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온안 정신건강의학과의원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어디서부터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모르겠어서 관련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는 얘기부터 할게요. 전 올해로 고3이 되는 수험생입니다.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가끔 꽤 긴 기간 동안 학교 급식을 먹지도 못하고 조금 먹으려 해도 뱉고 그랬어요. 그래도 집이나 다른 곳에서 먹는 것은 잘 먹어서 괜찮았죠. 그런 증상이 그 뒤론 한동안 없이 중학교를 잘 다녔어요. 그러다가 중학교 2학년 때쯤에 같은 증상이 생겼고 친구들이랑 밖에서 먹는 것도 잘 못 먹었어요. 근데 또 자연스럽게 괜찮아지고 2-3년 간 학교생활을 잘했어요.     

 

고1 후반 겨울쯤부터 문제가 심각해졌어요. 급식을 잘 못 먹는 건 몇 번 있던 거라 그냥 넘기려고 했어요. 근데 어느 날부터 어지럽고 밥 못 먹겠고 토하고 그런 게 엄청 심했어요. 침도 엄청 거품 껴서 잘 못 넘기고 침 삼키는 게 의식되니까 침도 못 삼키겠더라고요. 그러면서 학교에서 급식은 당연히 안 먹고 토나 설사를 자꾸 했어요. 학교에서 바지에 묻은 적도 있고 좀 너무 힘들었어요. 병원에서는 장염 같긴 하다는데 정확한 병이 뭔진 모르겠어요. 살도 10kg 좀 넘게 빠졌어요. 이게 한 2주 이상은 지속된 거 같네요.     

이것도 시간이 지나니까 괜찮아지고 나았는데 그때 이후로 좀 멀리 나가서 밥을 먹거나 그러면 몸이 너무 긴장되는 거 같고 토할 거 같고 어지러워서 먹지도 못하겠더라고요. 그리고 배가 완전 부르거나 가끔 트림하려 할 때마다 코를 꽉 누르고 그런 습관이 있었는데 이게 아직도 엄청 심해요. 좀 몸이 안 좋으면 코하고 근처 얼굴이 손톱자국에 새빨개져요. 그리고 급식도 그때 이후로 잘 못 먹어요. 그리고 예전 경험 때문에 밖에서 음식 먹는 게 꺼려지더라고요. 그거 때문에 나중에 이성친구를 만나거나 사회생활을 할 수는 있을지 너무 걱정되네요.     

 

증상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자꾸 몸이 긴장되고 트림이나 배부름이 있을 때 토하는 기억 때문인지 코를 세게 눌러요. 어제부터는 또 몸에 긴장이 많이 돼서 다시 이런 증상이 좀 있는데 내과를 가야 할지 고민이에요. 요즘 같은 시기에 아프면 안 되는데 또 이러네요.     

제 생각으로는 이런 증상들이 제 정신적 문제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할지 내과에 가야 할지 어떻게 극복할지 고민이에요. 도와주세요ㅠㅠ

       

사진_pexel
사진_pexel

 

답변)

안녕하세요 정신의학신문입니다.     

오랫동안 같은 증상으로 힘들어 오셨군요. 단순히 구역감이나 구토뿐만이 아니라 그런 증상 때문에 사회관계에서의 어려움까지 겪고 계시다니 이 문제가 질문자님에게 얼마나 힘든 짐일지 짐작이 됩니다.     

 

우선, 질문자님께서 이 문제를 굳이 이곳에 올려주신 이유는, 이게 정신적인 원인에 의한 것이라는 스스로의 느낌이 있으시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질문글 마지막에도 직접 말씀하셨다시피 말입니다.     

정신적인 질환, 심리적 스트레스는 분명 신체적인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몸과 마음은 결코 다르지 않으며 하나로 존재하기 때문에 몸의 문제는 마음에, 마음의 문제는 몸에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지요.     

실제로 질문자님과 같이 만성적으로 소화기 계통의 문제를 겪고 있는 분들 중 많은 경우가 심리적인 문제를 동반하고 있곤 합니다. 심리적인 문제 때문에 소화기 계통의 문제가 발생한 것이든, 아니면 잘 낫지 않는 소화기 계통의 문제가 일상생활을 무너트리면서 마음의 병을 만들어낸 것이든 간에 말입니다.     

따라서 지금 질문자님께서도 말씀해주시지 않은 마음의 괴로움 또한 많이 가지고 계시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또, 그 심리적 괴로움에 대한 전문적이고 자세한 평가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제가 가장 드리고 싶은 말씀은 그것이 아닙니다. 제가 가장 먼저, 그리고 강력하게 권유드리고 싶은 말씀은 일단 내과를 먼저 찾아가 보시라는 것입니다.     

오랜 기간 질문자님을 힘들게 한 구토와 구역감, 식욕부진이 정말로 소화기계의 기질적인 문제를 동반하고 있는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가장 먼저 필요합니다. 그래서 내과적 시술이나 처치, 치료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이 있는가에 대한 엄밀한 평가가 가장 먼저 필요합니다.     

그러고 난 다음에도 좋아지지 증상이 좋아지질 않는다면, 혹은 검사에 문제가 전혀 없다면 그것은 무엇 때문인지, 정말 마음의 문제인지 아닌지를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또 실제 문제가 있어 내과적 치료로 증상이 좋아지고 난 다음에도 여전히 남는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심리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해 볼 수 있습니다.     

 

굳이 이러한 순서를 강조하는 것은 마음의 질병을 들여다보는 방법과, 몸의 질병을 들여다보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말씀드렸다시피 몸과 마음은 분명 하나입니다. 각각의 병이 칼로 자르듯 구분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아직 마음을 들여다보는 의학의 눈은 다소 간접적입니다. 내시경이나 CT, MRI로 위장관을 직접 확인하고 처치하는 방법만큼 직접적이고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몸의 문제와 마음의 문제가 겹쳐서 드러나는 시점에 우리는 가장 직접적이고 명확한 검사와 치료를 우선해야 합니다. 조금 더 모호하고 간접적인 마음의 문제는 시간 순서상 그다음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오랜 시간 힘들어하셨지만 이렇다 할 진단이나 치료를 받지 못하셔서 더욱 그 아픔이 곪아왔을까 봐 걱정됩니다. 이곳에 이렇게 질문을 올리실 만큼 질문자님의 절박함이 느껴집니다.     

우선 빠른 시일 내에 오랜 시간 질문자님을 괴롭혀온 문제에 대해 자세한 검사를 받아보시길 권유드립니다.

 

 

*  *  *
 

정신의학신문 마음건강검사를 받아보세요.
(상담 비용 50% 지원 및 검사 결과지 제공)
▶ 자세히보기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온안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전공의
한양대학교병원 외래교수
저서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전문의 홈 가기
  • 애독자 응원 한 마디
  • "선생님처럼 많은 사람을 도와주고 용기를 줄 수 있는 직업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힘을 많이 얻습니다. 정성스런 상담 너무 감사드립니다."
    "저 자신에게 궁금했던 질문에 답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