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정신 일반
[정신과 낙인-세번째 이야기] 편견 타파
이정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7.12.08 07:24

[정신의학신문 : 이정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WHO에 따르면, 전 세계 우울증 환자가 3억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높은 자살율은 계속 사회적 문제로 언급되고 있기도 하지요.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간 십만명당 자살로 인한 사망률은 25.6명에 달한다고 해요(2016). 정신과 질환은 절대로 그저 남의 일이 아닙니다. 

 

현대 사회는 사람들로 하여금 정신과 질환에 더 취약해지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치열한 경쟁하고 남들과 비교하는 사회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스트레스를 사람들에게 안겨주고 있고, 과도한 스트레스는 결국 각종 정신과 문제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신과에 대한 편견은 너무 많은 사람을 불필요한 고통 속으로 몰아넣을 수 있습니다. 정신과 질병은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게 매우 중요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정신과 입원도 조기 치료를 통해 상당부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편견을 없애기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사진_픽셀

 

가장 중요한 건 “틀림이 아닌 다름”을 강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신과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치료를 망설이는 사람들이 오면 저는 이 부분을 강조합니다. 우리가 배가 아프고, 머리가 아프고, 무릎이 아픈 것처럼 뇌가 아프고 마음이 아픈 것이라는 점을 이야기 합니다. 사람마다 취약한 부분이 있고, 자주 아픈 신체부위가 있듯이 힘들고 지쳤을 때 마음에 병이 생기는 사람도 있다는 걸, 당신이 이상해서 그런 게 아니란 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이성적으로 이해하는 것과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달라서, 변화를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절대 혼자 해낼 수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단련하고 연마해 우리의 마음을 가다듬고 후세에 전달하여 사회적 분위기를 변화시켜 나가야 합니다.

 

사진_픽셀

 

한 논문에 따르면, 편견을 변화 시키는 데에는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첫 번째, 저항(Protest)입니다. 잘못된 기사들, 보고들에 대해 항의하고 사과나 내용 수정을 요구하는 적극적인 방법입니다. 에너지도 많이 들고 전문적 지식도 필요하기 때문에 저를 포함한 정신과 진료 종사자의 역할이 크다고 할 수 있지요.

 

두 번째, 교육(Education)입니다. 이는 비단 공식적인 교육만을 뜻하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정신과 질환과 환자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든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교육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힘을 합해 편견 타파를 외친다면, 이는 듣는 이들에게는 가장 효과적인 교육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모두에게 교육자가 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접촉(Contact)입니다. 편견은 당사자들을 직접 만나고 교감을 할 때 진정으로 사라질 수 있습니다. 저 또한 진료를 시작하고 환자 분들을 알아가면서 편견이 얼마나 얼토당토 않은 것인가를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거든요. 접촉은 개개인의 편견을 없앨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혹시 주변에 정신과 진료를 받은 분이 있다면 피하지 말고 관심을 가져보세요. 그들이 겪고 있는 아픔은 신체질환으로 인한 고통보다도 훨씬 더 우리와 가깝고 공감하기 쉬운 평범한 것입니다.

 

사진_픽셀

 

TV에서 연예인들이 자신이 공황장애나 우울증을 겪었다고 공개를 하는 것도 시청자들, 팬들로 하여금 간접적인 접촉의 경험을 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자신의 치료력을 공개하는 연예인들의 용기는 정말 값진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우리의 곁에 있는 정신과 환자는 그저 아플 뿐입니다. 마치 옆에 감기 환자, 천식 환자가 있는 것처럼 말이죠. 그저 아플 뿐인데, 감기에 걸렸을 뿐인데 우리는 언젠가부터 그들을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틀 안에 가두어 숨통을 조이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보단 따뜻한 시선과 배려. 그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낙인’에 대해 가장 먼저 이야기하기로 한 이유는 제가 앞으로 하는 모든 일들이, 쓰는 모든 글들이 정신과에 대한 편견을 줄이기 위한 일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정신과 질환에 대해서, 그리고 치료에 대해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사실 그대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여주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적어도 아픈 사람이 치료 받지 못하고, 사회적으로 배척당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정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humanjhl05@naver.com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인터넷신문윤리강령이메일무단수집거부
(주)정신건강연구소  |  정신의학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03874  |  등록일자 : 2015년 8월 25일  |  발행·편집인: 박소연
서울 종로구 옥인동 자하문로 17길 보광빌딩 12-10  |  대표전화 : 02-320-6071, 070-7557-9104  |  팩스 : 02-320-60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선우
Copyright © 2018 정신의학신문-의사들이 직접 쓰는 정신 & 건강 뉴스.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 Back to Bott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