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아이들은 여럿이서 함께하는 놀이나 게임을 통해 자연스럽게 서로 친해지고 소통 방법과 규칙을 배우며 사회성이 발달됩니다. 그런데 자폐 아동들의 경우,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이나 자기 의사 표현, 게임 규칙 이해하기, 감정 조절 등에 곤란을 겪으므로 여러 명이 함께하는 놀이에 참여하는 일이 어렵기도 한데요, 그만큼 여러 사람과 함께하는 놀이 경험의 축적은 자폐 아동에게 필요한 사회적 기술과 규칙, 충동성 조절 등을 배워 나가는 데 유용한 방법입니다.
자폐 아동을 여럿이 함께하는 놀이나 게임에 참여시킬 때는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사항을 기억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먼저, 아이가 좋아하고 즐겨 하는 놀이를 선택하게 하고, 처음부터 여러 명의 또래들과 함께하기보다는 어른과 일대일로 시작해서 규칙을 이해시키고, 역할 바꾸기를 연습하는 등 함께 놀이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기술을 익히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처음부터 모든 규칙을 가르치려 하기보다는 스몰 스텝(small step)으로, 자기 차례를 기다렸다가 하기, 처음에는 득점을 매기지 않기, 아이가 게임의 규칙을 정해 보기 등 아이가 주도적이고 참여하기 쉬운 방식으로 단계적으로 접근해 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또 게임에 따라 다양한 규칙이 존재하는 만큼, 한 가지 게임 규칙에 익숙해지고 게임에의 참여가 어느 정도 가능해지면서 즐길 수 있게 된다면, 다른 게임이나 놀이 규칙도 새롭게 배워 보면서 놀이에 참여하는 시간이나 횟수를 점차 확장해 나가도록 합니다.
아이가 다른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하다 보면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거나, 감정적으로 흥분해서 과격한 행동을 보이거나, 뭔가 불만스러운 상황에서 소리를 지르는 등의 부적절한 태도를 보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사전에 이러한 행동을 할 경우에는 게임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을 반복해서 이야기해 주고 아이가 그런 행동을 보이지 않고 게임에 잘 임한다면 충분히 칭찬해 주세요.
그러나 게임 도중 아이가 돌발 행동을 보인다면 타임아웃(time-out) 시간을 가져서 아이의 감정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려 주도록 합니다. 그런 후에 다시 한 번 주의를 주고 아동이 게임에 참여할 준비가 되었을 때 다시 게임에 참여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도 이런 행동이 계속해서 반복된다면, 게임을 중단하고 아이가 게임에 참여하는 데 어떠한 불편감이나 어려움이 있는지 그 원인을 파악해서 해결해 나가도록 합니다.
여기서는 자폐 아동이 게임을 통해 규칙을 배우거나 차례 기다리기 연습을 하거나 승패를 이해하면서도 여럿이서 함께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몇 가지 게임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① 가위바위보 – 가위바위보는 가장 기본적인 놀이이면서도 아이들끼리 함께 놀 때 꼭 알아야 할 게임 스킬이기도 합니다. 가위바위보의 기본적인 원칙을 배우고 활용함으로써 또래와 함께하는 다양한 놀이에 참여가 가능해지고, 승패의 개념도 이해시킬 수 있습니다.
② 수수께끼 카드 – 그림 카드와 그림 설명이 적힌 카드를 준비해서 한 사람이 그림에 대한 설명을 읽으면 나머지 사람이 설명에 해당하는 그림 카드를 찾도록 하는 게임입니다. 평소 자폐 아동이 관심이 많거나 좋아하는 그림 위주로 준비한다면 더욱 흥미를 가지고 게임에 참여할 수 있겠죠.
③ 빙고 – 빙고 게임은 숫자나 색깔, 그림처럼 여러 가지 주제로 응용이 가능하며,아이가 직접 주제를 정하게 하는 것도 좋습니다. 또 처음부터 너무 많은 빙고 칸을 시도하기보다 적은 수의 빙고 칸에서 시작해서 게임에 익숙해지면 차차 빙고 칸을 늘려 나가도록 합니다.
④ 젠가 – 쌓여 있는 나무 블록을 차례대로 하나씩 빼되, 쌓인 블록들을 쓰러트리지 않는 것이 관건인 게임입니다. 젠가 게임을 통해 아동은 집중력을 발휘하거나 차례 기다리기 등을 배울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젠가 게임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블록에 질문 스티커를 붙여서 한 단계 복잡해진 규칙을 이해하고, 게임 참여자 간에 소통 기회를 늘리는 시도를 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 이 놀이는 술래가 벽을 보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치고 구호가 끝났을 때 뒤를 돌아보고 움직이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호명해 술래와 새끼손가락을 걸고 있도록 하는 게임입니다. 처음부터 술래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너무 빨리 외치면 자폐 아동이 민첩하게 행동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으니 평소보다 조금 천천히 외쳐서 게임에 적응하는 시간을 갖도록 해 줍니다. 함께 몸을 움직이면서 하는 놀이인 만큼 운동 능력과 민첩성 등이 요구되어 이를 훈련하는 데도 효과적이며, 아이들의 익살스러운 동작이나 표정에서 재미있는 요소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자폐 아동들은 일반 아동들과 한 학급에서 생활해도 또래들과의 소통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함께 즐겁게 어울리며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각보다 많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도 또래와 함께 놀이에 참여하는 경험을 쌓아 갈수록 자기 감정을 조절하고, 사회적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일반 아동과 자폐 아동과 같은 발달장애 아동들이 놀이를 통해 소통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마련해 준다면, 일반 아동에게도 발달장애 아동을 좀 더 잘 이해하고 주변을 살피며 배려심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데도 좋은 계기가 되지 않을까요.
서대문봄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이호선 원장
참고문헌: 이노우에 마사히코 저(2018). 집에서 하는 ABA 치료 프로그램. ㈜. 예문아카이브.
한양대병원 외래교수, 한양대구리병원 임상강사
(전)성안드레아병원 진료과장, 구리시 치매안심센터 자문의, 저서 <가족의 심리학>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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