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대한불안의학회 서호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나에게 중요한 것, 특히 중요한 사람을 잃는 것은 말할 수 없는 큰 고통을 동반합니다.

삶 자체가 상실의 연속이라는 말이 있지만, 누구나 경험하는 그 고통을 겪어 내는 것은 누구에게도 보통 일이 아닙니다.

 

Lindermann은 애도를 겪는 개인의 반응을 6가지로 설명했습니다.

- 강렬한 신체 불편감

- 떠나간 사람에 대한 몰두

- 떠나간 사람에 대한 죄책감

- 자신, 혹은 고인, 가족, 의사, 세상, 신 등을 향한 분노

- 초조감, 그리고 인생의 무의미함으로 인한 일상의 어려움

- 고인의 행동, 질병 등에 대한 동일시

 

정신의학의 영역에서는 상실의 고통, 즉 애도 과정에서의 정서적 어려움에 대해 일반적으로 질환의 개념을 적용하지 않아 왔습니다.

최근 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계 편람 5판(DSM-5)이 발표되면서 상실 이후 우울감이 매우 심할 경우 주요우울장애의 진단을 내릴 수 있게 된 정도입니다.

 

사진_픽셀

 

건강한 애도란, 자신이 겪은 상실에 대한 부정과 여기에 동반된 정서적, 신체적 반응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완화되며, 인지 및 감정적으로 상실을 받아들이면서도 상실한 사람과의 관계를 잘 지속시키고, 남아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며, 새로운 관계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변화시키고 적응하는 것입니다.

 

병적인 애도, 즉 애도 과정이 무언가 잘못되고 있을 때 나타나는 상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 고인의 죽음 시기에 자신이 취했던 행동과 관계없는 죄책감

- 고인 대신 자신이 죽었어야 했다는 죽음에 대한 집착

- 무가치함에 대한 몰입

- 심한 정신운동성지체 (생각, 말, 행동, 반응 등이 느려지는 것)

- 장기적인 일상 기능의 저하

- 고인과 관련된 심각한 환각 등

이러한 경우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기 때문에 신속한 치료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아직 많은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대략 약 2-5%에서 이러한 병적인 애도반응(지속성 복합 애도 반응)이 나타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남성에 비해 여성, 기존에 정신과 치료의 병력이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더 쉽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상실의 특성도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자녀와의 사별이 큰 위험 요인으로 생각되며, 사고나 자살, 타살 등 외상으로 인한 사별을 경험할 때 이러한 위험성이 더 커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_픽셀

 

한편, 범주의 개념에서 병적인 애도와 정상적인 애도를 나누는 것은 실제 임상에서 이들을 이해하고 돕는 데 충분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어디서 기원했는지 모르지만, 특히 정신치료를 하는 의사들 사이에서는 다음과 같은 말들이 오가곤 합니다.

“인생은 크게 두 시기로 나뉜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의 삶과 그 이후의 삶으로…”

이 문구는 한 개인의 심리에 부모가 얼마나 중요하고 복잡한 의미인지 함축적으로 나타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상실의 관점에서 이해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무엇인가를 잃었을 때, 애도 과정을 거쳐 도달하는 곳은 상실 전으로의 완벽한 회복이 아니라, 다리를 절며 남은 생을 걸어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애도의 어려움을 치료하기 위해 시행되는 여러 접근 방법들은 감정의 정체(停滯)에 주목하고 있으며 이는 치료적으로 매우 유용한 개념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애도에는 몇 가지 이론과 가설로 설명되기에 매우 어렵고 복잡한 부분이 있습니다.

모든 상실은 개인의 역사이며 개인에 따른 이야기와 의미가 있습니다. 이는 개인의 본질, 즉 자기 혹은 자아라는 근본적인 문제로 이어집니다.

상실을 어떤 내적 의미로 받아들일지 결정할 뿐만 아니라 상실한 대상과의 관계의 형태를 결정하는 중요한 축이기 때문입니다.  

 

 

* 대한불안의학회

대한불안의학회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소속 전문학회로, 공황장애, 강박장애, 사회불안장애, 범불안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 다양한 불안 및 스트레스 관련 질환에 대한 연구, 교육 및 의학적 진료 모델 구축의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다.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