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제목 그대로 일상 대부분의 일에 뭔지 모를 부담감 같은 것을 느끼는데 이것이 어떤 문제인지 궁금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이번 주에 면접이 있어요. 근데 졸업 후 처음 하는 면접이라 내일 면접용 사진을 찍으러 갈 것이고, 그다음 날은 미용실에 방문해서 면접에 대비하여 머리도 손질할 예정이에요. 근데 뭔가 이런 일들이 큰 부담 같은 것으로 다가온다고 할까요? ‘사진 찍으러 가서 표정은 어떻게 지어야 하지?’, ‘사진이 생각보다 못 나오면 어떻게 하지?’, ‘사진 찍으러 가기 너무 귀찮은데….’, ‘미용실에 가서 머리는 어떻게 한다고 말해야 하지?’, ‘가던 곳이 아니라 새로운 곳을 예약해 두었는데, 괜히 새로운 곳을 가서 머리를 망치면 어떻게 하지?’, ‘내 인생 처음 보는 면접인데 가서 말도 제대로 못하고 우물쭈물하면 그 당혹감은 어떻게 하지?’ 이런 식의 사고가 계속적으로 일어납니다.

이러한 사고 흐름의 예는 이번 주에 일어날 일들에 대한 것이지만, 이뿐만이 아니라 일상 대부분의 일에 이런 식의 사고들이 계속 일어나요. 제게 어떤 병적 증세가 있는 걸까요?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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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  안녕하세요, 사연자님께서 올려 주신 사연글 잘 읽어 보았습니다. 

사연자님께서는 평소 일상의 일들에 왠지 모를 부담감을 많이 느끼시고, 또 중요한 일을 앞두고 걱정과 긴장이 더욱 많이 되면서 그와 관련된 생각들이 머릿속에 연속해서 떠오르다 보니 피로감이 상당하신 듯합니다. 그런데 일상의 대부분의 일들에 부담감을 느끼신다고는 하셨지만, 습관적으로 우리가 하는 일들, 예를 들면 식사를 하고, 교통 기관을 이용하는 등의 일보다는 아마도 새로운 일이나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일들에서 더 큰 부담감을 느끼시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사연자님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새로운 일이나 중요한 일들을 앞두고 심히 걱정하거나 잔뜩 긴장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어떤 일을 앞두고 걱정하는 마음이 들거나 긴장하는 것은, 사연자님께서 이상하다거나 특이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마음 상태라는 것이지요. 다만, 사연자님께서 말씀해 주신 것처럼 계속해서 한 가지 일과 관련해 연속해서 생길 만한 일들이 침습적으로 떠오른다면, 그리고 그런 생각을 그만두고 싶어도 멈춰지지 않는다면, 또 그 생각들이 다소 비관적이라거나 부정적이어서 사연자님의 일상을 불편하게 한다면, 한 번쯤 멈춰 서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첫 번째는 사연자님께서 평소에 긴장이나 불안 수준이 다소 높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평소에도 긴장이나 불안 수준이 높으신 분들은 일상생활을 하는 데도 심리적 에너지의 소모가 크다 보니 더 많은 주의와 에너지 소비가 요구되는 중요하거나 새로운 일을 앞두고 긴장감이나 불안감이 더욱 증폭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것에 대한 걱정이 계속해서 이어지다 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결국 파국적인 생각으로 치닫기도 합니다. 어떤 생각을 멈출 수 없이 계속해서 떠오르는 것을 ‘침습적 사고’라고 합니다. 이렇게 침습적 사고가 계속되는 것은 일종의 불안장애나 강박사고의 한 증상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현재 사연자께서 적어 주신 글만으로 이러한 진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은 사연자님께서 많이 긴장되거나 원치 않는 사고가 계속 떠오를 때는 현재 사연자님의 상태를 빠르게 ‘알아차리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아, 내가 지금 많이 긴장했구나.’, ‘아 내가 지금 불안감이 많이 올라오는구나.’ 하고 말이죠. 그리고 잠시 긴장감이나 불안감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리는 겁니다. 이때 복식 호흡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복식 호흡을 반복해서 하면 불안감이나 긴장감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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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사연자님께서 부정적인 사고 패턴에 빠져 있거나 강박적 사고(‘~해야만 해.’ 또는 ‘~하면 안 돼.’) 성향, 혹은 정보처리 오류를 보이는 핵심 믿음이나 사고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입니다.  

앞에서 말씀 드렸다시피 복식 호흡 등을 통해 긴장감이나 불안감이 진정되면, 사연자님의 머릿속에 떠올랐던 사고나 느낌 등을 노트에 기록해 보세요. 그러한 사고나 부정적인 예측, 과도한 부담감 등이 과연 근거가 있는 것인지 말이죠. 아마도 대부분은 ‘근거가 없는 상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그중 실제로 현실로 일어나는 일들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정말 면접에서 실수하거나 말을 우물쭈물할 수도 있어요.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도 있으니 말이죠. 그러나 이번에 실수했다면, 다음번에는 실수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연습하면 됩니다. 비록 이번 면접에서 실수하거나 그로 인해 입사 시험에 떨어졌다고 해서 다음 기회가 없는 것도 아니고, 이번 일로 인해 세상이 무너지는 것도 아닙니다. 

사연자님께서 매사에 과도하게 긴장하거나 부담감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절대로 실수하면 안 돼.’, ‘다른 사람들한테 부족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돼.’, ‘나는 완벽해야 해.’와 같은 다소 비현실적인 믿음이나 강박적 사고를 갖고 계신 것은 아닌지 잘 살펴보셨으면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에 스스로의 핵심 믿음이나 신념을 잘 모니터링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자기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때 자신의 실수나 결점에 대해서는 용납하기 힘들어집니다. 따라서 스스로에 대한 기준치나 허용 범위를 좀 더 넓혀 나갈 때 본인 자체는 물론 그 행동에 대해 좀 더 포용력 있고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될 때 생활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긴장감이나 불안감도 조금씩 낮추실 수 있을 거고요. 

이처럼 사연자님을 둘러싼 세상사와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에 대한 생각과 느낌, 자신에 대한 생각과 느낌 등을 평소에 잘 관찰하고 기록해 보세요. 여기에는 반복되는 부정적 사고나 여러 정보처리의 오류 등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부정적 사고나 정보처리 오류는 의도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적으로 처리되는 특징이 있으며, 흔한 정보처리 오류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으니 한 번 참고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 흑백논리적 사고: 상황을 연속적인 것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이분법적 사고로 바라보는 것(예: ‘전적으로 내가 성공하지 못하면 실패한 것이다.’)

- 최악을 예상하기: 더 가능성이 높은 결과를 예측하기보다는 미래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 긍정적인 면을 평가 절하하기: 자신의 긍정적인 경험이나 행동 등에 대해서는 고려할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 감정적으로 추론하기: 자신의 느낌만 중시하고, 매우 신뢰성 있는 증거들을 무시하는 것(예: ‘내가 일을 잘하고 있는 것을 알지만, 여전히 전 실패한 인생입니다.’) 

- 과장/축소: 부정적인 것을 확대하거나, 긍정적인 것을 최소화하는 것(예: ‘좋은 시험 점수를 받았다고 제가 유능한 것은 아닙니다.’) 

- 선택적 집중: 전체적인 맥락을 중요시하기보다 세부적인 부정적 상황에 대해 집중하는 것(예: ‘전체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이 부분에서 내가 못하고 있는 것은 내가 잘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지요.’) 

- 과일반화: 현재 상황을 넘어서서 전적인 부정적 결론을 내리는 것(예: ‘난 이번 모임에서 불편함을 느꼈는데, 그건 내가 사교성이 결여되었기 때문이에요.’) 

- 개인화: 다른 사람들의 행동에 대해 더 가능성 있는 설명보다 자신의 잘못으로 이유를 설명하는 것(예: ‘내가 잘못했기 때문에 선생님께서 의욕 없는 모습으로 설명해 줬어요.’) 

- ‘반드시’, ‘무조건’ 표현 사용하기: 자신 또는 주변에 대해 고정된 생각을 가지고 있고, 기대가 충족되지 않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것(‘무조건 최선을 다했어야 되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모든 것이 저의 잘못이죠.’) 

 

우울한 상태나 불안 수준이 높을 때는 이처럼 부정적 자기-스키마가 지속적으로 활성화될 수 있고, 스키마가 활성화되면 새로운 경험도 자신의 핵심 믿음에 따라 해석하고, 스키마의 활성이 핵심 믿음을 강화하며, 또 다른 종류의 부정적 스키마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반복되게 됩니다. 따라서 이러한 부정적 사고의 악순환을 의식적으로 끊고 합리적 신념과 믿음으로 대체시키는 연습을 하시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사진 찍으러 가서 어떻게 표정을 지어야 될지 고민이 된다면, 거울 앞에서 한번 연습해 보고, 헤어스타일은 어떻게 할지 찾아보면서 미용실에 가서 어떤 스타일로 해 달라고 말할지 생각해 보는 것이죠. 그런 훈련과 연습을 시도해 본 후에도 관련된 걱정이나 긴장감이 증폭된다면 그때는 ‘괜찮아, 많이 연습해 봤으니까. 그리고 설사 실수해도 별로 큰일은 아니야.’라며 불안이나 긴장감이 드는 것을 자각하고 편안하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렇듯 사연자님의 핵심 믿음과 그로 인한 부정적 스키마, 정보처리 오류 등을 탐색해 보고 좀 더 합리적인 사고나 신념으로 대체해 나가고, 현실적인 노력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해결책을 찾고 시도해 보신다면, 일상에서 느끼시는 부담감과 걱정이 점차 줄어들 수 있을 겁니다. 모쪼록 사연자님의 일상에서 마음이 한결 편안해질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사당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최강록 원장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당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한양대 의과대학 학사, 석사
(전)의료법인 삼정의료재단 삼정병원 대표원장
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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