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재성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굳이 통계나 수치로 증명하지 않아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누구보다 바쁘고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해야 할 일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겠고, 성격이 급하기 때문이기도, 혹은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 때문이기도 하겠습니다. 덕분에 뛰어난 효율로 무엇이든지 빠르게 이루어지는 생활환경을 가지고 있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지쳐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는 사람들을 진료실에서 점점 더 많이 만나게 됩니다. 여러분의 공부, 직장 업무, 생활은 잘 되어가고 있나요? 지치지는 않았는지요.

지치는 것, 그래서 집중도 잘 되지 않고 의욕도 나지 않는 상태를 번아웃(Burn out)이라고 부릅니다. 이 용어를 여기저기에서 접하신 경험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WHO에서는 번아웃의 발생 원인을 적절히 관리되지 못한 만성적인 업무 스트레스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업무 능률 저하, 업무에 대한 심리적 거리 증가, 정신적/육체적으로 지친 느낌 등이 핵심 증상으로 지적됩니다. 번아웃을 좀 더 이해하기 위해 증례를 살펴보겠습니다.

 

D 씨는 48세의 남성입니다. 4개월 전부터 시작된 정신적 피로와 무기력감으로 병원에 내원하였습니다. 4개월 전 D 씨는 회사에서 승진하여 새로운 부서의 장으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승진의 기쁨도 잠시, 과중한 업무와 책임에 D 씨는 커다란 압박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일을 해 나갔지만 조금씩 힘에 부치기 시작했고 얼마 전부터는 출근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회사에 출근해 앉아 있어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멍한 느낌이 종일 계속되었습니다. 회사에서는 일이 잘 되지 않아서, 집에 와서는 출근 걱정에 D 씨는 내내 마음이 불편합니다. 2주 전부터는 입맛도 없어졌고 밤에는 잠도 잘 오지 않습니다.

 

마음을, '멘탈'을 쓰는 것은 운동을 하는 것과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적당한 운동이 신체 건강에 도움이 되듯 적당한 스트레스는 정신적 활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과도한 운동이 장시간 계속된다면 오히려 건강을 해치게 되는 것처럼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가 지속되는 것은 마음 건강을 무너뜨립니다. 아프고 힘들 때 운동을 하면 능률이 오르나요? 운동을 하는 것이 내키지도 않을뿐더러 부상을 당하기도 훨씬 쉽습니다. 번아웃이 마음 건강에 있어 바로 이런 상태입니다. 마음이 지쳐 있을 때는 일을 시작하는 것이 두렵습니다. 계속해서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것은 우울증, 불안 장애, 알코올 사용 장애 등 마음의 부상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입니다.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이렇게 이야기하기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번아웃되었을 때는 쉬어 주세요. 휴식으로 회복이 가능할 때에 쉬어 주지 않으면 결국 마음에 부상을 입고 후유증을 겪게 됩니다. 더 열심히 일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서도 휴식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제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너무나도 잘 담고 있는 이말년 작가의 '잠 은행' 일부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사진_네이버 웹툰 '이말년 씨리즈' 97화

 

 

 

김재성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울으뜸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인턴,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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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 #휴식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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