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최근 결혼한 신혼부부인데, 불안하고 예민한 성격의 남편 곁에서 어떻게 도움을 주면 좋을지 고민이 되어 글을 남깁니다. 연애 때부터 생각이 많고 중요한 일이 닥치면 매우 예민한 성격인 것을 알고 있었고, 저는 그럴 때마다 제 나름 공감은 해 주되 그 문제는 생각하는 만큼 큰 문제가 아니라는 식으로 넘기며 불안을 낮춰 주려고 노력했어요.
결혼하면서 아파트 대출을 받았는데 남편은 인생에서 첫 대출이기도 하고 일정 수입에서 많은 이자가 나가다 보니 미래에 대한 많은 걱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또 다른 지역으로 이사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 저도 직장을 옮겨야 했기 때문에 새로운 지역에 어떤 인프라가 있는지, 내 커리어는 끊기는 게 아닌지 저 역시 걱정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남편은 저에게 새로운 지역에 가면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고 항상 이야기했는데, “저는 아직 새로운 지역에 뭐가 있는지 모르겠고, 우선 조금 쉬고 싶다.”라는 답변을 계속 했어요.
남편은 시간이 있으니 더 찾아보고 무엇을 할 건지 계획해 달라고 했는데, 제 성격은 매우 현실주의라서 당장 일주일 앞 상황도 모르는데 무엇을 구체적으로 계획하라는 건지 이해가 안 되고, 그렇다 보니 남편과 추후 계획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제 나름 회피해 왔던 것 같네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가 다가오면서 남편의 불안이 최고로 터진 것 같더라고요. 저에게 평소에 하는 태도가 다르기에 물어봤더니, “본인은 대출과 경제생활에 대해 매우 고민하고 있는데 저는 본인만큼 고민과 노력을 하지 않는 것 같다.”, “나와 함께 있으면 불안해서 행복하지 않다.”, “둘이 있어서 불안한 것보다 혼자 있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 등의 말을 하더라고요.
저는 솔직히 갓 결혼한 남편의 입에서 끝을 이야기하는 말이 나올 거라는 생각은 못했는데, 그 말을 들으니 너무 당황스러워서 무조건적인 사과를 했던 것 같습니다. “남편은 제가 울면 자기가 나쁜 사람이 된 것 같고, 예전에는 울면 달래 줘야지, 힘든 이야기 그만해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당신이 울어도 아무 생각이 안 든다, 울지 마라.”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남편에게 원하는 것을 물었더니 이직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알려달라고 하는데 제 나름 저의 계획을 말하면, 시간을 많이 줬는데도 그렇게밖에 답이 없냐는 식이어서 저도 너무 어렵고 복잡하네요. 제 직업의 특수성 때문에 당장 취직을 하거나 공고가 언제 뜨는지 등의 구체적인 계획을 답변을 주기가 어려운데, 남편이 원하는 답이 얼마만큼 구체적인 건지조차 가늠하기가 어렵네요.
제 나름 남편에게 현재 남편의 심리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같이 잘 해결해 나가자는 식으로 이야기해 보았지만 너무 단호하고 냉정한 상태로 변해서 저도 너무 당황스럽네요. 제가 그렇게 잘못했나 싶다가도 남편의 어려움을 너무 외면했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어떻게 하면 남편의 현재 불안한 상태를 진정시키고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되기만 합니다. 제가 어떻게 도와주면 상황이 개선될지 알려 주세요. 감사합니다.
답변) 안녕하세요, 사연자님. 반갑습니다. 이렇게 사연 올려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남편의 높은 불안 성향과 경제적인 문제에 대한 걱정이 겹쳐지면서 사연자님의 현실적인 경제활동 부분과 두 분 사이의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워낙에 불안하고 예민한 성격의 남편 분인 만큼 큰 금액의 대출금을 빚진 상황에서 혼자만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심적 부담감과 함께 불안감이 많이 높아진 상황 같습니다. 그래서 아내 되시는 사연자님께서 함께 경제적인 책임과 부담을 나눠 가지기를 바라는데, 본인의 생각만큼 현실적으로 당장 도움이 되지도, 또 적극적으로 노려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아 실망감이 컸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사연자님의 입장에서도 새로운 지역으로 이사하게 되고, 그곳에서 적당한 일자리를 찾는 데 현실적인 한계와 어려움이 있기에 답답한 마음이실 것 같습니다. 또 남편으로부터 경제적인 부분에 대한 불만족과 불안감으로 인해 아내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싶은 생각도 든다는 말을 들으셨을 때 얼마나 서운하고, 마음에 상처가 되셨을까요. 거기에 눈물을 흘리는 사연자님의 모습을 보고도 “당신이 울어도 아무 생각이 안 든다.”라고 말하는 남편의 말에 마음이 무너지지는 않으셨을지 걱정이 됩니다.
사실 사연자님께서는 남편의 불안을 줄이는 방법을 알고 싶어 이렇게 사연을 올려 주셨지만, 안타깝게도 이렇게 답변을 드리는 지금 이 순간 저에게 드는 생각은 이에 대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답변을 드리는 데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불안이라는 것은 개인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감정으로, 정신 내적으로 일어나는 활동에 의한 것입니다. 만약 누군가가 자신의 불안감을 다스리거나 줄이고자 전문가나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받기를 원한다면, 이에 대한 조언이나 심리치료, 장기적인 상담과 함께 개인의 의지와 노력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누군가의 불안감을 줄이는 문제는 타인이 대신 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죠.
또한 사연자님의 남편 분께서 많은 부담을 느끼는 지금의 경제적 상황이나 사연자님의 경제적 능력에 대한 불만족감을 운운하며 그것이 자신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핵심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을지언정, 이것이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배우자와의 이혼을 언급할 만큼 납득할 만한 이유로 존중받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남편 분의 불안은 현재는 경제적인 이슈와 맞물려 있지만, 그래서 그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아내 분의 경제적 활동이나 비전에 대한 확실한 답변을 받음으로써 사연자님을 압박하고 통제하는 것으로 불안감을 낮추고자 하지만, 이것이 어느 정도 해결되면 또 다른 걱정거리나 부부 사이의 갈등 문제 등으로 옮겨 가 불안감을 호소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자신의 불안정하고 불안한 마음을 이유로 배우자와 관계를 그만두고 싶다는 등의 협박조 말들로 사연자님께 상처가 되는 말들을 한다면, 사연자님께서도 과연 심적으로 무너지지 않고 남편과의 원만한 관계 유지를 위해 얼마나 감내할 수 있을지 우려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일단은 사연자님께서 남편과의 관계를 어떻게 이어 가고 싶은지, 또는 남편에 대한 마음이 어느 정도인지 자문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아마도 남편 분도 정말로 사연자님과의 관계를 끝내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그만큼 자신의 불안감과 그로 인한 심적 고통감이 크다는 것을 표현하고 이를 아내가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남편과 부부로서 계속해서 미래를 그려 나가고 싶은 마음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면, 남편의 불안함과 내면의 취약한 부분을 감싸 안으려는 각오와 노력이 필요할 텐데요, 아마도 그 노력의 일환으로 이렇게 사연을 올려 주신 것일 테지요. 그러나 그러한 노력의 결실이나 변화가 드라마틱하게 단시간 내에 이루어질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기나긴 여정의 지난한 싸움이 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죠. 다만, 포기하지 않고 관계를 개선하고 서로 간에 신뢰를 쌓아 가려는 노력이 요구됩니다.
몇 가지 제안 드리고자 하는 부분은, 가정의 현실적인 재정 상태나 남편이 바라는 경제적인 상황, 사연자님의 취업 및 경제적 능력과 관련해 남편 분과 솔직하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누어 보셨으면 하는 점입니다. 사연자님께서 당장에 경력을 살려 일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남편 입장에서는 파트타임이라도 해서 가계에 보탬이 되기를 원하는 것인지, 만약 그렇다면 사연자님께서도 원하는 직장을 구할 때까지는 파트타임 일을 하면서 가정 경제를 위해 힘을 보태는 것이지요.
이렇게 사연자님께서 좀 더 적극적으로 남편이 걱정하는 부분을 함께 해결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단순히 사연자님께서 “같이 잘 해결해 나가자.”는 식의 추상적인 답변보다는 남편 분께 훨씬 더 진정성 있게 다가갈 거라고 생각됩니다.
더불어 남편 분께서 자신의 불안감을 인식하고 잘 다루려는 개인적인 노력과 함께 사연자님께서도 불안감이 높은 남편을 잘 이해하고, 이러한 불안감으로 인해 표현되는 다소 극단적이고 상처를 줄 수도 있는 말들을 잘 소화하고 버텨 내기 위해 내면의 힘을 키워 나가려는 노력도 꾸준히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불안이라는 감정은 두려움이나 분노, 슬픔, 당황과 같은 감정이 우리 마음속에서 잘 소화되거나 배출되지 못하고 헝클어진 감정의 실타래로 볼 수 있습니다. 감정이 세분화되고 또 잘 조절되려면, 자신이 느끼는 감정 그대로를 상대로부터 충분히 수용받는 경험이 무척이나 중요한데 남편 분께서는 아마도 불안하고 민감한 성향에 더해 자연스럽게 감정을 표현하고 또 수용받는 경험이 그동안 많이 없으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불안이 어느 정도 소화되거나 잘 다루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방치된다면 정신적 고통을 유발하면서 일상마저 무너뜨리는 정신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잘 다루어져야 합니다. 평소에도 불안감이 높은 분들 중에는 가슴 두근거림이나 호흡 곤란, 긴장감과 민감성, 과도한 걱정이나 강박적 사고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세로토닌이나 노르이피네프린, 도파민 등의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이 깨지기 쉬운 특성이 있을 수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트라우마 사건이나 누적된 스트레스 등이 불안을 더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또한 불안감이 심해진 상태에서는 현재나 미래에 대해 희망적인 생각을 품거나 낙관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반면에 다가올 미래에 대한 걱정이나 두려움의 감정이 지배적이라서 ‘지금-여기’에서 일어나는 일상에 오롯이 집중하며 현재의 삶에 대한 느낌, 감각, 소소한 행복과 기쁨을 누리기가 쉽지 않기도 하죠. 특히 걱정거리가 생겼을 때, 이것이 강박적으로 자꾸만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해결책이 없다고 느껴지면 불안감이 증폭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불안감의 수준을 낮추기 위해서는 우선 지나친 생각을 멈추는 훈련을 해 보시기를 권유 드립니다. 너무 많은 생각과 시나리오의 가정은 더 많은 불안감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두려움을 뒷받침할 만한 실질적인 근거가 없다면 그 생각을 지워 버리는 연습을 하는 것이 불안감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불안을 조절하는 데는 운동이나 춤, 노래, 미술처럼 창의적인 활동이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만큼, 남편 분께 이런 활동을 추천해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또한 규칙적인 수면 습관과 숙면 역시 중요합니다. 이렇게 불안감을 낮추기 위한 여러 방법들을 남편 분께 권해 보시고, 그래도 효과가 없다면 정신건강의학과나 상담소에 방문하시어 전문가와의 상담을 해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또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남편 분과의 관계나 소통에서 어려움이 계속된다면, 필요한 경우 ‘부부상담’을 통해 도움을 받으실 수도 있으니 이 부분을 참고하신다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사연자님께 드리는 말씀인데요, 사연자님께서 원하는 커리어나 가정생활, 남편과의 관계 등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가고 싶은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고, 또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떠한 실천적인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지 잘 생각해 보셨으면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연자님께서 원하고 또 행복해질 수 있는 모습으로 사연자님의 삶을 채워 가시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감사합니다.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전형진 원장
국립공주병원 전공의 수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매번 서운하게 상처를 준 것 같습니다
저는 불안감을 통제할 수 있는 걸로 착각하여
제 마음을 압박해서 불안감을 낮추고자 했지만
그건 제 어린 마음과의 사이가
자꾸 멀어지게만 했을 뿐이였죠
제 어린 마음을 자주 관찰하여
제 어린 마음이 두려워하거나
화가나거나 슬프거나 당황을하면
있는 그대로를 수용해주고
지지해주고 안아줘야 겠습니다
헝클어진 감정의 실타래를
여기다 글을 쓰고 일기를 쓰고
그리고 상담을 받고 풀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