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삼성 마음 숲 정신과, 김재옥 전문의]

 

누구나 한 번쯤은 잠을 설친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은 연속해서 잠을 못 자는 경우는 없죠. 잠은 리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리듬 자체가 안정적이라면 그 리듬이 한 번 정도 엇나가더라도 쉽게 돌아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거의 매일 잠을 못 자는 등 리듬 자체가 엉망이 되어 버리면, 원래 리듬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스스로 원래 리듬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사진_pexel

수면 리듬이 엉망이 돼 있는 경우, 이 리듬을 원래대로 돌릴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방법 대부분은 내가 현재 하고 있는 어떤 것을 버리는 것입니다. 오늘은 내가 잠을 잘 자기 위해 버려야 할 것 네 가지를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1. 음식 

야식은 배를 더부룩하게 만들어 수면을 방해합니다. 하지만 야식보다 더 수면에 방해가 되는 음식은 카페인 음료와 술입니다. 술은 잠을 빨리 들 수 있게 도와주지만, 수면의 깊이를 얕게 만들어 다음날 피곤을 유발합니다. 그리고 피곤함을 느끼게 되면 커피나 녹차 같은 카페인 음료를 찾게 되죠. 하지만 이 카페인 음료는 그날의 수면을 방해하게 되고, 잠을 잘 못 자기 때문에 다시 술 생각이 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이런 이유로 잠을 잘 자고 싶다면, 카페인 음료와 술 모두 포기해야 합니다. 
 

2. 게으름

많은 분들이 놀라셨겠지만, 지금 말하는 게으름은 이불 안에서만 생활하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 몸은 공간을 기억합니다. 이불 안에서 책을 읽고, 스마트폰을 하고, 간식을 먹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몸은 ‘지금 이 공간이 자는 공간이야? 아니면 집중하는 공간이야? 혼란스럽게 되고, 결국 잠을 자야 할 때 각성이 되고, 각성이 돼야 할 때 몽롱해지는 상태가 되곤 합니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 만큼 이불속에서 생활하기 쉽게 됩니다. 하지만 숙면을 위해서는 반드시 이불과 멀리 떨어져 활동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3. 향초

ASMR이나 수면 유도 음악과 향초는 최근 잠을 잘 못 주무시는 분들이 시도하는 방법들입니다. 음악은 긴장을 이완시켜줘 잠이 드는 것에는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향초는 음악과는 다릅니다. 특히 촛불처럼 불을 붙여 사용하는 향초는 불면 시 사용하면 안 됩니다. 그 이유는 불은 공기 중 산소를 산화시켜 이산화탄소와 일산화탄소를 만들고, 밀폐된 집 안에서는 이런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산소가 부족한 상태로 잠이 든 경우, 다음 날 두통이나 어지러움 등이 유발됩니다. 이런 것을 막기 위해 향초를 사용한 뒤 환기를 하면 찬 공기가 들어오기 때문에, 잠이 깨버리게 되죠. 물론 캔들 워머를 사용하게 되면 악영향 없이 편안한 향기를 맡으며 이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염 등 호흡기의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 일어난 뒤 컨디션을 잘 살피며 사용하시기를 권합니다. 
 

4. 잘 자려는 욕심

주먹을 꽉 쥐고 있으면, 내가 원하는 것을 잡을 수 없습니다. 강하게 잡기 위해서는 먼저 손에 힘을 빼야 하죠. 잘 자려는 욕심은 아이러니하게 긴장과 불안을 높이고, 높아진 불안은 잠이 드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게 하고 중간에 자주 일어나게 합니다. 욕심이 클수록, 한 번 한 번의 불면이 큰 실망으로 느껴지게 만들고, 이런 실망은 다음 날 잠이 드는 것에 대한 불안을 높이게 되죠. 그래서 ‘잠 좀 못 자더라도 괜찮아.’ 정도의 느슨함이 필요합니다. 숙면을 위한 노력은 하지만 마음은 조금 느슨해야 하기에,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하죠.

 

잠을 잘 자기 위한 올바른 지식을 얻고, 그 지식대로 행하신다면 약 없이도 잠을 잘 잘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종종 내 지식과 노력 이상의 도움이 필요할 때도 있죠. 이런 도움이 필요하실 때는 정신건강의학과에 오셔서 현재 수면 관련 문제들에 대해 점검받으시고, 전문적인 도움을 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잠은 리듬이기에 리듬이 망가진 시간이 길수록, 다시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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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삼성마음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국립공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저서 <정신건강의학과는 처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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