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한명훈 광화문 숲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현재 부모님과 같이 사는 대학생입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는데 집에 누군가 들어오는 게 너무너무 싫고 생각만 해도 스트레스받네요. 딱히 친구관계도 원만한 편인데 살면서 친구를 집에 데려와 본적도 손에 꼽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친구 집에 가는 걸 싫어하냐? 딱히 또 그런 것도 아닙니다 그냥 부르면 가는 수준입니다. 부모님 제외하고 이모나 고모 같은 친척분들도 그렇고 배달 같은 게 와도 거의 현관 앞에서 받으려 합니다. 누군가 집에 와서 저한테 딱히 말을 안 거셔도 제가 보지 못해도 그냥 집에 부모님을 제외한 다른 누군가가 들어온다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고 힘겹습니다. 그거 때문에 자취를 하겠다고 말씀드린 적도 있고. 부모님께서는 제가 좀 너무 극성 아니냐고 하시는데 제가 좀 이상한 건가요?
답변)
안녕하세요 광화문 숲 정신과 한명훈입니다.
집에 누가 오는 것이 불편하고 스트레스받는 것에 대해 고민이 되시는군요.
부모님을 제외한 사람에게서 특히 그런 기분과 느낌을 느끼시고요.
부모님이 이에 대해 뭐라고 판단과 평가하는 말을 들으면, 내가 정말로 유난스럽거나 이상한 것은 아닌지 생각도 들었겠네요.
하지만 누군가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질문자님의 마음이 이상하거나 극성스러운 것은 아니랍니다.
질문자님을 만나 뵌 것도 아니고 이야기를 나누어본 것도 아니기에 세세하게 그 마음을 가늠할 수는 없겠으나, 일반적인 부분을 말씀드려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참고가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 마음이라는 것은 여러 가지로 표현이 됩니다. 성격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감정과 생각으로 표현되기도 하죠. 그리고 드러나는 부분은 상징적인 의미를 내포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특히 집이라는 공간은 자기 자신의 영역과 경계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HTP라는 심리 검사에서 집, 나무, 사람 그림을 통해 마음을 투영해보기도 하는데요. 이때 집은 우리 마음 상태를 주로 반영해줍니다.
집이라는 공간은 나의 마음의 경계를 의미할 수 있습니다. 그런 집에 누군가 들어온다는 것은 누군가 나의 마음의 경계를 침범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답니다. 부모님의 경우 친밀하고 안전하다고 느끼기에 덜 불편하지만, 그 이외의 사람의 경우 불편하거나 싫은 느낌으로 경험될 수 있는 것이지요.
혹은 부모님은 이미 집 안에 살고 있기에 불편하지 않다고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혹시 질문자님의 방과 관련해서는 어떤지 궁금해집니다.
사춘기에 부모님들이 방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이와 관련하여 부모 자식 간의 갈등이 벌어지는 상황이 종종 있지요. 사춘기에는 부모님의 그늘을 벗어나 마음의 경계를 공고히 하고 정체성을 형성하는 기간이기에 더욱 이에 민감해집니다.
내가 혼자 사는 집이 없는 경우에 부모님과 함께 사는 집 안에서는 '내 방'이 내 마음의 경계가 되어서 방에 들어오는 것이 불편해집니다. 사춘기에 청소년들이 부모님을 방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부모님들은 이를 존중하고 조심해야 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랍니다.
질문자님의 마음 안에서는 침범받는 부분에 대해 불편해지는 이야기가 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생각해보게 됩니다. 만약 이와 같은 이야기가 마음 안에 있는 것이라면 이후에 내 마음의 변화에 따라 이후에는 다른 사람이 오는 것이 덜 불편해지는 순간이 오기도 하고, 혹은 부모님 또한 집에 오는 것이 불편해지는 순간이 올 수도 있습니다.
이런 드러나는 상황은 내 마음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이상하고 고쳐야 하는 것으로 보기보다는 내 마음의 이야기가 무엇인지 들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