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삼성 마음숲 정신과, 김재옥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군대도 다녀오고 이번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20대 중반 청년입니다.
제 성격은 소심하고 조용한 성격인데요. 인간관계도 힘들었고 책이나 감성적인 드라마 대사나 말들을 정리해놓은 것들을 읽는 걸 좋아하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군대에서나 학교에서도 소심한 성격으로 뒤에서 보조하는 것을 좋아했으며 인간관계에 서툴러서 겉도는 느낌을 항상 받아왔고 친해지고 싶은데 방법을 몰랐습니다.
저는 전문대 유통/물류과를 나와서 입대 전과 전역 후 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경험을 쌓았습니다. 그곳에서 친구들과 같이 일하면서 제가 먼저 연락도 하고 먼저 말도 못 걸던 제가 먼저 장난도 치고 했습니다. 그러다 현재 중견기업 현장직에 취업을 하였습니다. 현재 업무는 그날 출고할 곳들을 전산에 올리고 명세서와 배차 표를 뽑아서 주고 지퍼백에 약품들을 담아서 포장해 주면 출고하는 건데요. 이번에 취직하면서 회사를 옮기고 나서 적응하기가 힘듭니다. 아르바이트하던 곳 바로 앞인데도 말이죠.
처음 면접 보러 갔을 때 면접을 보고 현장을 보여주는데 살짝 맘에 안 들긴 했습니다. 설마 한 번에 붙겠어? 했는데 합격이 됐습니다. 우선 다른 곳에 연락 온 곳이 없어서 출근한다고 했는데 군대 동기였던 형이 진짜 거기 갈 거야? 너무 성급한 거 아니야?라고 했는데 저보다 나이도 많고 공부도 잘했던 형이라서 지금은 그 형 말을 들을 걸 그랬나 싶습니다.
처음엔 숨쉬기도 힘들었습니다. 밥도 안 넘어갔고요. 밥 먹으면 체해서 집에 와서야 겨우 저녁을 조금 먹었습니다. 입사 7일째인 지금은 어느 정도 나아졌지만, 아직도 퇴사하고 싶단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습니다. 제가 일을 잘 못 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일이 힘들어도 원래 아르바이트하던 곳에 가서 친구들과 장난치고 싶고 거기서 일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현재 아르바이트하던 곳에도 취직했다고 말했던 상태고 친구들 친척들에게도 이미 소문이 난 상태라서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주말에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있는 게 제일 편하구요. 가슴이 답답합니다. 그냥 맘이 편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변)
안녕하세요, 삼성마음숲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재옥입니다.
답변이 늦어 현재 상황이 달라지셨을 수도 있을 듯합니다만, 작성해주신 글 기준으로 도움을 드리려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시간이 며칠 정도로 짧은 분들도 있고, 몇 개월일 정도로 긴 분들도 있습니다. 또 그 적응기에 겪는 고통의 크기도 천차만별입니다.
적응이란 새로운 일에 대한 적응과 사람에 대한 적응으로 나눌 수 있는데, 둘 중 하나라도 적응이 어렵다면 다른 하나도 적응이 함께 어려워지곤 합니다. 직장에서의 일과 사람은 서로 분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적응을 위해 힘듦을 견뎌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물론 직장 내 가혹행위 등 예외적인 상황이 있기는 하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1~2주 정도의 시간이 보통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 기간 이후에도 어려움이 지속된다면, 적응을 방해하는 원인을 파악해야 합니다.
적어주신 것처럼 숨쉬기 힘듦, 식욕 문제, 생각의 문제 등 적응이 되지 않아 이런 증상이 생기기도 하지만, 이런 증상 자체가 다시 적응을 막는 악순환이 더 큰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하신다고 하니 글로써 정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먼저, 증상 중 하나인 '숨쉬기 힘듦'을 적으시고, 그것과 관련된 감정을 옆에 적으시길 바랍니다. 보통 우울/불안/분노 중 한 가지 감정을 적게 되며, 다른 감정이 있다면 그것도 상관없습니다. 그다음은 그 감정과 함께 드는 생각을 적으시면 됩니다. 예를 들어 숨쉬기 힘듦, 감정은 불안인 경우 들 수 있는 생각은 '다른 사람이 나를 무시하는 것 같다' '여기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는 것 같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일을 못 할 것 같다' 이런 것들일 수 있겠죠.
생각까지 적으셨다면 그 생각이 진실인 이유 3개와 거짓인 이유 3개를 적으시면 됩니다. 논리적이든 비논리적이든 상관없습니다. 그렇게 이유를 3가지씩 적은 뒤 다시 처음에 적은 감정을 재평가하면 됩니다. 보통은 이 작업만으로도 우울/불안/분노 등 나를 힘들게 하는 감정이 줄어들어 있습니다.
왜냐하면, 증상과 감정이 연결되어 있고, 감정과 생각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같은 증상이라도 원인을 알 때와 모를 때는 정서적 불편감이 완전히 다릅니다. 열이 나는 이유를 모를 때는 코로나 때문이 아닌가 하는 불안이 몰려오지만, 편도가 부어서 열이 났다는 것을 알게 되면 이런 불안은 사라지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삶이란 내가 무엇인지를 늘 탐색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무엇인지는 간단히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로 구성되며,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무수한 시도와 무수한 실패, 약간의 성공을 경험하게 됩니다. 결국 내 삶을 살기 위해서는 무수한 시도를 해야만 합니다. 한 번의 시도가 실패했다는 것의 의미는, 다음 시도에서 성공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하지, 삶이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많은 시도와 실패, 그리고 성공을 경험하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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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저서 <정신건강의학과는 처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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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경험까지 알려주셔서 더 와닿아요. 재옥쌤 짱!"
"정말 도움됩니다. 조언 들으며 자유를 느꼈어요. 실제로 적용해볼게요."
"늘 따뜻하게 사람을 감싸주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