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에 반응하는 몇 가지 유형

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다른 사람들의 비난에도 의연함을 잃지 않을 수 있는 분들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주변의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관계 속에서 우리의 행동이나 태도, 성격, 심지어 외모까지 평가의 대상이 되거나 공격과 비난의 화살이 날아올 때도 있죠.

우리 또한 종종 마음속으로 혹은 무의식중에 다른 이들을 멋대로 평가하기도 하며, 이러한 인식은 은연중에 상대를 대하는 태도나 방식으로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때로는 상대에게 대놓고 지적을 일삼거나 비수를 꽂기도 하기도 하고요. 이렇듯 우리는 일상에서 누군가를 판단하거나 비판하고, 반대로 우리 자신이 평가나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하죠.

그런데 이처럼 사람들의 평가나 시선을 신경 쓰고, 비난에 자동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만약 남의 시선이나 평가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독선과 자만에 빠진 사람일 가능성이 큽니다. 아니면 주변 사람들과 사회적 소통이나 감정적 교류가 잘 되지 않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남의 시선이나 비판에 전혀 개의치 않는 것만큼이나 지나치게 신경 쓰며 연연하는 것 역시 무척이나 소모적이고 피곤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러분은 누군가로부터 비난받게 될 때 어떻게 반응하시나요? 사람들이 비난받았을 때 주로 보이는 반응은 대개 다음의 몇 가지 방식으로 추려집니다.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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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자책하기

다른 사람의 비난이 타당한 것인지, 혹은 근거가 있는지와 상관없이 누군가로부터 비난의 말을 들으면 일단 자신의 결함이나 잘못 때문이라 여기며 스스로를 책망하기 바쁩니다. 자책하는 분들의 마음속에는 나에 대한 상대의 평가나 비난의 내용이 그 무엇이든, 그것이 옳고 진실이라고 여기며 타인의 비난을 무분별하게 흡수해 버리는 경향이 있으므로, 비난의 내용을 잘 분별해서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는 연습을 꾸준히 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② 부인하기

일단 누군가 나에게 조금이라도 싫은 소리를 하거나 지적하려는 조짐만 보여도 펄쩍 뛰면서 강하게 부인하거나 자신은 무척이나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분들도 있습니다. 만약 누군가가 자신을 비난하는 것에 강한 거부감이 들거나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몹시 어려운 분이 계시다면, 무엇 때문에 그토록 강하게 부인하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해 볼 필요도 있습니다.

상대의 사소한 지적에도 완강하게 부인하는 사람의 내면에는 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너무나도 고통스럽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자기를 방어하는 심리가 작동하는 측면도 존재합니다. 또 자신에 대한 객관화가 부족하거나 ‘내가 절대로 그랬을 리가 없어.’, ‘내가 잘못했을 리가 없잖아?’처럼 자기를 과신하거나 과대평가하는 측면이 있는 분들 역시 일단 부인부터 하고 보는 식으로 행동하기도 하죠. 평소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거나 수용하는 태도가 부족한 분들도 타인의 비난에 무조건 반박하는 경향이 습관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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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돌려주기

내게 날아온 비난의 화살을 내용만 달리해서 다시 상대에게로 날려 버리는 ‘눈눈이이(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을 자주 사용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물론 이러한 대응 방식이 당장에는 속이 후련한 듯 느껴지겠지만, 서로에 대한 비방이 점점 거세지거나 감정의 골만 더욱 깊어질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합니다. 

또 화가 났거나 기분이 안 좋은 상태에서 즉각 반응했다가는 충동적으로 후회할 말을 내뱉거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감정적인 사람’, ‘무서운 사람’ 등으로 오해를 사기가 쉽습니다. 그러니 누군가의 비난에 즉시 맞대응해서 똑같이 비난하기보다는, 흥분된 감정을 차분히 가라앉힌 후에 침착하게 상대의 비난에 기분이 상했다는 의사를 표시한 후에 사실 관계를 따져 보며 대화를 통해 풀어 나가는 것은 어떨까요. 상대가 나에 대해 오해했던 부분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사과를 받아야 할 부분이 있다면 사과를 받는 것도 타인의 비난에 대처하는 슬기로운 방법일 것입니다.

 

④ 회피하기

타인의 비난에 전혀 동요하는 모습 없이 하나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은 사실은 엄청나게 다른 이들의 평가나 비난에 민감한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을 향해 부당하거나 과도하게 비난하는 사람에게 맞설 만큼 스스로가 강하지 않다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갖고 있는 경우도 있죠. 또한 상대가 비난하는 내용 중에는 일말의 진실이 숨겨져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를 직면하는 것이 두렵거나 자신의 잘못에 대해 책임지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회피하기도 합니다.

 

인간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기에,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평가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사람마다 누군가를 평가하는 기준이나 선호하는 성격, 취향, 태도 등이 무척이나 다르고 또 편차가 있는 만큼, 모든 사람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거나 좋은 사람이 되기란 어렵습니다. 

그러니 누군가 나를 좀 못마땅해하거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비난해 오더라도 그의 평가에 너무 연연하거나 상처받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나에 대한 상대의 시선이나 평가는 그 사람의 것일 뿐, 내가 인정하거나 수긍할 만한 부분이 아니라면 자신 있게 “Stop!”을 외치시는 것은 어떨까요. 그래도 때때로 어떤 이의 평가나 비난 속에는 스스로를 겸허히 돌이켜 보라는 신호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사당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최강록 원장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당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한양대 의과대학 학사, 석사
(전)의료법인 삼정의료재단 삼정병원 대표원장
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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