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삼성 마음숲 정신과, 김재옥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몇 가지 궁금한 것이 있어서 글을 작성합니다.     

 

1. 불안하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숨쉬기가 어려워져요. 기도가 막히는 듯한 느낌이 있고, 명치 쪽도 뻐근합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나 사람들의 기대로 인한 부담, 오늘 누군가에게 말을 잘못한 것 같다거나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하다 보면, 정말 기도가 막히는 느낌이 들면서 숨쉬기가 어려워지는데 이게 무슨 증상인지 알고 싶어요. 심지어 지금 이 글을 적는 와중에도 숨이 막혀요. 아마 제 문제들을 나열하고 있어서겠죠?     

너무 자주 그러다 보니 이젠 불안하지 않을 때도 그럽니다. 엄청 심한 건 아니지만 신경이 쓰이고 불편하고 답답하고 이 느낌이 너무 싫어요. 숨을 들이쉬면 괜찮아지는데, 그렇지 않을 때도 많고요. 애착이불을 가지고 있으면 좀 나아지는 기분이 들기도 해요. 그리고 아주 느리지만 조금씩 심해지고 있어요. 이럴 때마다 호흡기 같은 걸로 공기를 확 넣어버리고 싶네요.     

2. 그리고 제가 스무 살인데 아직도 어릴 때 가지고 자던 애착이불을 가지고 자는데 솔직히 없으면 잠을 못 잘 것 같아요. 자다가 품에서 없어지면 바로 깹니다. 안 깬 적은 없어요 이건 무슨 증상인가요 혹시 문제가 될까요    

3. 제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났거나 아니면 누군가와 싸웠거나 화가 날 때마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그런 화가 나는 감정들을 잊어버리거든요. 근데 제 몸이 일부러 그렇게 까먹게 하는 것 같아서요. 계속 생각하면 스트레스만 받고 하니까 회피하려는 것 같아요. 혹시 이것도 문제가 되나요?     

4. 이건 그냥 혹시나 해서 여쭤보는 건데요 제가 뭐 상상할 때? 그럴 때마다 제가 아파서 누군가(친구나 연인이나)가 돌봐주는 그런 내용을 많이 생각했거든요. 솔직히 말하면 그게 전부였지만요. 혹시 이런 내용을 생각하는 게 뭐 애정결핍 같은 문제인가요?          

 

사진_pexel
사진_pexel

 

답변)

 

안녕하세요, 삼성 마음숲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재옥입니다.     

 

현재 말씀하시는 것들의 대부분이 불안과 관련 있습니다. 특히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불안이 늘 함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네요. 아이일 때는 부모님의 존재가 절대적입니다. 혼자서 밥을 먹을 수도, 배변 처리를 하지도 못하기 때문에 삶이란 곧 부모님이죠. 동시에 현실을 인지하는 능력, 내 눈앞에 보이지 않아도 세상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개념 등이 미숙하기에, 부모님이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큰 충격을 받게 됩니다. 내 삶이 곧 무너질 것이라는 극심한 불안을 느끼죠.     

하지만 부모님 역시 현실 속 인간이기에 아이 곁을 떠나는 순간들이 존재합니다. 이 시간을 견디기 위해 아이는 애착이불을 활용합니다. 부모님의 향기가 묻어 있는, 자신의 편함과 관련이 있는, 포근하게 감싸주는 애착이불은 눈에 보이지 않는 부모님의 역할을 대신합니다.     

성인이 되면서 나를 돌봐주는 부모님이 내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됩니다. 인지 능력이나 개념의 발달과 더불어, 언제나 부모님이 되돌아와 나를 달래줬기에 그런 부모님의 모습이 마음속으로 들어오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점차 자신의 고통을 스스로 견디고 이겨나갈 수 있게 됩니다. 이 시점에는 애착이불이 더 이상 필요가 없어지지요. 대신 마음속에 있는 '나를 돌봐주는 부모님 또는 사람'의 이미지는 종종 상상으로 구현되곤 합니다. 흔히 말하는 상상 친구죠. 이 상상 친구 역시 자신의 역할이 다 하게 되면 추억 속으로 사라집니다.     

사람에 대한 부담을 가지고 있다는 말은 결국 타인이 나를 부정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믿는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믿음이 과거에는 실제였겠지만, 현재는 실제일 수도 있고 질문자분의 오해일 수도 있죠. 이것이 오해라 한들 질문자분에게는 실제처럼 느껴지기에 부담이 되고 불안을 만드는 듯합니다. 여기에 더해 불안을 스스로 달래는 능력이 충분치 않기에, 애착이불이나 상상친구의 도움으로 힘든 현실을 견디고 있는 듯하네요.     

 

애정 결핍은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거의 모든 일들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애정만으로 전혀 모르는 두 사람이 연인이 되는 일이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며, 애정만으로 십수 년 결혼생활을 유지하던 부부가 이별을 선택하니까요. 그래서 현재 질문자분을 설명하기에 애정 결핍이라는 단어를 선택할 수는 없을 듯합니다. 대신, 사랑이 필요할 때, 적절한 사랑을 받지 못하셨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네요.     

과거에 받았어야 하는 사랑을 현재 받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현재 받을 수 있는 사랑을 발견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가능한 일입니다. 이런 사랑과 사랑으로 회복되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 현재 겪고 있는 불안을 치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혼자서 충분한 시간을 고민하시고, 도움이 필요하다면 주변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는 것도 도움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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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삼성마음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국립공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저서 <정신건강의학과는 처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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