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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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유독 긍정적이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시험 날짜가 다가와도 좀처럼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고, 성적이 조금 떨어져도 금세 훌훌 털어버리곤 했죠. 그 친구는 장래 수학 교사가 되겠다는 목표가 분명했습니다. 어느 날, 성적 압박에 시달리던 다른 친구 중 한 명이 ‘어떻게 하면 그렇게 느긋할 수 있는지’ 묻자 그 친구는 이런 대답을 했습니다. “느긋한 게 아니라 연연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거야. 난 꿈을 이루는 과정 중에 있는 거니까 사소한 실패 하나하나에 집착하지 않으려고.” 물론 이렇게 멋들어진 말은 아니었지만, 핵심은 같았습니다. 이후 쑥스러운 듯 웃던 친구의 모습이 유독 멋져 보였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와서 돌이켜보니, 그 친구는 긍정적인 사람의 전형적인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었습니다.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고, 설사 실패하더라도 그 속에서 교훈을 찾아내며,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는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지요. 어떤 친구와든 크게 다투는 법이 없었기 때문에 대인관계 역시 좋았습니다. 

 

마하트마 간디는 “인간은 오직 사고의 산물일 뿐”이라며 “생각하는 대로 되는 법”이라고 말했습니다. 간디의 말처럼, 긍정적인 사고는 우리의 삶 또한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갑니다. 스트레스에 잘 대처할 수 있게 되고,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며, 심지어 신체적으로도 건강해집니다.

미국 보스턴대학의 르위나 리 박사가 여성 약 7만 명을 대상으로 낙관주의와 수명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낙천-염세’ 정도를 측정한 설문지에서 가장 낙천적인 그룹의 평균 수명은 비관적인 그룹보다 14.9% 더 길었습니다. 

긍정적인 사고는 ‘성취’에 있어서도 큰 힘을 발휘합니다. 이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긍정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과 메리트라이프 생명보험 회사의 낙관성 실험입니다. 

1982년 메트라이프 생명보험의 CEO 크리돈은 셀리그만에게 자문을 요청합니다. 매년 약 5000명의 신규 직원을 채용하지만, 보험 영업 과정에서 겪게 되는 무수한 거절 경험 때문에 결국 절반 정도가 입사 일 년 내로 회사를 그만둔다는 것이지요. 6만여 명의 지원자 가운데 면접과 집중훈련 등 체계적인 절차를 통해 우수한 인력을 신중히 선발함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비슷한 문제가 반복된다는 게 크리돈의 고민이었습니다. 

셀리그만은 낙관성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특별한 채용 절차를 실시합니다. 신입사원 약 1만 5000명을 대상으로 기존의 채용 과정에 더해 추가로 낙관성 테스트를 진행한 것인데요. 이후 기존의 채용 방식에 따라 신입사원을 발탁한 뒤, 탈락자 가운데 낙관성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던 129명을 추가로 채용했습니다. 물론 채용된 인원 모두에게 이와 같은 내용은 철저히 비밀로 했습니다. 

그 결과, 본래의 선발 방식으로 발탁된 인원만 보더라도 낙관성 점수가 높았던 사원들은 비관적이었던 사원들에 비해 입사 첫해 약 8%의 더 우수한 영업실적을 올렸습니다. 2년 뒤에는 31%로 그 격차가 더욱 벌어졌지요. 오직 낙관성 점수만 보고 선발했던 129명의 경우, 입사 2년 뒤 일반사원 전원에 비해 27% 더 높은 판매고를 올렸으며, 특히 비관적인 사원들보다는 57% 더 좋은 실적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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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처럼 낙관적인 성격은 타고나는 것일까요? 셀리그만은 낙관적인 태도를 다른 정신적 요소들처럼 후천적으로 갖게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낙관주의자의 심리적 방법을 의식적으로 학습함으로써 긍정적인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죠. 셀리그만은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법으로 ABCDE 모델을 제안합니다. 

 

① Adversity, 역경 - 최근 여러분이 겪었던 역경, 즉 실패를 떠올려 보세요. 건강이나 일터에서의 목표, 가족 혹은 친구와의 관계 등 그 어떤 것이라도 좋습니다. 여기에서는 한 수험생이 매일 계획한 학습 목표량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② Belidf, 신념 - 위의 사건을 떠올릴 때 여러분의 머리에 스쳐가는 부정적인 생각들을 포착해 봅니다. “난 끈기가 부족하구나.” “머리가 나쁠지도 몰라.” 등의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감정을 과장하거나 왜곡하지 않고, 가능한 한 솔직해지는 겁니다.

③ Consequences, 결과 - ②의 부정적인 신념이 어떤 결과를 야기했는지 생각해 봅니다. 스스로를 질타하는 말들로 인해 자신감이 하락하고, 시험에서 위축돼 좋은 결과를 받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④ Disputation, 반박 - ②의 신념에 반박을 제기합니다. 열심히 수업에 집중했던 시간들, 비록 학습 목표량은 채우지 못했더라도 자습 시간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던 기억 등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혹은 좋은 성적을 받았던 쪽지 시험이나 과제를 생각해 볼 수도 있지요.

⑤ Energization, 활력 - 이처럼 부정적인 신념에 이의를 제기한 뒤 어떤 기분이 드는지 집중해 보세요. 열심히 노력했던 자신을 떠올려 본다면 다시 의욕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전에 생각했던 것만큼 절망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으므로, 목표를 위해 계속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이 생깁니다.

 

이러한 사고의 과정은 단숨에 이뤄지지 않습니다. 부정적인 신념에 잠식되어 반박을 떠올리지 못할 수도 있고, 자신이 구체적으로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구별해 내는 것조차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 한 가지 사실에 집중해야 합니다. 비록 여러분이 지금은 낙관적인 사람이 아닐지라도, 학습과 연습을 통해 바뀔 수 있다는 사실에 말이지요. 셀리그만의 ABCDE 학습법을 참고하셔서 보다 낙관적인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강남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우경수 원장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남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대구가톨릭대병원 의과대학 학사 , 석사
대구가톨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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