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을 지속하는 질문, 중단하는 질문
정신의학신문 |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아이가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 부모님들은 자녀에게 더 많은 언어 자극을 주거나 아이의 생각이 궁금해서 또는, 자녀에 대한 관심의 표현 등으로 여러 가지 질문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아직 언어에 대한 이해나 표현이 미숙하기 때문에, 성인인 부모님의 질문을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잘못 이해하거나,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이가 질문에 반응하지 않거나 틀린 대답을 하거나 우물쭈물하면, 참지 못하고 반응을 재촉하거나 대신 답을 하거나 소통을 중단하시는 부모님들도 계십니다. 질문하고 대답하기는 아이의 언어 사용을 촉진하고 의사소통을 지속하는 데 중요한 전략이지만, 제대로 사용되지 않으면 아이가 대화에 흥미를 잃거나 아예 말문을 닫아버릴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럼 우리 아이에게 어떻게 질문하고 반응하는 것이 유익할까요?
우선, 질문을 할 때는 한 번에 한 가지씩 가능한 한 짧게 하고, 아이가 대답할 시간을 충분히 갖도록 기다려 주세요. 그런데 어떤 질문들은 아이와의 소통에서 오히려 걸림돌이 되기도 하므로 피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가령 너무 많은 질문을 하거나, 아이가 이해하기 어려운 질문, 아이의 능력을 테스트하거나, 관심 밖의 질문을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또 아이의 발달단계에 따라 질문의 형태나 구성에도 변화를 주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는데요, 먼저 반사적 반응 단계의 아이에게는 지금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주제나 아이의 행동에 초점을 맞춰 질문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아이가 모빌을 보며 웃고 있다면, “모빌이 마음에 드니?” 또는 “모빌에 나오는 노래가 좋니?”라고 물어볼 수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 아이는 아직 말을 이해하지 못하므로, 질문이 아이의 주의를 끄는 것을 목표로 활기찬 목소리와 함께 부드러운 미소, 관심 대상을 포인팅 하는 등의 비언어적 메시지를 최대한 활용하도록 합니다.
그리고 관심 표시 단계의 아이는 쉬운 질문을 이해하는 수준이므로, 아이가 말로 대답하지 않고 제스처나 포인팅 등으로 답할 수 있는 질문을 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또 제스처를 취하거나 시각 자료(그림이나 사진), 실물 등을 사용해서 아이의 이해 및 원하는 것을 고르도록 도울 수 있죠.
아이가 뭔가를 말하려는 것 같은데 도무지 알 수 없다면, ‘네-아니오 질문’을 통해 아이의 의도를 확인해 볼 수도 있습니다. ‘육하원칙 질문’도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데요, 눈앞에 보이는 사물이나 사람이 있는 경우, “멍멍이가 어디 있지?”, “누가 춤을 추고 있지?” 등의 질문을 하면, 아직 말하지 못해도 이해한 질문에는 포인팅으로 대답이 가능합니다.
또한 초기 언어 단계의 아이에게 질문하는 것은, 아이가 알고 있는 단어를 발화해 보는 유익한 기회가 됩니다. 이 단계에서 이미 아이가 알고 있는 단어라면, 시각 자료 없이도 선택 질문이나 간단한 ‘육하원칙 질문’에도 답변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 단계에서도 물론 아이의 의도나 생각을 확인하기 위해 ‘네-아니오 질문’을 해도 되지만, 너무 많이 하면 아이가 적극적으로 자기 의사를 표현하기보다 수동적으로 대답하게 될 수 있으니 주의해 주세요.
마지막으로, 서툰 문장 단계의 아이는 이해하고 말할 수 있는 말들이 점점 많아지므로 사람들과 언어적으로 소통하는 시간이나 내용도 더욱 풍부해집니다. 또 이 단계에서는 아이들의 사고력도 점차 확장되는 시기이므로 이를 자극하는 질문을 통해 언어 발달과 함께 사고력을 길러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어쩌다가 물이 쏟아졌니?”, “이제 어떻게 물을 닦으면 좋을까?”와 같은 형태로 질문할 수 있겠죠.
그런데 질문에 대한 아이의 반응이나 대답이 이전보다 더 풍성하고 다양해진 만큼 부모님은 의욕에 차서 더 많은 질문들을 아이에게 쏟아부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아이는 질문에 부담을 느끼거나 대화에서 한 발짝 물러서게 될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질문의 횟수는 적당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질문과 함께 서술문이나 코멘트와의 균형을 맞추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처럼 아이가 언어로 대답하기 힘든 초기 단계에도 부모는 질문을 통해 언어적 자극을 주거나 보디랭귀지나 포인팅 등을 통해 아이의 의사를 확인하며 소통할 수 있습니다. 좀 더 크면 사고력을 확장시켜 주는 데도 도움이 되지요.
이때 아이의 발달 수준과 관심사에 따라 적절한 질문의 형식과 양, 내용 등을 고려하여 질문하는 것이 중요하며, 특히 답변에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주며 아이를 기다려 줘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이렇게 아이에게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는 부모가 자기 세계에 관심이 있고, 자신의 생각이 존중받는다는 느낌도 전달받게 됩니다. 무엇보다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차례 갖기 연습도 할 수 있어 상호작용의 기초를 배우는 좋은 기회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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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문헌
박혜원 역(2020). 말이 늦은 아이를 위한 부모 가이드. 수오서재
한양대병원 외래교수, 한양대구리병원 임상강사
(전)성안드레아병원 진료과장, 구리시 치매안심센터 자문의, 저서 <가족의 심리학>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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