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 뇌부자들 [23화 Part 2] 에피소드

[정신의학신문 : 허규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H씨의 사연:

 

다름이 아니라 2년째 교제중인 남자친구가 있어요. 오래 만나다 보니 미래도 생각하게 되는데요. 저는 이제 제가 우울증 약을 평생 먹어야 한다는 데에는 큰 부담이 없어요.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이제 저를 그냥 받아들이게 되었거든요.

 

남자친구한테는 올해 중순에 밝혔어요. 그런데 문제는 이제 더 먼 미래에요.

여러분이라면 우울증 환자와 결혼할 수 있을까요? 늘 그 부분이 자신이 없어요.

또한, 배우자쪽 집안에는 밝히지 않고 싶은데 그래도 되는 걸까요?

 

최근에는 제가 이 팟캐스트를 남자친구에게도 추천해서 들으라고 했어요. 같이 들으며 제 상태에 대해서 이야기도 하고, 약 꾸준히 먹도록 도와주기도 하고, 병원도 같이 가주는 좋은 남자친구인데 이 이상을 생각하면 자신이 없어요.

 

임신 중에는 약을 끊어야 한다던데 그런 것도 어른들이 알게 되면 싫어하실 것 같구요. 혹시 임신과 수유기간 동안 증상이 더 심해질까 저 스스로도 걱정이 되거든요.

 

우울증 환자, 결혼할 수 있나요?

 

사진_픽사베이

 

뇌부자들의 답장:
 

안녕하세요, 뇌부자들입니다.
H님께서 고민하시는 결혼에 대한 고민은 진료실에서 정말 많이 듣게 되는 고민이죠. 환자의 부모님들도 많이 걱정해서 물어보세요. 미혼인 젊은 여자환자분들은 여기 더해서 아직 언제가 될지 모르는 임신과 출산에 대해서도 굉장히 걱정을 하시고요. 이런 고민을 들을 때면 정신질환, 그리고 정신질환을 가진 분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아직 크게 존재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사실 임상에서 일하다보면 정신과 환자 분들의 가족들이 겪는 어려움을 옆에서 목격하게 될 때도 있어서 무조건 ‘정신과 질환 있어도 다 괜찮다. 결혼해도 아무 상관 없다.’라고 말씀 드릴 수만 있는 것도 아니란 걸 저희가 알아요. 하지만 지금 H님께서는 병에 대해 받아들이시고 약물치료도 꾸준히 받고 계시는 만큼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주치의에게 배우자 될 사람과 함께 내원해서 같이 이야기를 듣는 경우도 많아요. 환자의 상태를 가장 정확하게 아는 사람에게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받고 그 뒤에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그렇게 설명을 받으시는 분들도 많으시답니다.
 

안정적으로 결혼생활을 꾸려나가기 위해서는 환자 본인 뿐만 아니라 배우자 역시 질병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당황하지 않고 두 사람이 힘을 합쳐 잘 극복할 수 있죠. 걱정하고 계시는 것처럼 임신과 수유기간이 그러한 위기가 될 수 있는데 호르몬의 급격한 변화가 발생하기도 하고, 아이를 위해 치료를 자의로 중단하면서 질병이 안정화되었던 분들도 다시금 재발을 경험할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같이 이러한 상황의 가능성을 인지하고 2세를 준비하셨던 분들은 환자 분의 변화에 일찍, 민감하게 반응해 증상이 악화를 막기도 하고, 결국 재발을 하더라도 예상했던 상황이라 심리적으로 덜 힘들어 하시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지지적인 남자친구가 정말 큰 힘이 되실 것 같아요.

 

병에 대해 잘 알고 약물 치료도 꾸준히 받으시는 한 편 남자친구도 도와주고 계시는 만큼 지금 하고 계시는 걱정과 고민이 잘 해결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뇌부자들 드림



허규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더 자세한 내용들을 팟캐스트로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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