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광화문 숲 정신과, 김재옥 전문의]
사연)
우울증과 애정결핍 등이 있는 사람입니다. 불안하거나 미래가 보이지 않거나 스트레스를 받거나, 어쨌든 대체적으로 불안할 때, 그런 기분을 느낄 때마다 토할 것 같은 느낌이 들고 답답하고 특히 침 삼키는 부분이 꽉 막힌 느낌을 자주 받습니다. (정말 토할 것 같은 느낌과 불안해서 토할 것 같은 느낌은 다르긴 합니다.)
이럴 때마다 속으로 00아 숨 쉬어. 숨 쉬어 라고 말합니다.
이런 증상이 있던지는 몇 년 됐습니다. 불안할 때면 명치 부근도 자주 뻐근하거나 굵은 대바늘로 찌르는 것 같아요. 배 부근이 긴장돼서 힘을 주지 않으면 언젠가 길에서 주저앉을 것 같습니다. 또 숨 쉴 때마다 명치랑 갈비뼈 부근이 자주 뻐근하고 아픕니다. 가지고 있으면 안정되는 물건을 명치에 올려놓지 않으면 진정이 되지 않습니다. 그 물건 냄새를 맡으면 안정되고 잘 때 떨어트려 놓을 수가 없습니다. (잘 때 가지고 잔지는 갓난아기 때부터 지금까지 20년입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 때문에 제가 많이 힘들어지다 보니까 어렸을 때부터 감정을 느끼지 않으려고 했고, 지금은 느끼긴 하지만 제 몸이 힘들지 않게 하려고 뇌가 알아서 감정과 왜 그런 감정을 가졌는지를 지워버리는 것 같아요. 방어기제일까요. 잘 모르겠어요. 이젠 제 일이 제 일처럼 느껴지지 않거나 잘 와 닿지 않아요. 그냥 무덤덤? 무감각해진 것 같아요. 아프거나 하면 잘 울지만, 감정적으로 가게 되거나 공적인 부분으로 울고 싶거나 할 때 울지 못해요. 표정은 무표정이고. 그러다 보니까 꿈에서 꿈인 걸 알고 나면, 그리고 그날 일이 있었다면 꿈에서 우는 것 같아요. 아주 드물게. 지금까지 몇 번 없었던 일이긴 하지만요. 그리고 이렇게 감정을 죽여야 하거나 제가 잘못한 일이 있거나 그럴 때마다 속으로 제가 제 명치 부근을 찌르는 생각을 자주 해요.
불안장애 비슷한 걸까요? 한 줄이라도 답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답변)
안녕하세요, 광화문 숲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재옥입니다.
정신과 신체는 연결되어 있습니다. 시험 전에 배탈이 나거나, 몸이 계속 아프면 우울해지는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죠.
흥미로운 것은 정신적인 고통을 어떻게 글로 표현하는지에 따라 나타나는 신체 증상이 다릅니다. 우리 문화권에서는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상황에서 ‘숨이 막힌다, 목이 졸리는 것 같다’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으며, 신체 증상도 그에 대응하는 증상들이 나타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말씀하신 증상도 비슷한 경우인 것 같습니다. '토 나오게 힘들다', '토 나오게 짜증 난다', '토 나오게 싫다' 이런 말들은 일상에서 많이 쓰는 표현들이니까요.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대한 신체 반응이기 때문에, 정말 토할 것 같은 느낌과는 차이가 있고, 이 부분도 잘 아시는 듯합니다.
지금은 그런 불안을 조절하기 위해 애착 이불 같은 물건을 활용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다행이기도 합니다만, 사실 슬픈 부분이기도 하죠.
사람은 성장하면서 눈에 보이는 것을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 만드는 능력을 키우게 됩니다. 어렸을 때 어머니는 소중한 사람입니다. 먹을 것을 주고, 불편한 것을 편하게 만들어주죠. 그래서 이 어머니가 없는 순간은 재앙과 같죠. 하지만 어머니도 화장실을 가고, 외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이 눈에 안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는 이 시간을 견디기 위해 처음에는 애착 이불을 사용합니다. 이불을 만지고 냄새를 맡으며 어머니의 존재를 느끼려 하죠. 어머니가 아이를 안정적으로 사랑할수록, 어머니의 모습이 마음속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그래서 눈앞에 어머니가 없어도 애착 이불 없이도 큰 불안을 느끼지 않죠.
감정을 느끼지 않으려 노력했다는 부분 역시 어린 시절 고생을 많이 하셨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감정은 살아오며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감정은 주로 부모나 주변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 조절하는 법을 배우는데, 그런 도움이 없는 경우는 감정을 피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현재 불안 증상과, 애착 이불을 사용하는 것을 볼 때, 부모님과의 관계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커 보이고, 그런 불안은 혼자서 극복하기 어렵습니다. 관계로 얻은 아픔은 관계로 회복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주변에 오랜 기간 만나온 좋은 사람이 있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이런 것이 여의치 않다면 정신과에 오셔서 그 관계를 주치의와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진료의 형태지만, 오랜 안전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분명히 도움이 되니까요.
관계의 따스함이 현재 겪고 있는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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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저서 <정신건강의학과는 처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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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경험까지 알려주셔서 더 와닿아요. 재옥쌤 짱!"
"정말 도움됩니다. 조언 들으며 자유를 느꼈어요. 실제로 적용해볼게요."
"늘 따뜻하게 사람을 감싸주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