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성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버스가 달릴 때 핸드폰을 창문으로 던져 보고 싶다든지, 아이홀을 눌러 눈을 빠지게 하고 싶다든지, 태양을 계속 쳐다봐서 실명하고 싶다든지… 이런 충동에 휩싸이곤 합니다. 당연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인 것을 알지만… 하지 말아야지 하다가도 해 볼까? 하는 생각에 휩싸여 불안하고 죽겠습니다. 

저 좀 도와주세요! 병명이 뭔가요? 고치고 싶습니다. 자살하고 싶은 건 절대 아니에요. 겁도 많고요. 그리고 사소한 것에도 불안합니다. 전기차를 타면 차가 터질 것 같다든지, 비행기를 타면 떨어질까 봐 걱정된다든지… 일어나지도 않을 일들에 대한 사소한 걱정 같은 것 말이죠. 

침습적 사고, 강박 사고 등등에 대해서도 알아봤지만 저의 정확한 병명과 치료법을 알고 싶습니다. 도대체 저의 병명이 무엇인가요? 도와주세요! 13년째입니다.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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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 안녕하세요, 사연자님께서 올려주신 고민글 잘 읽어 보았습니다. 평소에 일상생활을 하실 때 다양한 상황에서 원치 않는 충동에 휩싸이고, 직접 실행에 옮기고 싶은 마음과 그로 인한 불안감, 또 일어나지도 않을 사소한 일들에 대한 걱정과 불안감이 크신 상황 같습니다.

사연자님을 직접 뵙지 않고, 또 사연자님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사연자님께서 느끼시는 불편감에 대한 지면 기술만으로는 정확하고 특정한 진단명을 내릴 수는 없다는 점, 양해 부탁 드립니다. 먼저, 일상생활 중에 올라오는 예상치 못한 충동성은 누구에게든 어느 정도는 일어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자극임을 이해하셨으면 합니다. 

다만, 이러한 충동은 갑자기 떠올랐다가 이내 사라지는 것이 좀 더 보편적이며, 보통 분들은 그것을 실행으로 옮기지 못한다고 해서 크게 불편감이나 불안감을 느끼지는 않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니 충동적인 생각이 떠오르는 것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충동성이 너무 빈번하거나 올라오거나 그로 인해 심한 불안감이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정도일 때 문제 상황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사연자님께서는 이러한 충동으로 인해 느끼시는 불안감이나 불편감이 크신 상태라 이 부분에 대해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또 사소한 일에도 불안감을 많이 느낀다거나 걱정이 일상에 만연되어 있다면, 생활 전반에 걸쳐 불안감 수준이 높으신 듯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불안감과 걱정, 충동성 등이 13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되었다고 하니 그동안 심적 고통과 불편감이 상당하셨으리라 짐작됩니다.

사실 무언가를 걱정하는 것은 무척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걱정은 혹시 미래에 일어날지 모르는 다양한 상황을 미리 머릿속에 그려 보면서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실제적 효과와 기능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무언가를 ‘적극적으로 걱정’함으로써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하는 것과, 그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든 일들을 하염없이 ‘걱정만 하는 것’은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전자는 필요에 의한 생산적인 사고 활동이지만, 후자는 불필요하게 심리적 에너지만 소모할 뿐입니다. 이처럼 특정한 주제 없이 마음속에 걱정과 불안이 항상 둥둥 떠다니면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든 주제에 달라붙는 것을 바로 ‘부유불안(free floating anxiety)’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매사에 불안하고 걱정이 많다 보면 중요하거나 새로운 일에 집중하거나 잘 처리할 에너지가 부족해지기도 합니다. 또 몸까지 긴장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한 가지 특정한 것에 대해서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 아니라, 정말 다양한 일들과 관련해 걱정이 생겨나고, 걱정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안절부절못하거나 긴장이 고조된 느낌, 쉽게 피로해지는 감각, 집중하기 어렵고 멍한 상태, 근육의 긴장, 수면장애 같은 신체 증상들이 동반되는 것을 ‘범불안장애’라고 칭합니다. 

사연자님께서는 다양한 상황에서 불안감이 엄습하시는 상황이 이와 유사하다고 생각해 볼 수 있으나, 신체적 증상이 동반되는 상황인지는 사연에 나와 있지 않아 섣불리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만약 이와 같은 신체적 증상이 동반되는 상황이라면, 이 또한 염두에 두고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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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불안장애의 경우, 전문가와의 상담하에 필요한 경우 우선적으로 약물치료가 선행됩니다. 하지만 약물치료만으로는 온갖 장면에서 떠오르는 걱정을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끊임없이 떠오르는 부정적인 결과들을 조절하지 않는다면, 결국은 불안 증상이 다시 올라오게 되기 때문이죠.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심리치료, 그중에서 인지행동치료가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불안한 마음과 걱정을 강화하는 사고 과정을 기록하고 검토하면서, 어느 부분에서 왜곡된 판단이 들어갔는지를 발견해 낸다면 점차 나의 생각을 교정해 나갈 수 있고, 그에 따라 불안감도 감소될 수 있습니다. 

그중 ‘걱정 시간 만들기’를 통해 걱정을 적극적으로 함으로써 시도 때도 없이 걱정하는 잘못된 습관을 바로잡아 볼 수 있습니다. 즉, 하루 중 가장 편안하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을 정해서 매일 그 시간 동안만 자신이 평소 걱정하는 일이나 주제를 정해서 걱정해 보는 겁니다. 예를 들면, 오후 8시부터 8시 30분까지 그냥 머릿속에 떠오르는 걱정을 마음껏 하거나 이 걱정거리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실제적인 해결 방안을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단, 걱정 시간 외에는 걱정하지 말고 다른 일들에 에너지를 쏟도록 하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평소에 질 좋은 수면과 영양가 있는 식단 등으로 자기 관리를 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불충분한 수면이나 영양 결핍이 불안감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평소 스트레스 수준은 높지 않은지 잘 관찰해 보시고, 스트레스 수준을 잘 관리하는 것도 불안감과 충동성을 낮출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입니다. 명상이나 전신이완법을 통해 교감신경계의 긴장을 떨어뜨리는 것도 스트레스 수준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부정적인 감정 등이 올라올 때도 억누르지만 말고 적절히 표현함으로써 평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잘 정리하고 소화시키는 것 역시 신경 써야 할 부분입니다.

이러한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충동성과 불안감으로 인해 계속해서 심적인 고통을 느끼신다면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나 상담소에 방문하시어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실 것을 권유 드립니다. 앞으로 사연자님의 마음속에 가득 찬 불안감이 차차 걷히고 평화로 채워질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당산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이성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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