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나를 태우는 또 다른 나 (21)
[정신의학신문 : 대한불안의학회 서호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범불안 장애는 다른 공존 질환을 가지는 위험성에도 그 원인이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다. 사소한 일상에서 느낀다는 점으로 스트레스와 혼동하기도 한다. 물론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하다는 데서 범불안 장애와 스트레스는 공통분모를 지니며 서로 영향을 미친다. 이번 회차에서는 범불안 장애의 원인을 다양한 요인으로 살펴보고, 스트레스와 함께 어떻게 다루면 좋을지 이야기해보자.
범불안 장애의 원인
범불안 장애는 뚜렷한 발생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으나, 생물학적인 원인과 심리 사회학적인 요인이 함께 작용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생물학적으로 보면 범불안 장애는 다른 정신 질환과 마찬가지로 결국 뇌의 기능 문제다. 뇌의 신경전달 체계 기능 이상, 특히 대뇌에 있는 벤조디아제핀 복합제, 세로토닌, 더 나아가 노르아드레날린 신경전달 체계에서 기능 이상이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신경전달물질 체계와 연관된 약물을 통해 치료 효과를 보인다.
범불안 장애는 대게 청소년기 후반에서 성인 초기에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진단 자체는 중년기에 제일 많이 진단된다. 그러한 이유는 무엇일까? 범불안 장애는 고려 대상 자체에서 종종 벗어나곤 한다. 또한 그런대로 적응하여 살아나가기 때문에 심각한 우울증, 알코올 등의 물질 남용, 심각한 불면증이 나타나기 전까지 정신과를 찾지 않는다. 실제 발병 시기와 진단 시기가 다른 이유다. 통계로 보았을 때, 범불안 장애 환자는 첫 발병 후 1년 이내에 정신과를 내원하여 진단받고 치료하는 경우가 불과 1/3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많은 경우 5년에서 10년 이상 고통받다가 뒤늦게 진단받고 치료가 시작된다.
심리적인 요인으로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인지 행동적인 원인과 정신 분석학적 요인이 그것이다. 정신분석 이론은 프로이트의 이론에서 유래했다. 불안을 해결되지 않은 무의식적 갈등으로 접근한다.
인지행동 이론은 환경의 부정적인 요인에 대한 선택적 주의, 정보처리 과정의 왜곡, 사고의 경직성, 부정적인 사건에 대해 너무 집착하는 경향 등을 말한다. 자신의 대응 능력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으로 인해 위험을 부정확하고 부적절하게 인지하기 때문에 불안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인지행동 이론을 심리․사회적인 요인으로 생각해보자. 우리는 부정적인 사건을 바라볼 때 선택적으로 집착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내과에 갔다고 하자. 속이 조금 쓰려 내과에 방문하여 진찰을 받았는데, 의사 선생님이 이렇게 말한다. ‘단순한 복통일 수도 있지만, 심한 경우 위암일 경우도 있습니다. 내시경을 한 번 해봅시다.’ 이러할 경우, 범불안 장애 환자는 자신에게 일어날 경우의 확률로 가장 높은 위험을 짚는다. 흔한 위험을 생각하기보다 부정적인 사건에서 제일 안 좋은 경우에 대한 걱정에 빠지는 것이다.
또한 여러 가지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많은 왜곡을 보이기도 한다. 한 가지 사건을 바라볼 때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그 안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며 알지 못하는 원인이 있다는 식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객관적이고 상식적인 시선에서 점점 벗어나게 된다. 이처럼 범불안 장애 환자는 사건이나 상황을 부정확하고 부적절하게 인식 및 해석하는 경향이 많다.
스트레스와 범불안 장애 - 어떻게 받아들이고 다루는가
만성적이고 과도하게 느낀다는 특징은 ‘범불안 장애’와 ‘스트레스’ 모두 지니고 있는 부분이다. 범불안 장애가 다른 불안 장애의 시작이 되는 것처럼,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불린다. 그렇다면 도대체 스트레스란 무엇일까? 같은 사건을 두고 어떤 사람은 스트레스받아 힘들어하지만, 어떤 사람은 별 일 아니라며 넘어가는 경우는 무슨 차이로 생겨나는 것일까?
스트레스에 가지는 이러한 의문은 불안, 범불안 장애에도 똑같이 해당한다. 음식물을 먹었을 때 소화하는 능력과 시간이 저마다 다르다. 여기서 음식물을 스트레스 혹은 불안으로 대체해 생각하면 쉽다. 중요한 점은 우리에게 벌어지는 여러 사건, 사건에서 발생하는 불안과 스트레스를 어떻게 잘 소화하는가이다.
스트레스는 부정적인 사건만을 말하지 않는다. 긍정적인 사건 또한 스트레스로 작용하게 되는데, 여성의 임신과 출산 과정을 예로 들 수 있다. 또한 결혼 준비를 할 때를 생각해보자. 결혼은 긍정적인 사건이지만,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 있어 스트레스가 작용하지 않은 이는 없을 것이다. 입학, 졸업, 취직, 승진, 더 좋은 집으로의 이사와 같이 말이다. 범불안 장애의 바탕에는 ‘불안’ 그 자체가 있다. 준비를 하거나 성장하기 위하여 불안이 꼭 필요한 요소인 것은 어쩌면 지금 예로 든 스트레스와 비슷하지 않은가?
불안과 스트레스를 살면서 느끼지 않을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다루는가에 있다. 어떤 사람은 조금만 과식해도 속이 아파서 힘들어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소주 두세 병을 먹고도 탈이 나지 않는다. 소화 능력은 우리가 노력해서 다루는 데 한계가 있지만, 스트레스와 불안은 어떻게 잘 소화하는가 각자 자신에게 달려있다.
범불안 장애와 스트레스는 비슷한 면이 많아 혼동될 수 있지만, 범불안 장애는 하나의 질환이다. 사소한 부분에도 너무 과한 걱정을 하는 것, 근육 긴장, 불안, 초조 증상을 주 증상으로 하는 정신 장애의 일종인 것이다. 이와 달리 스트레스는 우리가 살면서 일반적으로 광범위하게 자극받는 여러 상황을 말한다. 그렇다면 과도한 스트레스와 범불안 장애 상태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우리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불안해지기도 하고 우울해지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반응을 겪는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아 생기는 걱정과 불안은 시간적인 요소가 작용한다면, 범불안 장애 환자가 느끼는 걱정 및 불안은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한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대게 3개월에서 6개월 이상 불안과 걱정이 지속하며, 스트레스하고 관계없이 나타나기도 한다. 스트레스로 작용할 상황이 아님에도 사소한 부분에 지속하여 걱정하고 불안이 나타나는 현상을 범불안 장애로 볼 수 있다.
범불안 장애, 밤낮없이 켜져 있는 스위치
스트레스와 더불어 신경쇠약 또한 범불안 장애와 혼동되기도 한다. 불안장애 환자가 오랫동안 겪는 불안 때문에 에너지가 소진되어 신경쇠약을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경쇠약은 오히려 우울증과 더 가깝다. 범불안 장애는 걱정과 불안으로 인해 계속해서 각성 상태를 겪는다. 따라서 범불안 장애를 스위치에 비유하기도 한다. 우리 방 안의 전등 스위치를 생각해보자. 해가 지고 밤이 되면 스위치를 켜고, 자기 전에는 스위치를 꺼야 한다. 또한 전등이 필요 없는 밝은 낮이 되면 스위치를 끈다. 하지만 범불안 장애 환자는 한번 켜진 스위치를 좀처럼 끌 수 없다. 계속 스위치가 켜져 있는 상태 즉, 과 각성 상태를 말한다. 다른 질환과 범불안 장애를 구분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이것이다. 걱정하고 불안하고 초조한 상태가 얼마나 과하게 계속 지속하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