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광화문 숲 정신과, 김재옥 전문의] 

 

사연) 

40대 초반 두 아이 키우고 있는 워킹맘이에요.

어릴 때 아버지는 돈 버는 일엔 관심이 없고 엄마는 교회를 열심히 다니면서 자식들에게도 강요했어요. 가난한 가정이었지만 날라리라 부르는 아이들과는 어울리고 싶지는 않았어요. 공부는 잘하지 못했고 고등학교는 겨우겨우 상고를 다녔는데 운 좋게 좋은 회사에 취업이 됐고 지금까지도 다니고 있어요.

그런데 취업한 고3부터 지금까지 계속 빚만 갚고 있어요. 부모님이 만든 빚부터 어찌어찌 결혼은 했는데 돈 한 푼 없이 결혼해서 집을 옮기며 빚을 지고 갚고 갚을 수 있음에 감사하며 살고 있었는데 지인과 엮인 투자 문제로 수억의 빚을 지고 또 갚고 있어요. 남편은 소송을 하자 쫓아다니고 하지만 다 내 탓 같고 현실적으로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됐어요.

어릴 때부터 죽음에 대한 생각이 많았는데 요즘은 하루 종일 어떻게 하면 제일 고통이 없이 갈 수 있을까만 생각해요. 아이들도 키워야 하는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아이들은 엄마는 왜 안 웃냐고 물어요. 회사에선 가면을 쓴 것처럼 밝게 지내는데 속으론 내가 정상인가 싶고 그러다가 상사에게 핀잔이라도 들으면 정말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상처를 받아요. 그럼 그 한마디가 3~4일 떠나질 않고 계속 생각나고 곱씹으며 자존심 상하고 병원은 가 본 적이 없고..

죽음에 대한 생각을 보통 사람들은 안 하나요?? 우울증인 건지 보통 사람들도 생각은 해 보는지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답이 없고 죄 없는 남편은 왜 이렇게 보기가 싫은지 한 달째 눈도 못 맞추겠어요.. 이혼도 생각하고 있고요. 저 병원에 가 보아야 할 상황인가요?

 

사진_픽셀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광화문 숲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재옥입니다.

채무의 무게 때문에 심적 고통을 받다가 정신과에 방문하시는 분들이 하는 말이 꼭 있습니다.

"그런데 상담받아도 빚은 그대로잖아요."

맞습니다. 상담을 받는다고 해서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빚이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래도 상담을 받으라고 권합니다. 왜냐하면, 빚이 있는 상황에서도 행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빚이 없다면 외식도 자주 할 수 있고, 집도 더 커질 수 있고, 자녀분들에게 더 좋은 것들도 해 줄 수 있죠. 하지만 빚이 있다면 이런 부분들이 제한되고, 심지어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다행히 이런 부분들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에서도 행복은 찾을 수 있습니다.

 

행복해지는 가장 쉬운 방법은 작은 감사함 표현하기입니다. 내가 감사함을 받음으로써 행복해질 수 있지만, 내가 감사함을 표현함으로써도 행복해집니다. 아이들이 웃을 때는 웃어줘서 고맙다고 하고, 아이들이 반겨주면 반겨줘서 고맙다고 하신다면, 점점 주변에 있는 수많은 고마운 것들을 발견하실 수 있게 됩니다. 고마운 것들이 늘어날수록, 내 삶은 행복해지고, 죽음으로부터 멀어지게 되죠.

이런 얘기가 어색하지는 않으실 듯합니다. 이미 이전에 빚을 갚을 수 있기에 감사하며 사셨던 경험이 있으시니까요. 다만 지금은 빚을 갚을 수 있음에 감사하는 것보다 더 많은 감사를 해야 하는 상황인 거죠.

 

평생을 빚을 갚으며 살아가실 수도 있겠죠. 하지만 빚은 자녀에게 상속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자녀에게 경제적인 지원은 어렵겠지만, 행복할 수 있는 능력을 전해주신다면, 그 자녀는 어떤 경제적 상황에서도 행복할 수 있겠죠. 어찌 보면 경제적인 지원보다 더 큰 능력을 물려주시는 셈입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병원에 가 보시길 권합니다. 병원에서 만나는 정신과 주치의가 현재 주변에 있을 행복을 찾을 수 있게 도와드리고, 미래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게 지지해 주실 겁니다.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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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삼성마음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국립공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저서 <정신건강의학과는 처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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