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장승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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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에서 “술이 들어간다 쭉쭉~쭉쭉,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거야”, “내가 술을 마시는 건지 술이 나를 마시는 건지”라는 흥겨운 리듬과 노랫말의 구호를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다 함께 어울리는 술자리에서 여흥을 돋우고 술을 더 많이 마실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응원가인데요. 흥에 겨워 한잔 두잔 술잔을 기울이다 보면 어느샌가 이 노랫말마따나 내가 술을 마시는 건지, 술이 나를 마시는 건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요즘에는 음주문화가 예전에 비해 많이 바뀌었지만, 한때 우리나라는 ‘술 권하는 사회’라고 할 정도로 술에 관대하고 타인에게도 음주를 강권하는 문화가 있었습니다. 건강이나 종교와 같은 개인적인 사유로 술을 마시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도 소속감을 강조하며 파도타기, 원샷을 강요하던 때가 있었죠. 최근에는 회식문화에 대한 인식변화와 술에 대한 개인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문화, 여기에 오랜 코로나 기간을 거치며 예전만큼 억지로 술을 마시게 하는 분위기는 사라진 것 같습니다. 코로나의 등장으로 많은 불편함과 어려움이 있었지만 회식이 사라진 것에 관해서 만큼은 많은 사람이 코로나로 인한 이점이라며 반기는 분위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엔데믹 이후 사라졌던 회식문화가 다시 등장하면서 잦은 음주 혹은 원치 않는 음주로 인한 고민을 호소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또, 직장이나 지인들과의 모임과 같이 여러 사람과 함께 하는 술자리가 줄어든 대신 혼술이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기도 합니다. 코로나 동안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기가 어려워지다 보니 일을 마치고 긴장을 풀기 위해 혼자 한두 잔씩 술을 마시는 사람들도 늘어났고, 각종 미디어에서도 혼술을 자주 다루면서 혼술이 일종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경향도 있습니다.

이렇게 경우에 따라, 또 개인의 선호에 따라 술을 마시는 방식이나 빈도, 주량 등은 다를 수 있지만 음주가 습관이 되고 술에 대한 의존이 높아지면 다양한 문제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정신질환진단통계편람 DSM-V에서는 알코올 관련 장애로 알코올 중독, 알코올 금단 등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지나친 알코올 섭취는 직업이나 대인관계, 기억력과 인지능력, 집중력, 신체적 기능 등 다양한 영역에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합니다. 술을 마시지 않았을 때는 금단현상을 경험하며, 술에 대한 내성으로 점점 더 많은 술을 필요로 하게 됩니다. 술에 대한 의존이나 중독이 심각한 경우에는 반드시 전문가를 통한 치료적 개입이 요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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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심각한 알콜 의존이나 중독까지는 아니더라도 최근 술을 마시는 횟수나 양이 늘었고, 적당히 조절해야겠다는 생각이 드신다면 본인의 음주 습관을 돌아보고 변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이때 술을 아예 끊겠다는 목표를 갖고 절주를 시도하실 수도 있겠지만, 너무 무리하거나 갑작스러운 절주는 또다른 부작용들을 가져올 수도 있기에 단계적으로 술을 줄여나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단계적으로 술을 줄이면서 건강한 음주습관을 만들기 위한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1. 단계적인 음주량 조절

술을 마시는 양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매일 와인을 4잔 정도 마셨다면 3잔 반으로 줄여서 마시기를 여러 날 반복하고, 이것이 익숙해지면 다시 3잔으로 줄여서 며칠간 마시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점차 마시는 술의 양을 줄여가면서 몸이 적응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2. 다음 잔을 마시기까지 적당한 시간 간격 두기

여러 잔을 한 번에 연거푸 마시면 더 많은 양을 더 짧은 시간 안에 마시게 됩니다. 또, 더 쉽게 취하기도 하죠. 이런 습관을 고치기 위해서 한 시간에 한 잔만 마신다든지 술을 대체할 수 있는 물이나 음료를 중간중간 함께 마시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3. 술을 희석해서 마시기

알코올 농도를 낮추도록 물이나 음료를 술에 희석해서 마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또는 기존에 마셨던 술보다 도수가 낮은 술로 대체하는 것도 좋습니다. 단, 도수를 낮췄다고 안심하며 마시는 양을 늘려서는 안 되겠죠.

 

4. 혼술 줄이고 건강한 취미 만들기

혼술을 하다 보면 여러 명이 있을 때보다 양을 조절하지 않고 마시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 무료하거나 기분이 울적할 때, 스트레스를 받을 때 자신을 위로하고 보상하기 위한 방안으로 술을 점점 더 찾습니다. 그러다 보면 음주가 일상이 되고 더 자주, 많이 마시게 되는 것이죠. 술을 대신할 수 있는 건강한 습관을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운동이나 어학, 독서, 취미 모임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고 에너지를 발산하며 주의를 환기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여 보세요.

 

5. 술을 마시지 않거나 건강한 음주습관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기

술을 많이 마시는 분들 주변에는 소위 ‘술친구’라고 하는 분들이 있게 마련입니다. 술을 좋아하고 함께 하는 술자리도 즐겨하는 분들이죠. 물론 이런 분들과의 관계를 아예 단절할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술을 줄이고 건강한 음주습관을 만들고 싶다면 이런 분들과 만나는 자리를 되도록 줄이고, 만났을 때도 술자리 대신 다른 활동을 함께 하도록 변화를 추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술을 마시지 않거나 마시더라도 적당히 기분 좋은 선에서 마무리 짓는 건강한 음주습관을 가진 분들과의 만남을 더 늘려가는 것이 좋습니다. 술을 줄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술에 대한 유혹을 느낄 수 있는 자리를 가급적 만들지 않는 것이 좋겠죠.

 

적당한 음주는 기분전환과 삶의 활력을 가져다주지만, 지나치면 자신과 주변에 모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술이 나를 마시지 않도록, 건강한 음주습관을 통해 술에 대한 통제력을 가지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합정꿈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장승용 원장

장승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합정꿈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인하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인하대병원 인턴 및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한국정신분석학회 정신분석적 정신치료 Master class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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