을 지우지 않고 오히려 보호하는 행위는 더욱 위험합니다. 자신은 특별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는 존재라고 인지하며, 이후 삶에서 고통스러운 감정을 경험하게 될 때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또는 무의식적인 수준에서 감정적인 고통과 수치심을 피하기 위해 극단적인 방어기제를 활용하여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제대로 된 아이로 키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지만,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양육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힘든 일이 생기게 될 때 혼자서 해결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면 주변 양육자의 도움을 받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서대문봄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이호선 원장

[참고문헌] 최혜진, & 김선영. (2015). 유아의 자기조절능력과 공감능력이 대인관계형성능력에 미치는 영향: 공감능력의 매개효과. 열린유아교육연구, 20(5), 323-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