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삼성 마음 숲 정신과, 김재옥 전문의]
일 년 이상 지속되는 코로나는 모든 사람의 삶에 악영향을 줬습니다. 경제적인 손실이 가장 큰 자영업자부터 육아로 쉴 시간이 없어진 주부까지 다들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죠. 이에 비해 대학생들은 코로나의 늪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었습니다. 등록금과 제한적인 외부 활동이 답답하기는 하지만, 학사 일정은 그래도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모든 대학생이 같은 처지는 아닙니다. 해외에서 대학을 다녔고, 코로나로 인해 국내로 돌아온 유학생들은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먼저 생활과 학사 일정 모두가 엉망이 됐기 때문입니다. 국내 교육 학사 일정과 해외 학사 일정은 몇 개월 정도의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도 안정적인 국내 코로나 상황과는 달리, 해외에서는 코로나로 인한 악영향이 더 컸습니다. 학사 일정이 불분명할 때는 현지에서 체류하며 불안정한 사회 분위기를 몸으로 견딜 수밖에 없었습니다. 외국인이기에 겪는 불안에 더해, 국내 의료시스템에 비해 열악한 해외 의료시스템에 대한 걱정이 더해졌죠. 학사 일정이 결정되고 국내로 돌아온 이후는 이미 수개월의 시간을 보낸 뒤였습니다. 여기에 더해 해외에서 돌아온 이들에 대한 격리, 부정적인 여론들도 심리적 압박이 되어 유학생들을 괴롭혔습니다.
입국 한 뒤에는 국내 대학생들과의 차이로 다시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국내에서는 대부분의 학사 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이 되고 있었는데, 이미 수개월의 시간을 허비한 유학생이 보기에는 이런 차이가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예정 없이 국내로 돌아왔기에 가정에서의 적응에도, 사회적인 인간관계를 다시 정리하는데도 더 큰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들을 만날 수 없는 상황이기에 노력에 비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적었죠.
다행히 해외 대학들도 원격강의를 도입하고 학사 일정을 진행시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원격강의 역시 해외 시간 기준으로 진행되기에, 새벽에 강의를 들을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한 불면을 겪게 되죠. 성적에도 악영향을 주지만, 삶의 주기가 달라지며 함께 생활하는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단절이 일어납니다. 가족과의 단절과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불안, 국내 대학생에 비해 훨씬 더 불안정한 졸업 후 상황은 정신적 고통을 가중시킵니다.
이런 고통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일상을 예측 가능하게 하는 것입니다. 가능하다면 시간표를 조절하는 것이 가장 도움이 됩니다. 일주일을 기준으로 기상 시간을 점점 뒤로 미루는 방식의 시간표는, 그렇지 않은 시간표에 비해 피로감을 덜 가지게 합니다. 원격강의를 듣는 공간과 잠을 자는 공간을 분리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잠을 자는 공간은 편안함이 느껴져야 하는데, 원치 않는 시간에 듣는 원격강의는 짜증을 일으켜 그 공간을 오염시키기 때문이죠.
사람은 스스로를 회복시키는 활동을 무의식 중에 합니다. 사람을 만나며 또는 운동 같은 취미활동을 하는 것들이 그런 활동에 해당하죠. 이런 활동이 원격강의로 인해 망가졌다면, 스스로를 회복시키는 수단이 사라졌기에 지치게 됩니다. 그러니 사람과의 접촉과 운동을 주 1, 2회 정도 일정한 시간을 정해 의도적으로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또 힘든 한 주를 견딘 자신에게도 의도적으로 보상을 해 주는 것 역시 중요하죠. 평소에 이런 장치들이 필요 없던 분들도, 지금을 견디기 위해서는 의도적인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자연스럽게 현실에서 얻을 수 있던 것들을 얻을 수 없게 된 코로나 상황에서 앞으로 가고 싶다면, 내가 의도적으로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코로나 상황에 적합한 나만의 시스템을 잘 설계하여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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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저서 <정신건강의학과는 처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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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경험까지 알려주셔서 더 와닿아요. 재옥쌤 짱!"
"정말 도움됩니다. 조언 들으며 자유를 느꼈어요. 실제로 적용해볼게요."
"늘 따뜻하게 사람을 감싸주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