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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낙인-첫 번째 이야기] 당신은 정신과 환자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이정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7.11.24 07:48

[정신의학신문 : 이정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솔직히, 정신과 진료를 받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만약 내 가족이 정신과 진료를 받고 싶다고 한다면, 권유를 하시겠어요? 아니면 만류를 하시겠어요?

정신과 진료를 받고 계신 분이라면, 스스로 진료를 받고 있다는 그 자체 만으로도 죄책감을 느끼고 계시진 않나요?

치료의 과정이 낙인이라는 또다른 고통이 되는 현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사진_MaxPixel

 

첫 번째 이야기, 당신은 정신과 환자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쟤 정신과 다닌대. 어디 이상한 거 아니야?"
"좀 특이하다 생각했는데 어쩐지 정신과 환자래"
"쟨 좀 정신과 가봐야 되는 거 아니야?"


이런 생각,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본 적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우리가 하는 수많은 대화들 속에 알게 모르게 이런 말들이 지나가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슬프게도 ‘정신과=이상한 사람들이 가는 곳’이라는 선입견은 생각보다도 더 일반화된 선입견입니다. 이런 선입견은 수많은 환자와 가족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치료의 시기를 늦추고 있습니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 따르면 정신과에 대한 선입견과 낙인이 정신과 진료의 문턱을 높여 치료를 늦출 뿐만 아니라, 정신과 환자라는 이유로 신체질환에 대한 치료도 적절하게 받지 못하게 하여 정신과 환자의 사망률을 높인다고 합니다. 

 

정신과에 대한 낙인의 역사는 굉장히 오래되었습니다. 오랜 시간 정신과 환자들은 대부분 귀신들린 자, 미치광이 등으로 분류가 되었고, 치료가 아닌 격리가 그들을 위한 조치였으니까요. 통제가 되지 않고 이해할 수 없는 이들의 말과 행동은 이해의 대상이 아니라 억압하고 숨겨야 하는 대상이었죠. 정신과 환자들은 아마도 사람들에게는 범죄자들보다도 더 무서운 존재였나 봅니다.

 

하지만 최근 100여 년도 안되는 시간동안, 수많은 전문가들이 미지의 영역을 밝히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성과를 이루어 냈습니다. 정신과 질병에 대한 이해가 깊어 졌고, 대부분의 질병이 치료와 관리가 가능한 영역으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이제 의학에서는 정신과 환자들을 ‘이상한 사람들,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 ‘아픈 사람들’이라는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뇌’에 대한 이해는 정신과 환자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불행히도 정신과 환자에 대한 낙인과 선입견은 의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이 줄지를 않았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정신과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에 동의하여 편견을 가지게 되고, 그 편견으로 인해 ‘그들’을 분리시켜 차별하고 있습니다.

 

사진_픽셀

 

정신과 환자에 대한 오해는 다음과 같은 생각에서 시작됩니다.


‘그들은 위험하고 무서운 사람들이다. 멀리해야 한다’
‘그들은 심한 경우 매우 무책임해서 다른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해주어야 한다’
‘그들은 매우 어린 아이 같아 누군가가 돌봐주어야 한다’

 

사실 아주 심각한 정신 질환자들(치료 받지 못한 심각한 증세의 정신분열병, 정신병적 증상을 동반한 심한 조증 환자 등)은 일시적으로 위와 같은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정신 질환은 한 사람의 인격을 파괴할 정도로 치명적이지 않으며, 정신분열병을 포함한 중증 정신질환도 꾸준히 치료할 경우 일상 생활을 유지하며 지낼 수 있습니다. 하물며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우울증, 공황장애, ADHD 등과 같은 질환에서는 위와 같은 우려 섞인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어릴 적, 학교 다닐 때 친구들이 흔히 쓰던 비속어로 ‘병신’이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다쳐서 깁스를 하고 오거나 눈병에 걸려 안대를 하고 등장하면 어김없이 ‘팔병신’, ‘눈병신’이라고 놀리며 놀이에서 따돌리던 짓궂은 아이들이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그 옆에서 “그냥 다친 거라고!!”라며 억울해하고 속상해 하는 놀림 당하던 아이의 표정도 눈앞에 선합니다.

 

아이들에게 누군가를 차별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가르치면서도, 혹시 우리도 어떤 누군가에게 비슷한 행동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요? 우리 역시 아직 성숙하지 못한 건 아닐지 고민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시대가 변하면서 정신과에 대한 편견도 줄어들까.

혹시나 매스컴의 영향으로 더 나빠지고 있는 건 아닐까.

정신과 의사로서 정신과에 대한 편견은 신발 안에 들어가 있는 작은 돌멩이처럼 절대로 익숙해지지 않는 아픔인 것 같습니다.

 

 

이정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humanjhl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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