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제 고민을 말씀드리려고 해요. 어젯밤, 잠자리에 누워 잠이 들려고 하는데, 뭔가 이상한 사람 형상 같은 것이 눈 앞에 있더라고요. 깜짝 놀라 일어났더니, 사라졌어요. 그런데, 이런 현상이 자다 깼을 때도 몇 번 있었어요. 혹시, 조현병 같은 정신병의 증상일까요? 환각을 본 것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점이 염려가 되네요. 먼 친척 중에 정신병으로 입원해 계시는 분도 계시고요. 혹시 저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염려됩니다. 

 

 

A) 안녕하세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재현입니다. 최근 몇 차례 경험하신 환각 때문에 염려가 되시는 것 같네요. 사실 환각(hallucination)이라는 단어가 우리와 그리 친숙하지는 않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환각이라는 단어를 조현병(정신분열병)과 같은 정신과적 질환들과 연결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환각 경험을 부정하려 하고, 자신이 환각 경험을 하고 나면 많이 당황하고 두려움에 떨기도 하지요. 그런 경험이 몇 차례 반복되다 보면 자신에게 큰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 염려가 되기도 할 겁니다. 

 

많은 이들이 정신의학에서 궁금해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환각입니다. 건강한 삶을 잘 살던 이들이, 어느 날 환각 경험을 하고 나서는 크게 당황하여 염려하다가,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갈 용기는 차마 없어 인터넷 게시판에 익명으로 글을 올리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사진_픽셀

 

우선, 환각의 경험이 지속적이지 않다면 안심하셔도 됩니다. 특히 잠이 들려고 하는 순간에 경험한 환각은 말이죠. 환각 경험은 정상적인 사람에서도 흔히 일어나기도 합니다. 물론, 환청, 환시 등의 증상들이 조현병과 같은 정신질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들은 맞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일반적인 사람들도 환각 경험을 흔히 합니다. 

가장 많은 경우가 바로, 질문자님께서 경험하신 입면시 환각/출면시 환각(hypnagogic hallucination/hypnopompic hallucination)입니다. 정상적으로 각성된 (깨어있는 상태의) 뇌는 외부 자극을 주로 처리하며, 내부의 자극은 처리하지 않고 무시합니다. 하지만, 수면 시에는 외부 자극보다는 각성 시에 무시되었던 내부의 자극을 처리하며, 이 과정을 거치는 도중에 평소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여러 환각에 가까운 지각의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죠. 입면, 출면 시는 말하자면 수면과 각성의 경계에 걸쳐져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환각의 경험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어떤 전문가들은, 이를 '깨어있는 꿈'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물론, 아직은 환각 경험과 수면에 대해서는 여러 이론들이 분분한 상태입니다.) 

 

참고로, 어떤 연구에서는 입면시 환각/출면시 환각의 경우 37%의 응답자가 일주일에 1-2회가량은 환각을 경험하기도 했다고 하네요. 빈도가 꽤 높은 편입니다. 

또, 극심한 스트레스나 심한 감정적 변화, 약물의 사용 등으로 인한 환각도 그리 드물지는 않습니다. 최근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 사별을 경험하셨다면 그 후에 겪게 되는 상대의 목소리나 모습과 같은 일시적인 환각 또한 심하지 않다면 정상적인 범주에 속하는 애도 과정 중의 하나입니다. 유발 상황이나 요인들이 없어졌을 경우 환각 경험이 멈춘다면, 대개는 추가적인 유발 상황을 조심하면 될 것입니다. 

 

다만, 낮 동안에도 지속되는 환시, 환청 등의 환각이 나타나거나 이에 대한 심한 두려움이 동반되어 생활에 영향을 미칠 경우에는 반드시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하시길 권유드립니다. 이럴 경우 생각할 수 있는 여러 상태들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 Reference 

1. Dartmouth undergaduate journal of science, november 21,2009, Hallucination: A Normal Phenomenon? 

2. Ohayon MM, Priest RG, Caulet M, Guilleminault C (1996). "Hypnagogic and Hypnopompic Hallucinations: Pathological Phenomena?". British Journal of Psychiatry. 169 (4): 45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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