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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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월 칠석 설화인 견우와 직녀 이야기를 기억하십니까? 칠월 칠석은 견우와 직녀가 한 해에 한 번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날입니다. 매년 칠월 칠석이 되면 밤 하늘의 두 별이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매우 가까워집니다. 칠월 칠석에 두 별이 가까워지는데, 이를 기반으로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설화가 생겼다고 합니다. 고려사에서도 공민왕과 몽고인 왕후가 안뜰에서 견우와 직녀에게 제사를 지낸 기록이 있습니다. 

견우와 직녀의 이야기를 요약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직녀는 하느님(하늘나라 왕)의 손녀로, 매우 부지런하고, 베틀을 사용해 베를 잘 짰습니다. 하느님은 부지런한 직녀를 매우 예뻐했고, 은하수 건너편에 사는 잘생긴 견우와 결혼을 시켜주었습니다. 견우는 양과 소를 몰고 다니는 목동이었습니다. 견우와 직녀는 서로 강렬한 사랑에 빠졌고, 자신의 일인 베를 짜는 일과 목동의 일도 내팽개치고, 신혼생활만 즐겼습니다. 

이에 화가 난 하느님은 견우와 직녀를 떨어지게 하는 벌을 내려, 은하수 사이를 두고 서로 멀리 쫓겨났습니다. 직녀는 혼자서 베틀로 베를 짰고, 견우도 혼자서 양을 몰았습니다. 하지만, 서로를 너무 사랑하고 그리워해서, 까마귀와 까치가 견우와 직녀가 서로 만날 수 있도록 다리를 만들어 주는데 그것이 바로 오작교입니다. 일년에 단 한번, 칠월 칠석에 오작교를 건너, 직녀와 견우는 만날 수 있었습니다. 칠월 칠석에 내리는 비는 ‘칠석우’라고 하며 만남의 기쁨으로 흘리는 눈물이라고 하고, 다음 날 아침에 내리는 비는 이별의 눈물이라고 합니다. 

서로 너무 사랑했는데 바로 이별하게 되고, 쓸쓸하게 혼자서 보내다가 일 년에 딱 하루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어떠할까요? 견우와 직녀처럼 서로를 그리워하고 애틋해할까요? 견우와 직녀처럼 자주 만나지 못하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때가 매우 제한되는 장거리 연애 커플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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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에서는 대략 3백만 명이 장거리 연애를 하고 있다고 하며, 약 75%의 대학생들이 장거리 연애를 했었다고 합니다(Stafford, 2005). 코로나 19로 인해 사회적 거리 제도와 국경 폐쇄로 국경을 넘나드는 커플이나 부부는 매우 장기간 동안 만나지 못했습니다. 기술 발전으로 서로 화상 통화와 문자 메시지로 소통은 할 수 있지만 실제로 만나는 날은 제한됐습니다. 

그렇다면 장거리 연애를 하는 커플의 관계는 어떠할까요? 장거리 연애가 사랑의 열정을 더욱 활활 타오르게 할까요? 아니면 몸이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진다는 말처럼 사랑이 더 식을까요? 

Guldner, Swensen, & Choi(2015) 연구팀에 따르면, 장거리 연애 커플은 관계 만족도와 서로의 헌신에 있어서 가까이 사는 커플보다 매우 높은 수준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장거리 연애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소통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장거리로 인해 직접 만나지는 못하더라도 서로 대화하고 소통이 많아짐으로써, 더 끈끈하고, 강한 유대감이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는 단순히 얼굴을 많이 보는 것으로만 형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에 대해 더 깊이 알아 가는 대화를 통해 더욱 친밀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장거리 연애의 가장 큰 단점은 자주 직접 만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직접 대화하고 소통하고 자주 만나고 서로 스킨쉽을 나누는 것은 커플 사이의 친밀감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서로 만질 수 없고, 직접적인 사랑을 표현할 수 없을 때 연결되어 있다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장거리 연애 커플은 서로 떨어져 있는 만큼, 질투와 불안감을 더 많이 느낄 수 있습니다. 장거리 연애 커플은 상대방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대화하지 않으면 알 수 없습니다. 떨어져 있는 상대방이 어떠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무슨 일이 있는지, 대화로 알려 주지 않으면 알 수 없습니다. 상대방이 예상치 못하게 필요한 순간에 갈 수 없고, 도움이 필요할 때 도와줄 수 없을 때 서운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원하는 때에 쉽게 만날 수 있는 단거리 커플에 비해, 장거리 커플은 혼자 있거나 이별한 채 보내는 시간이 더 길기 때문에 외로움과 고립됨을 더 빈번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Dainton & Aylor, 2002).

 

장거리 연애는 이러한 단점이 있지만, 친밀감과 유대감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습니다. 장거리 연애를 건강하고 지혜롭게 유지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손편지나 책을 공유하는 등, 서로 함께 할 수 있는 시간, 활동거리를 공유하는 것입니다. 같은 시간에 화상 통화하며 요리를 하거나, 책을 읽고 나눔하는 등의 활동은 서로 친밀감을 높여 줄 수 있습니다. 

꼭 같이 있는다고 해서 그 만남이 질적으로 친밀감을 느끼는 것은 아니며, 온라인상의 연락으로도 충분히 친밀감을 느끼게 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의사소통 방식, 연락하는 시간, 약속된 정기적인 시간을 만드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명확하게 언제 전화 하거나 화상 통화할지, 연락할지 정하면, 그 시간에는 서로에게 집중하여 대화하며 방해되는 것들을 제외할 수 있습니다.

 

강남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우경수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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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02170

Dainton, M., & Aylor, B. (2002). Routine and strategic maintenance efforts: Behavioral patterns, variations associated with relational length, and the prediction of relational characteristics. Communication Monographs, 69(3), 216-237.

Guldner, G. T., Swensen, C. H., & Choi, Y. (2015). The communication patterns and experiences of college students in long-distance dating relationships. Journal of Applied Communication Research, 43(3), 294-311.

Stafford, L. (2005). Maintaining long-distance and cross-residential relationships. Lawrence Erlbaum Associates.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남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대구가톨릭대병원 의과대학 학사 , 석사
대구가톨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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