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ㅣ 최준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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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병은 과거 ‘정신분열증’이라고 불렸으며, 전 세계적으로 인구의 1%, 인구 100명당 1명꼴로 비교적 흔하게 나타납니다. 하지만 비교적 높은 발병률에도 불구하고 조현병에 관한 정보는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조현병에 관해 우리가 듣는 것은 뉴스에서 살인이나 방화 같은 심각한 범죄의 범인들이 조현병을 앓고 있다는 소식일 때가 많은 듯합니다. 조현병 환자라고 하면 위험한 인물, 사회에 피해를 주며 공격적인 사람들, 격리가 필요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부정적 인식, 두려움이 강화된 데에는 이런 영향도 있겠지요.

 또 다른 면으로는 조현병에서 나타나는 환청이나 환각, 망상과 같은 증상에 기인한 부분도 있을지 모릅니다. 조현병을 앓는 분들은 누군가가 특정한 행동이나 말을 하라고 지시하는 것 같은 소리를 듣기도 하고, 이런 환청과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또, 누군가가 나를 감시하거나 해치려고 한다, 조종하려고 한다고 믿는 피해망상이나 주변의 일을 자신과 관계지으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관계망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겉으로 잘 드러나며 눈에 띄는 증상들은 양성증상이라고 합니다.

 이에 반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증상들은 음성증상이라고 하는데, 감정표현이 적어진다든지 의욕이 줄어드는 것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와 함께 주제나 상황에 맞지 않는 대화를 하거나 요점이 없이 길게 늘어지는 말들, 부적절하고 와해된 행동이나 긴장한 행동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조현병의 특징입니다.

 양성증상의 경우 조증에서도 나타날 수 있으며, 음성증상은 우울장애나 불안장애와 같은 다른 증상과 헷갈릴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심리검사와 함께 CT, MRI, 뇌파검사 등을 통한 뇌 검사, 전문의와의 면담, 가족을 통한 정보 수집 등이 종합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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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병은 일반적으로 10대 후반에서 20대 후반 처음 발병하며, 남성의 경우 10대 중후반에서 20대 중후반, 여성은 20대에서 30대 사이에 발병하여 성별에 따라 발병 시기에 약간의 차이를 보입니다.

 조현병의 원인으로는 조현병이 있는 부모나 형제자매와 같은 가족력, 유전적 요인과 함께 성장배경, 양육조건, 개인이 경험하는 삶의 사건과 같은 환경적 요인이 있습니다. 레오나드 헤스톤(Leonard Heston)은 조현병과 관련된 최초의 입양아 연구를 통해 유전과 환경이 조현병 발병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이 연구에서 그는 생물학적 부모가 조현병을 가진 47명의 입양아와, 생물학적 부모가 조현병을 갖지 않은 입양아 집단을 비교 분석하였습니다. 그 결과 생물학적 부모가 조현병을 갖고 있었던 입양아 집단에서는 5명이 조현병으로 입원하였고, 그중 3명은 만성적 조현병으로 수년간 입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생물학적 부모가 조현병을 보이지 않았던 일반 집단에서는 한 명도 조현병이 발병하지 않았습니다.

 생물학적 부모가 조현병을 갖고 있던 47명의 아동 중 5명이 조현병을 나타낸 것은 전체의 10%에 해당하는 비율로, 이는 조현병을 가진 부모가 자녀를 직접 양육했을 때와 비슷한 수준의 발병률입니다. 유전적 취약성을 가지고 있지만 조현병을 가지지 않은 입양 부모 밑에서 자란 아동이 조현병을 가진 친부모 밑에서 양육되었을 때와 비슷한 수준의 발병률을 보인 것입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조현병이 유전적 요인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는 사실을 지지하는 것으로 작용했으며, 이후 진행된 다른 후속 연구에서도 조현병 입양아들의 친척들에게서 더 높은 발병률이 나타났다는 보고가 이어져 헤스톤의 주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편 조현병에 관한 뇌신경과학 연구들은 발병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보다 면밀히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조현병에서 나타나는 환각이나 환청은 도파민의 과도한 활성화를 비롯해 세로토닌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이상, 대뇌피질, 시상과 미상핵과 같은 피질하 구조물의 이상, 해마 용적률 감소, 일반인에 비해 위축된 앞뒤 시상 등과 관련 있습니다. 특히 피질하 구조물의 이상 및 시상의 평균 용적률 감소는 조현병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에게서도 유의미하게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습니다.

 이 같은 사실은 조현병에 신경전달물질과 뇌 구조의 이상, 유전적 요인이 크게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시상은 인지적 조절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부위로, 조현병에서 나타나는 인지 기능의 저하 및 환각, 사고장애와 같은 양성증상에 영향을 미칩니다.

 조현병에 관련된 연구 결과들은 조현병 발병에 환경보다 유전적 요인이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쪽으로 귀결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조현병은 초기에 발견하여 적절한 약물치료를 진행했을 때 신경전달물질 조절을 통해 증상을 많이 가라앉힐 수 있습니다. 또, 상담이나 집단치료와 같은 접근만을 단독으로 사용하기보다는 약물 치료를 먼저 진행하거나 병행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다른 정신질환도 그러하듯, 조현병 역시 유전적 요인만으로 모든 것이 결정된다고 보기에는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습니다. 티에나리 등(Tienari et al. 1994)의 연구에서는 조현병 환자 자녀가 입양된 경우라도 입양된 가정의 환경이 열악했을 때만 발병률이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보고했습니다. 이 같은 사실은 유전과 환경이 상호작용하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유전과 환경 중 어느 한쪽에 치우칠 때, 우리는 생물학적 결정론에 빠지거나 반대로 학습이나환경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된다고 믿으며 인위적인 조작이나 통제를 가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습니다. 이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균형 잡힌 시각일 것입니다. 유전적 취약성을 가지고 있더라도 환경적 요인과의 결합을 통해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더불어 조현병에 대한 지나친 편견이나 선입견을 내려놓고 조현병을 앓고 있는 분들 역시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하며, 본인 또는 주변 사람이 조현병으로 힘들어하고 있다면 적절한 치료와 개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삼성양재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ㅣ 최준배 원장

 

참고문헌:

1. Plomin, R., DeFries, J. C., McClearn, G. E., & McGuffin, P. (2001). Behavioral Genetics: A Primer. (4th ed.) Worth Publishers.

2. 홍경수, 김용식. 정신분열병의 유전학, 대한정신분열병 클리닉 1.

3. 황승하, 김지웅, 최지욱, 이선우 and 정범석. (2012). 조현병 및 비이환 형제에서 피질하 구조물의 변형. 신경정신의학, 51(5), 241-248.

최준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삼성양재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대학원 졸업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전임의
전)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임상부교수
전)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 마음건강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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