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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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는 중증 우울증이나 만성화된 우울증의 치료에 무엇보다 약물치료가 효과적이며, 우울증을 앓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약물치료는 진단받은 우울증의 하위 유형 및 증상에 따라, 또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따라 처방되는 약물의 종류와 용량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 부작용 위험도 존재하고 있어 전문의에 의한 주의 깊은 처방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우울증에 대한 약물치료는 항우울제를 사용하며, 증상에 따라 항불안제나 항정신병약을 함께 처방하기도 합니다. 대부분은 투약하고 수주 후에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며, 임의로 용량을 조절하거나 중단하는 것은 우울증을 더 악화시키거나 향후 재발 가능성을 높일 수 있으므로, 처방전대로 복용법을 지키며 전문의와의 상의하에 약물을 조절해 나가야 합니다.

또한 약물을 처방받은 모든 환자들이 치료 효과를 보이는 것은 아니며, 다른 치료적 접근을 통해 효과를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임상 연구와 실험 결과, 항우울제가 뇌에 광범위한 변화를 일으켜 우울증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항우울제가 우리 뇌에 어떻게 작용해서 어떤 영향을 미치기에 우울증 치료에 효과가 있는 걸까요?

항우울제는 그 종류에 따라 뇌에 작용하는 메커니즘이 조금씩 다릅니다. 그러나 대부분이 감정을 담당하는 세로토닌계와 노르에피네프린계, 도파민계에 영향을 미쳐 약효를 발휘하는 작동 원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죠.

여기서 잠시, 우리의 감정 상태와 기분 조절에 가장 크게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등이 부족하거나 불균형 상태에 있을 때 우리 감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불안감과 공포, 공격성과 짜증 등이 증가되며, 노르에피네프린의 결핍은 피로감과 의욕 상실, 주의력 및 집중력 저하 같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또 낮은 도파민 수치는 행복감이나 즐거움, 열정에 대한 감각을 무디게 만들어 우울감 및 우울증이 발현되는 데 영향을 미치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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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우울제에는 크게 SSRIs, SNRI, TCA 계열이 있습니다. 그중 가장 일반적으로 처방되는 계열은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s)로, 이 유형의 약물은 세로토닌을 흡수하는 수송체에 달라붙어 세로토닌이 재흡수되는 것을 억제함으로써 세로토닌을 활성화하여 우울 증상을 개선시킵니다. SSRIs 약물은 효과는 크고, 부작용은 적기에 대부분 첫 번째로 처방되며, 대표적인 약으로는 프로작, 팍실, 렉사프로, 졸로프트 등이 있습니다. 

다음은 선택적 세로토닌 노르아드레날린 재흡수 억제제(SNRI)로, 세로토닌계와 노르에피네프린계에 모두 작용하여 우울증 치료에 도움을 줍니다. SNRI 계열의 약물은 SSRI 약물에 부작용이 있거나 효과가 없는 경우에 주로 처방되며, 특히 우울증으로 인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대표적인 약으로는 심발타, 이팩사, 프리스틱 등이 있죠.

그리고 삼환계 항우울제(TCA)도 세로토닌과 노르아드레날린의 재흡수를 억제하여 항우울 효과를 나타내지만, 기립성 저혈압이나 빈맥, 안압 상승과 같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에 노인 환자나 심장질환 환자 등에게 사용할 시 주의가 필요합니다. TCA 계열의 약으로는 센시발정, 에트라빌, 이미프라민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항우울제는 우울감 완화와 우울증 치료에 효과가 있지만, 다른 신체 질병을 치료하는 약들과 마찬가지로 부작용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자신에게 잘 맞으면서 부작용이 없는 약을 찾기까지 얼마간의 시행착오를 겪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혹시 있을지 모를 부작용이 무서워서 약물치료를 거부하는 것은 우울증을 악화시키거나 이후에는 치료가 점점 더 힘들어지는 하강나선으로 접어들게 만들 수 있어 적절한 약물치료를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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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항우울제는 즉각적으로 신경전달물질의 수치를 변화시키는 것 외에 뇌에 장기적인 변화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전두엽과 변연계의 여러 영역에서 일어나는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섬엽의 활동을 진정시켜 줍니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섬엽 활동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섬엽 활동의 증가는 고통이나 통증, 걱정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게 만듭니다.

아울러 항우울제는 전두-변연계의 어그러진 의사소통 기능을 회복시켜 줍니다. 우울증일 때는 불안이나 우울감과 같은 부정적 감정이 증폭되면서 주의력 및 인지 기능이 떨어지기 쉽습니다. 항우울제는 이처럼 집중력이나 명료한 사고 활동을 방해하던 편도체의 활동은 줄이면서 전전두피질의 활동은 증가시킵니다.

마지막으로 항우울제는 수면의 질을 높여 줍니다. 질 좋은 수면은 서파수면의 양을 늘려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의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담당하므로, 우울증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죠.

그러나 모든 정신질환이 그렇듯, 약물치료가 우울증을 치료하는 데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습니다. 필요한 경우 적절한 약물치료를 이어 가되, 삶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며, 스스로를 괴롭히는 명백한 스트레스 요인이 있거나 환경에 처해 있다면 이를 잘 해결해 나가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이와 함께 우울증 완화에 도움이 되는 꾸준한 운동이나 명상, 규칙적인 생활과 식습관 등을 위한 실천적인 노력이 함께 어우러질 때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면서 점차 우울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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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1. Simmons, A. N., Arce, E., etal. (2009). Subchronic SSRI administration reduces insula response during affective anticipation in healthy volunteers.
  2. Morgan, V.., Pickens, D., et al. (2005). Amitriptyline reduce rectal pain related activation of the anterrior cingulate cortex in patients with irritable bowel syndrome.

3.. Driver, H. S., & Taylor, S. R. (2000). Exercise and sleep.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전형진 원장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국립공주병원 전공의 수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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