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라엘마음병원 이희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개인 사정으로 인해 몇 년 전부터 항우울제(SSRI계열) 복용을 시작하였고, 3년간의 복용기간을 거쳐 의사 선생님과 상담 후 단약 시도를 하였습니다. 하지만 어지럼증과 편두통 증상으로 인하여 매번 단약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으며, 작년 중순에 2달 가량 단약 시도를 했다가 불안 발작이 와서 다시 불안장애 약(디아제팜)을 복용 중입니다.

의사 선생님은 이번 가을까지 복용하고 단약을 제안하셨습니다만, 다시 단약 부작용이 올까 너무나도 걱정이 됩니다.

저 같은 증상이 흔한 건가요? 아니면 아직 증상이 제대로 치료되지 않아 신체화 증상이 나타난 걸까요?

 

사진_픽셀

 

A) A님 안녕하세요. 단약 부작용의 걱정으로 많이 불안하실 것 같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A님이 보이는 증상은 매우 흔한 증상입니다. 3년 이상 치료하신 선생님께서 약을 끊는 걸 이야기하셨다면, ‘증상이 제대로 치료되지 않았다’기 보다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고요.

정신과적 증상은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A님 같은 경우는 단약에 대한 두려움, 증상 재발의 두려움 등이 (또 다른 이유도 물론 있을 것입니다.)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조금 조언을 드리자면, 어지러움, 편두통, 불안 등의 정신과적 증상들은 너무나 괴로운 증상들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증상들은 반드시 정신과적인 질병이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들은 아닙니다. 문헌에 따라 조금 차이가 나지만 어지러움, 편두통은 일반적으로 마음이 건강한 사람들도 10~20% 정도는 겪는 증상입니다. 또한 불안이라는 증상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감정이기도 하고요.

많은 사람들이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에 다니면서 정신과적 질병에 대한 치료 목표를 증상의 완전한 소멸로 생각을 하시는데, (물론 그렇게 되면 가장 좋겠지만) 말씀드렸듯이 이러한 증상들은 정신과적 질병이 없는 마음이 건강한 사람들에게도 나타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해당 증상들이 조금씩, 가끔씩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저는 저를 찾아오시는 환자분들에게 첫날 이런 말씀을 드립니다.

저희의 치료 목표는 증상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 ○○○님이 자신 스스로를 ‘나는 이러한 불안을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이야’라고 믿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라는 이야기를요.

힘든 증상들은 약을 드시면 빠른 시간 내에 호전이 될 수 있습니다. 편하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요. 하지만 그런 힘든 증상들 때문에 많은 시간 괴로웠던 만큼 그 증상에 대해 예민하게 되고, 그 예민한 만큼 약에 의지하게 되고, 증상이 없는 상태는 약이 만들었다고 생각하게 되면서, 약을 끊기가 힘들어집니다. ‘약을 끊는 순간 다시 증상이 나타날 거야’라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자리잡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치료를 하기로 선택한 것도, 병원을 가기로 선택한 것도 A님이고, 약을 먹기로 한 것도 A님입니다. 물론 약의 도움을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단약을 고려할 정도로 상태가 좋아진 것은 약이 아니라 A님이 해내신 것입니다. 두통, 어지러움, 불안을 다루는 것은 결국 A님이라는 것입니다.

치료 목표를 조금 바꾸어보면 어떨까요?

‘약을 먹어서 증상을 없앨 거야’에서 ‘나는 이러한 증상들을 조절하면서 잘 지낼 수 있는 사람이야’라는 목표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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