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박사 이광민의 [슬기롭게 암과 동행하는 방법] (15)
[정신의학신문 : 마인드랩 공간 정신과, 이광민 의학박사]
이번 주제는 ‘수면’입니다. 아마 이 주제가 반가운 분이 있으실 겁니다. 애타게 잠을 원하는 분도 있으시고 어떤 분은 자려고만 하면 괴로운 생각부터 떠오르죠. 자려고 노력하는데도 잠이 오지 않아 고생인 분들께 어떤 도움을 드릴 수 있을지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누구나 일생에 한 번 이상은 불면증을 경험합니다. 통계적으로는 전 인구의 30% 정도가 잠을 잘 자지 못한다고 하죠. 그중에서 약물치료를 해야 할 정도로 병적인 수준의 불면증이 있는 분들은 30%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2~3일에서 일주일 정도,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잠이 오지 않는 경험을 하셨던 분들은 훨씬 더 많을 겁니다.
스트레스가 많고, 신경 쓸 일이나 가슴 아픈 일이 있으면 편안하게 충분한 수면에 들기 힘듭니다. 마음속에서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이 들고, 짜증이 나기도 하고, 분노가 생길 수 있잖아요. 그러면 당연히 잠을 못 자게 되지요. 우리가 일상생활 중 힘든 일이 있을 때 잠을 못 자는 건 일정 부분 정상 반응입니다. 물론 그러한 상황에서 벗어났음에도 계속 잠을 못 잔다면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하겠죠.
암과 수면에 관한 이야기로 들어가 볼까요?
몸이 불편하면 불면증이 잘 옵니다. 수면은 우리의 신체 건강, 신체 회복, 신체 면역기능에 중요한 요소입니다. 암을 예방하거나, 더 진행되는 것을 막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수면이 중요할 수밖에 없지요. 실제 유방암 환자의 항암 치료 부작용 가운데 대표적인 것으로 오심과 구토가 있는데, 수면의 질이 나쁠수록 이러한 부작용을 훨씬 더 크게 느낀다고 합니다.
또한, 일주기 리듬이라는 게 있습니다.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 등으로 말하는 게 바로 이것이지요. 저녁형 인간의 경우 아무래도 수면에 대한 질이 낮을 가능성이 훨씬 더 커서, 항암 치료 이후에 여러 가지 부작용을 흔히 느낀다고 합니다. 본인이 자고 싶은 시간에 반복적으로 못 자는 것, 일주기 리듬에 맞지 않는 생활을 할 때도 유사한 어려움을 겪습니다. 예를 들어, 저녁형 인간인데 회사 일 때문에 혹은 사회적인 상황 때문에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반대로 아침형 인간인데 육아나 가사노동, 혹은 외부의 일 때문에 계속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게 되는 분들도 있지요. 이 같은 경우 자신의 일주기 리듬에 맞지 않는 수면 패턴을 가지게 됩니다.
유방암 환자 가운데, 본인에게 맞지 않는 수면 패턴을 가지고 있는 분들은 재발의 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 있습니다. 즉, 본인의 수면 패턴에 맞는 수면습관을 가지는 것,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한 과정은 암을 극복하고 잘 치료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좋은 수면을 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잠을 잘 자지 못하는 이유를 찾아보면 좋겠어요. 결국에는 불면의 원인을 찾고, 잠을 못 자는 이유를 해소하는 것이 불면증을 치료하는 방법입니다.
불면의 원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습관’입니다. 수면습관은 우리 뇌의 송과체에서 나오는 멜라토닌이 어떻게 분비되는지에 따라 만들어집니다. 그 때문에 수면습관을 잘 갖추기 위해서는 수면 패턴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자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을 항상 일정하게 맞추려고 노력하다 보면, 그 시간에 맞춰 수면 패턴이 하나의 습관을 형성하게 됩니다. 이 습관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합니다. 자는 시간과 깨는 시간이 불규칙적으로 계속 바뀐다면, 즉 수면습관이 깨지면 불면증이 찾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불면증을 치료하는 데 있어서 가장 첫 번째 원칙은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정한 시간에 깨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물론 잠드는 시간은 통제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적어도 일어나는 시간은 알람을 맞춰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불면에 있어서 적어도 일정한 시간에 자려고 노력하는 것, 그리고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는 것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불면의 두 번째 원인은 교감신경과 관련이 있습니다. 자율신경계 안에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 두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교감신경’은 소위 말해 우리 신경계에서의 전투 모드입니다. 위급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 몸이 가지고 있는 준비 태세인 거죠. 따라서 교감신경이 항진되면 몸에 열이 오르고,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호흡이 가빠지지만, 소화기관은 기능이 떨어집니다. 위급한 상황을 대처하기 위한 부분만 다 항진이 되고요. 그 외 부분은 누르는 거지요. 반면에 부교감신경은 정반대입니다. 부교감신경은 신체를 이완시키고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어 생각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나도 모르게 평상시에 교감신경이 항진된 분은 만성적인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분들은 항상 긴장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서, 스트레스 요인에서 벗어나 있는 상황에서도 교감신경이 항진되어 있습니다. 교감신경 항진 증상이 자려고 하는 시간에도 유지된 상태라면 당연히 수면에 장애가 되겠죠. 교감신경의 반대인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야 잠을 잘 잘 수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잠을 자려고 할 때 어떻게 교감신경이 항진되는 것을 낮출 수 있을까요? 물론 약물치료를 하는 방법도 있지만, 우리 생활 속에서 대표적인 것으로는 이완 요법이 있습니다. 교감신경을 낮추고 부교감신경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서 즉, 우리 몸의 긴장 상태를 풀려는 노력입니다. 요가에서 여러 호흡 요법이나 자세가 이에 해당합니다. 또한, 자기 전에 카페인 없는 따뜻한 차를 마시는 것, 잠을 자기 전에 반신욕을 하는 것 또한 교감신경을 낮추고 부교감신경을 높이기 때문에 수면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 ‘고잉 온 캠페인’은 대한암협회와 올림푸스한국에서 암 경험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사회 복귀를 지원하기 위해 기획한 프로그램입니다. 그중 ‘고잉 온 토크’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광민 박사와 암 경험자가 만나 일상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을 공유하면서 현실적이고 긍정적인 대처법에 관해 대화를 나누고, 암과 관련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온라인 소통 채널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영상 내용을 정리해 연재합니다.
암 경험자들의 사연과 고민을 보내주시면 ‘고잉 온 토크’ 영상과 글을 통해 다루면서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의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goingon.talk@gmail.com)
※ ‘고잉 온 토크’ 강의 직접 듣기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박사,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교수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겸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