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박사 이광민의 [슬기롭게 암과 동행하는 방법] (13)

※ 온라인 미니 콘서트로 진행된 이번 토크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씨가 특별 출연해 이광민 박사와 대화를 나누고 멋진 연주를 들려주었습니다. 훈훈한 외모와 밝은 매력으로 클래식계의 아이돌이라 불리는 대니 구 씨는 실내악 연주자, 독주자, 오케스트라 악장 등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연주하고 있는 세계적인 음악가입니다. 연주는 링크된 동영상을 통해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이광민: 여러분, 대니 구 씨를 모시겠습니다.

대니 구: 안녕하세요? 대니 구입니다. 이렇게 좋은 선생님과 멋진 분들이 모인 자리에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반갑고 기쁩니다.

 

이광민: 제가 예술을 업으로 하지는 않지만, 제가 진료실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그분의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도 일종의 예술의 과정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실제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음악가로서 생각하는 예술의 의미랄까 예술에 관한 정의 같은 게 있을 것 같은데요?

대니 구: 예술이 단순히 듣고 보기에 좋은 것만을 추구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제가 공연장에 가면 예를 들어 열 명의 청중이 있든지 몇천 명의 청중이 있든지 상관없이 ‘내가 오늘 이 사람들의 좋은 친구가 되어줄 수 있겠다.’, ‘어떤 사람한테는 힐링을 줄 수 있겠다.’ 그리고 ‘어떤 사람한테는 희망을 줄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을 하거든요. 이런 마음으로 음악으로 소통하고 같이 공감하고 느끼는 게 바로 제 직업이고 예술인 것 같아요. 

 

이광민: 본인 스스로 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메시지를 던져주는 역할도 하는군요? 

대니 구: 그렇죠. 제가 하는 바이올린 연주에는 가사가 없잖아요? 그래서 듣는 사람마다 자기만의 가사를 쓸 수 있고, 똑같은 음악을 들으면서도 각자 자기만의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이광민: 똑같은 예술이라는 형태를 가지고도 사람들의 삶에 따라 각각 부여되는 의미가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대니 구: 그럼 이쯤에서 한 곡을 연주할까요? 이탈리아 작곡가 푸치니의 오페라 <잔니 스키키>에 나오는 아리아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O mio babbino caro)’라는 곡입니다. 곡을 자세히 설명하자면 리누치오와 사랑에 빠진 딸 라우레타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할 수 없다면 차라리 죽어버리겠다고 아버지 잔니 스키키에게 매달려 호소하는 노래입니다. “아빠, 리누치오와 결혼할 수 없다면 저는 베키오 다리로 달려가 아르노 강에 빠져 죽어버릴 거예요. 그러니 아빠, 제발 저희를 도와주세요!” 아빠를 설득시키기 위해 부르는 노래죠. 연주를 들으시면서 여러분들 마음에 어떤 메시지나 단어가 떠오르는지 연주가 끝날 때 적어보고 같이 나누는 것도 좋겠습니다.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O mio babbino caro)’ 연주>

 

 

이광민: 멋진 연주 감사합니다. 저는 연주를 들으며 ‘가을’이 떠올랐습니다. 음악 자체가 약간 무겁기도 하면서 가을의 쓸쓸함 같은 게 느껴지네요. 가을이라고 하면 낙엽도 있고 왠지 모를 아쉬움과 약간의 희생 같은 것들도 있지만, 그 결과로 결실이 있잖아요? 저마다 열매 맺음이 있듯이 우리가 뭔가 아픔이 있고 슬픔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아픔과 슬픔을 통해서 얻게 되는 그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이런 느낌들이 전달됐던 것 같아요.

대니 구: 그렇군요. 두 번째로 들려드릴 곡은 엔니오 모리코네라는 작곡가이자 영화 음악가가 만든 1994년 영화 ‘러브 어페어(Love Affair)’의 OST 곡입니다. 마이크 갬브릴이라는 남자가 호주행 비행기를 탔는데, 그 안에서 테리 맥케이라는 아름다운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그들이 탄 비행기는 갑작스러운 엔진 고장으로 조그만 섬에 비상 착륙하게 되죠.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두 사람 다 약혼자가 따로 있다는 겁니다. 과연 이들의 사랑이 이루어질까요, 아니면 이루어지지 않을까요? 궁금하면 직접 영화를 보시면 됩니다.

 

<‘러브 어페어(Love Affair)’ OST 연주>

 

 

이광민: 아, 뭔가 아련한 느낌도 들면서 감동이 물밀듯이 밀려듭니다. ‘고잉 온 토크’는 암이라는 질병 앞에 대처하고 있는 분들이 서로 공감하고 나누고 소통하고자 만들어진 모임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여러분께 항상 긍정적인 에너지와 메시지를 전달해주고 싶었는데, 오늘 대니 구 씨 연주를 통해 이런 것들이 정말 잘 전달된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고잉 온 캠페인’은 대한암협회와 올림푸스한국에서 암 경험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사회 복귀를 지원하기 위해 기획한 프로그램입니다. 그중 ‘고잉 온 토크’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광민 박사와 암 경험자가 만나 일상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을 공유하면서 현실적이고 긍정적인 대처법에 관해 대화를 나누고, 암과 관련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온라인 소통 채널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영상 내용을 정리해 연재합니다.

암 경험자들의 사연과 고민을 보내주시면 ‘고잉 온 토크’ 영상과 글을 통해 다루면서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의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goingon.talk@gmail.com)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마인드랩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경북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박사,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교수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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