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성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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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조장’이라는 말을 아시나요? 분노조절장애의 줄임말로 화나 짜증을 참지 못하고 타인에게 분출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로 묻지마 범죄가 늘어난 요즘 자주 사용되는 단어 중 하나입니다. 스트레스를 받는 사건들이 많아진 현대사회에서 화를 주체할 수 없고 심한 분노를 드러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타인에게 과도하게 화를 내는 경우 ‘다혈질’이나 ‘분조장’이라는 말로 일컫고 있습니다. 

 ‘분노조절장애’라는 말은 정신과 진단명은 아닙니다. 그러나 분노를 통제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일어나는 모든 증상을 일컫기 때문에 다양한 정신질환과 연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식적인 진단에서는 충동조절장애의 일종으로 '간헐적 폭발장애'라는 진단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간헐적 폭발장애는 공격적 충동성이 조절되지 않아 심각한 신체적, 재산적 손해를 야기하는 경우 진단받을 수 있으며, 원인으로는 유전,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어린 시절 정서적으로 외상적 스트레스를 받은 경우 발병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존재합니다. 

 보통 아래와 같은 증상을 가진 경우, 간헐적 폭발장애 진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첫째, 신체적 또는 정신적 공격성이 최근 3개월 동안 1주일에 2일 이상 발생한다. 

둘째, 신체적 또는 경제적 손상을 야기하는 감정적 폭발이 1년 내 3번 이상 발생한다.

셋째, 공격성이 발생하는 정도가 심리적 상황이나 스트레스 정도에 비례하지 않는다.

넷째, 공격성이 계획된 것이 아니라 충동적으로 발생한다.

다섯째, 공격성 또는 감정적 폭발로 인해 경제적 또는 법적 문제를 겪고 있다.

 

단, 이러한 진단은 환자의 나이가 최소 만 6세 이상인 경우 내릴 수 있으며, 다른 정신적 혹은 신체적 장애에 의해 유발된 것이 아니어야 합니다. 

 환자들은 심각한 분노를 느끼게 되면서 사고 및 판단 능력이 마비되고, 분노 표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결과를 고려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주변에 있는 도구를 활용하여 폭행이나 살인과 같은 강력 범죄를 저지르기도 합니다.

분노를 충동적으로 표출한 뒤에는 일시적으로 이완된 기분을 느낄 수도 있으나, 죄책감이나 수치심과 같은 부정적 감정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공감 능력이 부족하거나 도덕적 기준이 덜 발달된 환자의 경우 자신의 분노가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평소에는 충동적이거나 공격적이지 않은 행태를 보이다 사소한 자극에 의해 갑작스럽게 분노를 표출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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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동적 분노 조절 치료를 위해서는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가 주로 이루어집니다. 특히 약물치료의 경우 공격성 수준을 감소시켜 주는 약물을 사용하여 치료 진행에 있어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지행동치료로는 전통적 치료와 최근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마음 챙김 치료법이 주로 사용됩니다. 이때는 우선적으로 분노를 유발하는 원인을 파악합니다. 감정뿐 아니라 인지(사고) 과정, 특정 상황 유무 등에 대한 파악이 필요합니다. 

 특히, 충동적인 분노 행태가 주변인에게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치료 시 가족의 개입은 필수적입니다. 가족들은 질병에 대해 잘 알아야 하고, 환자로 하여금 분노를 표출하는 행동을 자제 시켜야 하며, 치료에 순응하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많이 힘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치료를 받게 된다면 호전이 될 수 있는 질병이기에 꾸준히 치료가 필요합니다. 

 

당산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이성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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