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한명훈 광화문 숲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현재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20대 청년입니다.
저는 속에 화가 많고 작은 일에도 화가 자주 나는데요, 화가 나면 이성적인 판단이 잘 안 되는 편입니다. 하지만 그 화를 물건을 던지거나 남을 때리는 등의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고 대신 꾹꾹 누르면서 삭이는 편이에요. 그래서 저 자신이 폭발 장애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어요. 인터넷 자가진단에서는 화가 행동으로 드러나야만 폭발 장애라고 하고...
선생님들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실지 의견을 듣고 싶어 질문 남겨봅니다.
답변)
화가 나면 마음에 느껴지는 불편감과 충동이 심하고 이성적인 생각이 잘 안 되는 정도이시군요. 질문자님은 이런 자신의 모습에 대해 고민이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부분이 정신과적 장애인지에 대해서도 궁금하시고요.
정신장애의 진단이 존재하는 이유는 공통된 기준을 가지고 의학적 판단과 치료 지침을 마련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정신과적 진단의 틀 안에 맞추어 생각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많답니다. 왜냐하면, 다른 의학적 진단과 달리 마음의 문제는 명확한 지표가 아직 없기 때문입니다. '분노가 조절이 안 된다.'는 한 가지 현상에서도 다양한 원인과 마음의 이야기, 그리고 뇌 안의 작용이 다양합니다. 따라서 질문자님이 말씀해주신 부분만으로는 명확하게 말씀드리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랍니다.
질문자님께서도 알고 계시듯, 현재 있는 진단기준으로 설명드리면 기물을 파손하거나 타인에게 해를 입히는 정도가 아니라면 폭발 장애로 진단을 하지는 않습니다. 정신장애의 진단에서 사회적, 직업적으로 어려움이 심한지가 가장 중요한 만큼 정해진 진단기준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질문자님의 괴로움과 감정 조절이 잘되지 않는 부분으로 인한 불편감이 작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원하지 않는 마음의 요동은 스스로에 대한 통제력 상실을 의미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의도치 않게 어려움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이런 마음의 어려움들은 혼자서는 해결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전문가와의 동행을 통해 도움을 받으시는 것을 권유드립니다. 감정 조절이 힘든 것에 대한 인지 행동 치료적 접근 또한 마음의 근육과 통제력을 길러보는 방법도 있고, 마음의 분노에 대한 무의식적 내용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는 방법 또한 있습니다. 감당할 수 없는 어려움이 지속된다면 이에 대해 전문가와의 상담을 받으시고 감정 조절 혹은 충동 조절과 관련된 약물치료로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습니다.
* 분노의 상황에서 대처해볼 수 있는 실제적인 방법입니다.
1. 감정적으로 화가 나거나 충동이 일어난다고 느끼는 지점을 포착한다.
2. 상황에서 벗어나거나 대화를 잠시 중단한다.
예) 상대에게 양해를 구하고 자리를 잠시 벗어납니다.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는 것도 좋습니다.
(1과 2가 가장 중요한 지점입니다. 화가 일어나는 시점에서의 신체 감각이나 반복되는 반응을 포착하는 연습이 도움이 됩니다.)
3. 마음으로 천천히 1부터 10까지 숫자를 센다.
4. 충동이 조금 가라앉는다면 심호흡을 한다.
(심호흡의 경우 이완요법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1) 호흡을 가슴이 아닌 배로 한다고 생각하고 숨을 들이쉰다.
- 너무 깊은숨을 쉬지 말고 편안한 정도로 한다.
2) 숨을 들이마시면서 마음속으로 천천히 셋을 세고,
잠시 멈추고 둘을 세고,
숨을 내쉬면서 천천히 다섯을 센다.
(숫자를 정확히 세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천천히 한다는 것에 집중합니다.)
3) 호흡을 하면서 신체의 부위를 마음의 눈으로 보면서 위축된 부분을 이완시킨다.
4) 모든 부위가 이완되었다면 다시 호흡에 집중하고 이를 5~10분간 반복한다.
* 위 상황을 따라 하기 어렵다면 유튜브에서 명상과 호흡법을 검색하시고 이어폰으로 들으면서 하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공주국립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한별,혜강병원 진료원장
서울병무청 정신건강의학과 제 1 병역판정전담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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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받은 것 같아요. 매번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그동안 고민하던 문제가 풀린 것 같아요. 제가 뭘 잘못했는지도 돌아보게 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