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나를 태우는 또 다른 나 (22)
[정신의학신문 : 대한불안의학회 서호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스스로 불안을 견딜 수 있는 능력
범불안 장애는 아이들에게도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발달과정에서 불안을 적절하게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부모가 도와줄 수 있다. 적절한 좌절, 불안, 스트레스는 아이가 정신건강을 잘 유지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되는 요소다. 온실 속의 화초가 아닌 부모의 관심 하의 적절한 비바람을 맞으며, 스스로 비바람을 잘 견뎌낼 수 있게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아이들을 양육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범불안 장애 환자는 스스로 불안을 견딜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범불안 장애 환자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무엇일까? 어떻게 불안을 견디는 능력을 키울 수 있을까?
범불안 장애 환자의 불확실성
범불안 장애 환자가 보이는 특징적인 양상으로는 불확실함을 잘 참지 못한다는 것에 있다. 즉 항상 확실한 것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진료실에서 범불안 장애 환자가 보이는 일화로 이야기해볼 수 있겠다.
진료를 마치면 환자에게 마지막으로 할 말이나 질문을 받는다. 범불안 장애 환자는 진료가 끝나고 진료실을 나서자마자 10초, 20초도 안 돼서 다시 방문하는 경우가 잦다. 문을 닫는 동시에 불확실한 여러 요소가 떠올라 다시 몇 가지 질문을 하여 확신을 얻고 싶은 것이다. 심할 경우 두세 번 다시 문을 열고 들어와 질문하는 경우도 있다. 범불안 장애의 증상은 꼭 정신과 진료실에서만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내과나 다른 외과 병원에서도 진료가 끝난 후, 다시 들어와 의사에게 같은 질문 혹은 새로운 질문을 하여 확인받고자 하는 일이 있다. 그러한 경우 범불안 장애의 증상으로 의심할 여지가 있다. 이러한 행동은 불확실한 것을 못 참기 때문에 발생한다. 범불안 장애 환자가 가지는 불확실함은 우울증 등 다른 불안 장애와 구별되는 특징으로 볼 수도 있다.
불확실성의 인내력을 키우는 방법
불확실성은 확실하지 않다는 불안에서 나온다. 따라서 불확실성의 인내력을 키우기 위한 그 첫 번째는 줄줄이 이어지는 불안의 고리를 끊는 것이다. 범불안 장애 환자가 겪는 걱정과 불안, 더 나아가 불확실성을 참지 못하는 양상을 끊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걱정과 불안은 오지 않을 미래, 과거에 대한 후회에서 온다. 각자의 내면에는 여러 가지 충동이 계속 끓어오르며,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 부정적인 생각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부정적인 사건을 겪을수록 더욱더 그러하다. 하지만 이러한 충동을 느끼지 않기 위해 생각과 감정을 꾹꾹 참아 누르거나, 부정적인 사건 자체를 회피한다고 불안이 궁극적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불안을 수용하며 견딜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불안의 고리를 끊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마음 챙김 명상이 있다. 마음 챙김 명상은 걱정, 불안, 갈등, 충동과 같은 것들을 자기 안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바라보는 훈련을 한다. 그 훈련을 통해 불안과 불안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불안은 수용할 수 있을 때 내려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게 불안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 불안을 그대로 바라본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것이 마음 챙김 명상 기법의 중요한 요소다.
명상은 마음 챙김을 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기술이다. 명상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근본적인 목표는 같다. 우리는 머릿속에서 많은 생각을 한다. 명상은 생각을 멈추는 것이며, 내 안에 끓어오르는 욕구와 격동하는 여러 감정 상태를 멈추는 것이다. 명상은 한자로 눈을 감는다는 뜻의 ‘명’을 쓴다. 즉 생각을 멈춘다는 뜻이다.
생각을 멈추기 위해서는 현재에 집중하여, 현재 그 자체에만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와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을 내려놓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현재에 집중하여 우리 안에 있는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면 저절로 내려놓을 수 있게 된다.
범불안 장애는 뇌의 신경전달 이상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약물치료의 도움을 크게 받을 수 있다. 항우울제와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약물을 투여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다른 불안장애와 마찬가지로 범불안 장애 또한 비약물적인 치료가 중요하다. 마음 챙김 명상 치료, 인지행동 치료, 바이오 피드백 치료가 범불안 장애에 있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전문적인 마음 챙김 명상 훈련을 받기 위해서는 혼자 하는 것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거나 그룹으로 함께 하는 것이 도움 되지만, 여건상 쉽지 않은 경우 일상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명상을 권유한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도 명상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밥을 먹을 때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음식을 먹는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그러하다. 음식에 집중하여 맛과 냄새, 씹고 삼키는 감각을 느끼는 것이다. 이러한 맛이 있었구나, 질감이 있었구나 등 몸에 느껴지는 여러 감각에 집중하는 게 명상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마음 챙김 명상은 범불안 장애는 물론 다른 불안 장애에도 효과적이다. 명상 방법을 익혀 우리의 삶에 적용한다면 수많은 걱정과 불안을 다스릴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마음 챙김 및 명상 방법에 도움 될 수 있도록 불안 연재 칼럼 링크를 첨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