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인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사진_ freepik

 

캐나다의 유명 희극배우 짐 캐리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아버지는 일찍 세상을 떠나고 어머니의 건강이 좋지 않았던 탓에 고등학교를 중퇴할 만큼 가난했다고 합니다. 그는 열아홉 살의 나이에 배우의 꿈을 안고 미국 LA로 향하게 됩니다.

그때부터 길거리 생활과 다름없는 나날이 계속됐습니다. 하루 한 개의 햄버거를 쪼개 세 끼를 때우고, 50달러짜리 중고차에서 밤을 지새웠습니다. 자신의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에 좌절할 때쯤, 그는 차를 몰고 할리우드의 가장 높은 언덕으로 올라갔다고 합니다. 화려한 도시의 밤 풍경을 보던 그는 수표책을 꺼내 자신의 출연료로 1000만 달러를 적었습니다. 5년 뒤 추수감사절에 지급하겠다는 서명과 함께였지요. 

그리고 5년 뒤. 짐 캐리는 영화 <덤 앤 더머>의 출연료로 700만 달러를, 같은 해 <배트맨>의 출연료로 1000만 달러를 벌었습니다. 비참한 환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그의 의지가 드디어 빛을 발한 것입니다. 그는 5년 전 누가 들었다면 코웃음을 쳤을 그 약속을 꿋꿋이 지켜냈습니다.

이처럼 큰 역경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을 훌륭하게 일궈 나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가능케 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연구한 끝에 ‘회복탄력성’이라는 개념을 발견합니다. 이는 다른 말로 ‘마음의 심폐소생술’이라고 불리는데요, 주어진 환경 속에서 어려움을 이겨 내고 적극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긍정적인 노력과 능력을 뜻합니다.

 

사진_ freepik
사진_ freepik

 

미국 심리학회(APA)에 따르면, 회복탄력성의 특징은 다음의 네 가지로 요약됩니다.

① 인내와 목적: 현실적인 계획을 세워 한 걸음씩 수행해 나가는 힘

② 경험 중심: 자신의 능력과 강점에 대한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태도와 확신

③ 관계의 기술: 의사소통과 문제해결의 기술

④ 평정심: 감정에 대한 이해와 조절 능력

 

노스캐롤라이나(North Carolina) 대학의 한 연구팀은 12주간 대형 밴드부에 속한 314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회복탄력성과 정서적 소진의 상관관계를 연구했습니다. 대형 밴드부에서는 행진하며 악기를 합주하기 때문에 헌신적인 참여와 상호 의존적인 관계가 매우 중요합니다. 연구진은 연습이 계속될수록 부원들의 참여도와 몰입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분석했는데요. 대체로 몰입도가 떨어지고, 정서적 소진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날짜의 흐름과 관계없이 연습에 열중하는 학생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회복탄력성을 잘 유지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우리의 정서는 늘 변화하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정서를 잘 조절할수록 회복탄력성이 높아집니다. 이는 타고난 능력이나 결정된 요인이 아닌, 언제나 변화하고 진행되는 ‘과정’에 가까운 능력입니다. 

회복탄력성이 하나의 과정일 뿐이라는 점은 개인의 노력에 따라 증가할 수도 있고, 반대로 약화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우리의 삶은 예상할 수 있었던 일보다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이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고는 합니다. 아무리 철저히 대비하더라도, 자신의 노력이나 능력만으로 제어할 수 없는 순간이 벌어지죠. 어린 시절에 발생한 일은 더욱더 내가 바꿀 수 없는 기억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과거를 바꿀 순 없어도 회복력을 키울 수 있으며, 그 회복력을 통해 현재와 미래의 역경을 보다 수월하게 이겨 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사진_ freepik
사진_ freepik

 

앞서 몇 개의 칼럼으로 회복탄력성을 키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안내한 바 있습니다. 자신의 정서를 정확히 바라보고 조절하는 연습을 통해 정서적 안정성을 키우는 것, 적극적인 지지를 제공하는 친밀한 관계의 존재 유무, 스스로에 대한 자기 통제감 등이 우리의 회복력을 향상하는 방법입니다. 혹시 지금 극복하기 어려운 현실 때문에 괴롭다면 위의 방법들을 살펴보고, 회복하는 힘을 키우는 게 좋겠습니다.

 

당신의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김인수 원장

 

김인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당신의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전체기사 보기
  • 애독자 응원 한 마디
  • "그때 선생님 글을 만났더라면 좀더 빨리 우울감에서 헤어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글 내용이 너무 좋아 응원합니다. 사소한 관계의 행복이 회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