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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난(악플)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법
정두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9.12.23 00:10

[정신의학신문 : 정두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유명 연예인들이 스스로 목숨을 거두었습니다. 의도적으로 자극적인 제목을 단 기사와 함께 악성 댓글(이하 악플)이 그들의 마음에 큰 상처를 냈을 것이라는 분석이 방송과 기사를 통해 나옵니다. ‘그런 상황이었으면 나라도 힘들겠다.’라는 생각을 이제야 하게 됩니다. 악플을 달았던 사람(이하 악플러)들은 방송 인터뷰에서 ‘대중 앞에 서는 사람으로 당연히 감내해야 하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악플러들이 피해자의 입장을 분석한 방송을 본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방송에서처럼 일부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며 악플을 지우기도 하고, 다른 일부는 자신의 악플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악플 문제에 대해 여러 처방들이 나옵니다. 인터넷 실명제부터 인공지능을 이용해서 삭제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방안들이 제시됩니다. 그런데 자신의 사회적 자아가 드러나는 SNS 계정으로도 악플을 다는 사람들을 보면 실명제로 완전히 해결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상대를 공감하고 존중하는 방법을 교육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쩌면 과도한 비난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폭력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포털에 오르내리는 유명인의 경우는 아니더라도 자신에 대한 소문으로 힘들어하는 청춘들이 많습니다. 나이가 들어 경험이 쌓이면 ‘그게 뭐 대수라고’ 하며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들과 이겨낼 수 있는 일들이 청년들에게는 아주 어려운 과제입니다. 청년들은 ‘소문이 돌았을 것 같은 느낌’만으로도 힘들어합니다. 어쩌면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진화적으로 이득을 얻었던 ‘남의 시선에 신경을 쓰고 그룹과 조화를 이루려는 힘’이 자신을 힘들게 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겠죠. 부작용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요?
 

사진_픽사베이


첫째, 사람들은 별생각 없이 남 이야기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숙고한 후에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팩트체크’ 없이 ‘그랬다면 그 사람 좀 그렇네...’ 정도의 이야기를 쉽게 합니다. 나에 대한 시선은 그저 ‘그 이야기가 이 사람 얘기인가?’ 정도의 눈빛이었을 수 있습니다. 약간은 삐딱한 시선을 가졌더라도 나를 직접 대하면 오해를 쉽게 풀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부류에 해당합니다. 

둘째, 일부의 ‘이상한 사람’은 어디나 있습니다. 정신과 교과서에 나오는 성격장애는 인구의 10%에 해당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10명인 그룹에서 1명 정도는 애초에 성격적으로 일반적인 사람과 다른 행동을 보입니다. 정치, 종교, 성별 등 민감한 주제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더 흔합니다. 이들 중 다양성을 존중하지 못하는 일부에게 비난을 받을 수 있습니다. ‘내가 잘못을 한 것이 없는데 왜 비난을 받아야 하지?’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면 우리는 더 힘들어집니다. 안타깝게도 운이 없을 수 있습니다. 인간 세상이 원래 그렇습니다.

셋째, 맥락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나를 지지한다면 그들과 연대하세요. 누군가 억울하게 나를 비난하고, 그것을 깊은 생각 없이 퍼뜨리는 세상에 환멸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가까이서 나를 이해하고 지지하는 사람이 여럿 있다면, 이들을 받아들이고 의지할 수 있도록 하세요. 중요한 것은 멀리서 나를 비난하는 이름 모르는 누군가가 아닙니다.

 

세 가지로 길게 풀어쓴 내용을 줄이면 ‘원래 사람들이란 좀 그렇지 뭐. 내 편을 들어줄 사람과 억울함을 풀고 일상으로 돌아가자’라는 간단한 방책입니다. 이것을 할 수 있는 경험이 쌓인 어른이라도 자신에 대한 비난이 지나치고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면 견디기 힘들어집니다. 직장에서 파벌 다툼이나 희생양 만들기에 걸려들었다고 생각해보면 상상이 됩니다.

어떤 비난이든 나를 너무나 힘들게 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마음의 아픔이라면 상담과 진료가, 경제적 사회적 피해라면 법률적 조언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내가 나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도 마음의 짐을 덜어줄 수 있습니다. 지난한 과정을 겪더라도 불운인 나를 삼키지 않도록 세상을 헤쳐 나가는 체력이 생길 겁니다. 

 

저도 예전 칼럼과 관련된 인터넷 반응에 대해 속이 상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입시 의혹과 관련된 칼럼을 2천자 글자 수 제한 속에서 쓰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불공정하다고 목소리를 내는 명문대생들이 자신이 유리한 입장일 때는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담고 싶었으나 하지 못했습니다. 정치적 입장과 상관없이 생각해 볼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지만 공간이 부족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은 주어진 상황 때문이라고 작게 생각하고, 다른 사람의 잘못은 인격 자체를 문제 삼는다는 내용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자신이 비슷한 경험을 했으면 더 크게 느낀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저와 가까운 사람들은 정치적인 입장이 어느 쪽이든 용감하게 입시 문제를 이야기해줘서 좋았다고 했습니다. 일부는 네티즌의 반응을 걱정하기도 했지만요. 역시 예상한 반응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두 거대 정당과 관련된 입시비리를 모두 언급했지만 부족했습니다. 정치에 관한 글이 아닌데도 양쪽의 정치적 입장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동시에 비난을 받게 되니 ‘대수롭지 않은 일’임을 알면서도 속이 상했습니다.

 

글을 쓰기 전부터 어느 정도의 논란을 예상했던, 사람의 마음이 전공인, 사회 경험이 많은 40대 아저씨도 모르는 사람의 비난에 마음이 상합니다. 길거리의 사람들도 자신을 알고 있는 20대 여성 연예인이 논란거리가 될 거라 예상도 하지 못한 개인적인 일이 기사로 공개되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인격 모독의 댓글로 공격을 받았을 때, 어떤 상처를 받았을지 조금이나마 상상을 하게 됩니다. 자유가 보장된 나라의 사적인 자리에서 옷을 원하는 대로 입었을 뿐인데 ‘정신이 이상하다’라는 비난을 받게 됩니다. '이 패션은 내 관점에서는 별로야'라는 댓글과는 수준이 다른 비난입니다.

제 글의 주제와 상관없이 자신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불만족을 표현한 반응보다 더 저를 속상하게 했던 것은 ‘네 생각은 틀렸어. 근거를 댈 필요도 없어. 대부분 네 편이 아닐 거야. 넌 어차피 틀린 행동만 할 사람이거든.’이라는 반응과 여기에 대한 동조(추천 수)였습니다. 아마 여기에 욕설이 더해지면 가장 듣는 사람을 아프게 하는 ‘악플’일 것 같습니다. 세상이 모두 나를 반대하고, 내 행동뿐 아니라 ‘나’라는 사람 자체가 이 사회에 받아들여질 것 같지 않으면 (인신공격) 지독하게 외로워지니까요.

 

이런 일들을 수시로 겪어야 했던 사람은 너무 아팠을 것입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지만 부족했을 수도 있습니다.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고 이를 뉴스로 접한 사람 중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거나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은 아픔을 공감했을 것입니다. 우울증을 겪고 있다면 증상이 더 심해졌을 수도 있죠.

방송에서처럼 인신공격성 기사나 댓글을 쓴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할 것입니다. 이러한 반응 또한 아픈 사람들을 더 아프게 만듭니다. 사람들이 무섭고 집을 나가는 것조차 힘들어집니다. 기억하지도 못할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사람들이 자신을 아프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아쉽지만 보통의 인간은 그렇게 행동합니다. 말로 쉽게 남을 비난하고 아프게 할 수 있습니다. 근거 없는 비난에 신경을 쓰는 대신 내 편의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여주세요. 쉽게 남을 비난하는 사람들에 함께 맞선다면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정치, 종교 등의 가치관이 다르더라도 ‘과도한 비난’에 대해서는 함께 맞설 수 있습니다. 악플에 “저도 그 옷이 예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인격 모독을 하시는 것 같네요.”라고 누군가 댓글을 달아준다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제가 보기엔 예쁜데요. 저도 님처럼 인격 모독 댓글이 보기 싫었어요.”라고 누군가 호응해준다면 더 좋겠죠.

부족하지만 현재의 법과 제도로도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혐오와 차별에 대해 교육하고 제재할 수 있다면 더 살기 좋은 사회가 될 것입니다. 더 서로를 존중하는 사회가 되겠죠. 제도가 마련될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면 비슷한 처지를 경험한 사람들이 서로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습니다. 연대할수록 우리 사회는 더 건강해질 것입니다.

 

* 정두영 UNIST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교수(헬스케어센터장)

필자는 과기원을 졸업한 정신과의사로서 학생들의 정신적 어려움을 공감하고, 진료와 더불어 인간을 직접 돕는 새로운 기술들을 정신의학에 적용하고자 인간공학과에서 연구합니다.

<본 칼럼의 전반부는 2019년 12월 11일 경상일보 ‘[경상시론]비난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법’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

 

정두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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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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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구 2020-03-21 12:59:12

    감사합니다   삭제

    • 김미선 2019-12-24 22:09:16

      이런기사좋아요~내용도좋고 계속 이런글 써주세요   삭제

      • dd 2019-12-23 13:50:19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이전부터 느꼈지만 이 신문에서도 칼럼 하나 올라오면 대놓고 공격성을 보이는 댓글들이 많더라고요. 필자분들을 위해서라도 그런 댓글들을 관리해주셨으면 하네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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