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재성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틱 증상을 겪어 보신 적이 있나요? 저는 초등학교 4학년 무렵, 1년 조금 넘게 틱 증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눈을 세게 깜빡이는 것에서 시작해서 반복적으로 눈을 치켜뜨게 되었습니다. 집에서는 부모님께 혼이 났고 학교에서는 친구들이 이상하게 볼 것을 걱정했습니다. 증상이 심하지 않을 때는 숨길 수 있었지만 쉴 새 없이 증상이 이어질 때는 어떻게 해볼 수가 없어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증상은 1년 정도 계속되다가 사라졌습니다. 병원에 갔다면 일과성 틱 장애라는 소견을 들었을 것입니다. 아쉽게도 당시에는 그런 행동들이 질병일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지 않았습니다.

조금 전에 이야기한 것처럼 눈을 깜빡이고, 머리를 흔들고, 소리를 내는 등의 짧은 행동들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틱 증상입니다. 이런 반복적이고 무의미한 행동은 아이가 스스로 하는 것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것이기도 합니다. 의식적으로 틱 행동을 참으려고 하면 가슴속에서 불안감, 뭔가 간질거리는 느낌이 올라와서 견딜 수 없게 됩니다. 이럴 때 틱에 해당하는 행동을 해야만 불쾌함(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전조 충동(premonitory urge)이라고 부릅니다)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자녀의 틱 증상을 처음 마주한 부모님들은 보통 아이를 혼내게 됩니다. 혼이 난 아이는 잠깐은 틱 증상을 참지만 이내 전조 충동으로 인한 답답함을 견딜 수 없어 다시 같은 행동을 되풀이합니다. 이것을 본 부모님은 아이가 참을 수 있는데도 틱 행동을 계속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더 야단을 치게 됩니다.

사진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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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CSTC 회로(피질-선조체-시상-피질 회로) 이상으로 인해 우리 몸의 운동 체계를 제어하는 과정에서 탈억제가 일어났다는 내용의 복잡한 설명은 넣어 두겠습니다. 핵심은 틱 증상의 원인이 뇌 내 회로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틱 증상은 습관적으로 하는 행동이 아닙니다. 하고 싶어서 하는 행동은 더더욱 아닙니다. 하지 않을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는 행동입니다.

따라서 아이를 혼내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아이의 틱 증상을 나무라는 것은 감기에 걸려 기침을 하는 아이에게 기침을 하지 말라고 혼내는 것과 같습니다. 오히려 틱으로 인해 힘들어하고 있는 아이에게 더 큰 스트레스를 안겨줄 뿐입니다. 부모님이 집중해야 할 것은 틱 때문에 혼란스럽고 불편해하고 있을 아이에 대한 이해와 지지입니다.

 

증상의 치료를 위해서는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상의하시면 좋겠습니다. 다행히도 틱 증상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의 상당수는 1년 이내에 자연적으로 치유됩니다. 증상이 지속이 되는 경우에는 약물 치료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추가로, 아이의 틱 때문에 병원에 오시는 부모님들은 이것이 학업 기능 문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운 질문을 하십니다. 이후의 기능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연구 결과가 있고 수치들이 있지만 위로가 되실까 하여 가까운 예시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렸을 때 틱 장애를 가지고 있었던 저는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지금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되어 틱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치료하고 있습니다. 증상에 따른 적절한 치료을 한다면, 틱 장애가 아이들의 미래를 재단하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김재성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울으뜸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인턴,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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