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정두영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변화와 스트레스>

델타 변이로 집단 면역은 불가능하다는 과학자들의 예측이 들려옵니다. 대면 서비스를 하는 자영업자부터 학교에 등교하지 못하는 아이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영향을 받습니다. 백신을 언제 맞을 수 있나 기다리느라 지치는 사람도 있고, 뉴스에서 들려오는 백신 부작용 소식에 접종 예약일이 다가올수록 머리가 아픈 사람도 있습니다. 익숙했던 일상은 벌써 한 해를 넘긴 지 오래되었습니다. 조금만 버티면 금방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막연히 기대했던 사람은 반복해서 좌절하게 됩니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나라에서도 코로나는 이전으로 완벽하게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확진자수를 억제하는 정책은 포기하고 예상되는 위험을 감수하며 마스크를 벗는 국가도 있습니다. 반대로 강한 봉쇄를 유지하며 버티는 국가도 있습니다. 각자의 환경에서 최선책을 찾고 있지만, 아직도 어떤 것이 최선인지 명확한 답은 나오지 않습니다.

변화와 불확실성은 스트레스를 불러옵니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 큰 경제적 손해, 심각한 질병에 걸리는 것과 같은 삶의 변화에서 사람들은 큰 스트레스를 느낍니다. 반대로 승진을 하거나 더 좋은 집으로 이사를 가도 스트레스를 느낍니다. 전혀 변화가 없을 때는 무료할 수도 있기에 감당할 만한 좋은 방향의 변화는 적절한 수준의 좋은 스트레스입니다. 승진하며 인정도 받고 급여도 오르면 기분이 좋지만, 그 변화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책임감과 압박감으로 힘들다면 나쁜 스트레스가 됩니다.

코로나로 생긴 변화가 좋은 방향인 경우는 드물 것입니다. 간혹 늘어지는 회식 2차로 괴로웠던 사람이나 재택근무로 피곤한 출퇴근을 줄일 수 있어 좋은 변화를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모임에서 얻는 친밀감과 재미를 인생의 낙으로 살아온 사람에게 이 변화는 괴로울 것입니다. 가족이 화목하지는 못했지만 견딜만한 수준이었는데 함께 있는 시간이 늘다 보니 참을 수 없는 지경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경제적인 타격이 크다면 돈 문제 자체도 어렵지만 그로 인해 다양한 문제들이 따라오니 스트레스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사진_freepik
사진_freepik

 

 

<현실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기>

지나친 긍정이나 부정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금방 좋아질 거야’라고 생각하며 불안을 다스리려다 실망하는 것이 반복되면 이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됩니다. 자포자기로 세상이 끝났다고 생각해도 어차피 지구가 금세 멸망하는 것도 아니기에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현재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려 노력해야 합니다. 백신은 감염률을 낮추고 중증화도 줄여줍니다.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확률적으로는 백신을 맞는 것이 이득이 큽니다. 자신이 심각한 백신 부작용을 겪게 되면 그 확률이 무슨 소용이냐 싶겠지만, 원래 세상이 그렇습니다. 폭탄 테러로 죽을 확률보다 화장실에서 미끄러져 죽는 경우가 더 많지만 우리는 폭탄 테러가 더 신경이 쓰입니다. 내가 조심해도 자동차 사고가 날 수 있지만 우리는 차를 탑니다. 원래 세상은 완벽히 안전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안전에 대한 위협은 전쟁시기에는 더 컸을 것입니다. 경제적으로는 IMF나 외환위기 때 더 힘들었던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건강에 대한 위험은 고령자나 만성질환자가 아니라면 크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확진자의 급격한 증가로 의료체계가 붕괴될 경우가 더 위협이 되겠지요. 그래서 정부에서는 백신과 거리두기로 이 추세를 조절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큰 변화를 장기간 겪고 있습니다.

이 변화를 인정합시다.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내가 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 더 좋습니다. 마치 이삿짐을 싸는 김에 불필요한 물건도 정리하는 것처럼 말이죠. 자리만 차지하던 물건들을 치워버릴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꼭 필요한 것이라면 대체할 것을 구할 수도 있겠죠. 집이라는 공간을 관리하듯 나의 일상에 중요한 것들을 잘 채워나가려면 불필요한 것을 비워야 합니다.

 

 

<정신건강을 위한 5가지 관리>

 

(1) 부정적 감정

건강을 잃는 공포는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필요한 만큼만 느끼도록 합시다.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은 받아들이고, 논란이 되는 부분은 아직 잘 모르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입니다. 사회경제적 변화도 우리를 불안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저는 어른이 된 후 정치나 경제 문제에 대해 사람들이 불안해하지 않았던 시기가 기억나지 않습니다. 집값이 떨어지면 하우스푸어 소리가 나오고, 집값이 오르면 벼락 거지 소리가 나옵니다. 자산의 가치가 서서히 오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하는데, 세계평화나 자연보호처럼 쉽지 않은 일 같습니다. 내가 조절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한계를 인정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봅시다. 실질적인 대처가 되면 더 좋지만 어렵다면 감정만이라도 챙겨봅시다. 어떤 방식이든 이런 감정들을 다스리는 나만의 방법을 찾으면 도움이 됩니다. 명상을 통해 마음을 수련하는 사람도 있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해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무엇이든 내게 맞는 방법을 찾아봅시다.

 

(2) 긍정적 감정

나를 기쁘게 하는, 의욕이 생기게 하는 것 또한 잘 챙겨야 합니다. 즐거운 일을 하고 있을 때는 부정적 감정도 감소합니다. 남들이 부러워할 일이 아니라도 나 자신이 만족할 일들을 조금씩 자주 만들어봅시다. 만약 내가 좋아하는 일들이 코로나로 영향을 받는다면 스트레스는 더 클 것입니다. 대체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봅시다. 클럽을 좋아했다면 그 안에서 어떤 것을 즐겼는지 생각해봅시다. 음악과 춤이 좋았다면 거울 앞에서 무선 이어폰의 음악에 빠져 춤 연습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친구들과 건배하며 수다를 즐겼다면 온라인 화상회의에서 각자 좋아하는 맥주를 소개하며 모이는 것은 어떨까요? 바빠서 못 만났던 친구에게 전화를 하는 것도 좋습니다. 평소에는 바빠서 엄두가 나지 않았던 작은 목표들을 시도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사진_freepik
사진_freepik

 

(3) 인지기능

뇌의 건강을 위해 집중력, 기억력 등의 인지기능을 잘 관리해야 합니다. 우울해지면 집중력이 떨어지는 등 감정은 인지기능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인지기능을 위해서도 새로운 것을 배워보는 것이 좋습니다. 책이 너무 무겁다면 궁금한 주제에 대해 동영상을 보는 것도 좋습니다. 백신의 부작용과 효과에 대한 ‘과학적’인 설명을 들어보는 것도 막연한 공포를 다스리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다만 공포를 조장하는 비과학적인 내용은 피해야겠죠. 경제에 대해서도 막연히 불안해하기보다는 내 삶에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을 배워보는 것이 좋습니다. 배우자와 함께 공부한 후 의견을 충분히 나누고 함께 결정하면 적어도 마음의 부담은 줄일 수 있습니다. 경제적이 이득도 생기면 보람도 더 느낄 것입니다.

 

(4) 사회적 관계

인간은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들과 연결되어 도움을 받고 외롭지 않기를 바랍니다. 눈빛과 표정을 통해 말의 내용을 뛰어넘는 소통을 합니다. 경조사나 모임을 통해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던 것이 커다란 제약을 받고 있습니다. 친구들과 자주 만나지 못하게 되면서 즐거움이 줄었다면 안전한 차선책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전화나 편지가 어색하다면 단둘이 담소를 나누며 산책을 하는 것은 감염의 위험도 적고, 운동도 되는 여러 장점이 있습니다. 옛날 같이 여러 명이 실내에서 음식을 나누는 방법으로 돌아가기는 아직 어려우니까요. 꼭 골프장이 아니더라도 걸을 만한 장소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반대로 동거가족과 보내는 시간은 늘었습니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으로 같은 집이 더 좁게 느껴집니다. 심심하다고 칭얼대는 아이들과 내게 별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은 배우자를 보면 가족과의 시간이 더 힘들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반대로 서로 더 친밀해지고 지식 이상의 배움을 전달하는 기회를 갖는 가족도 있습니다. 어쩌면 이전에는 크게 느껴지지 않아서 무시했던 가족의 문제를 발견하고 발전하는 기회로 삼는 것도 좋겠습니다.

 

(5) 수면과 신체활동

규칙적으로 자고 깨며 신체의 에너지를 관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뇌도 신체의 일부이기 때문에 피로가 쌓이면 제 기능을 못합니다. 밤에는 잘 자고 낮에는 활동을 지속할 수 체력이 보장되어야 새로운 것을 시도할 용기가 생깁니다. 피로에 찌든 상태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은 어렵습니다. 반대로 마음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잘 자는 것도 어렵습니다. 낮에는 작은 목표들을 성취하며 기쁨을 느껴야 합니다. 낮에 일에 집중하고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간들이 있어야 밤잠이 좋아집니다. 밤에는 조용하고 서늘하고 어두운 환경에서 긴장을 풀고 있어야 잠도 깊이 자고, 깊은 잠을 자야 다음날 에너지도 더 납니다. 코로나를 겪으며 전자기기의 사용이 늘었습니다. 한밤중에 전자기기의 블루라이트를 쪼이면 몸은 밤이 아닌 낮으로 착각하고 뇌를 각성시킵니다. 잠을 설치면 인지기능도 떨어지고 부정적인 감정도 늘어납니다. 이 상태에서 인간관계가 잘 될 리가 없습니다. 건강을 위한 신체활동은 심박수를 올려 몸을 각성시키므로 너무 늦은 밤이 되기 전에 마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야외에서 몸을 움직인다면 층간소음도 피하고 가족관계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낮에는 활발하게, 밤에는 차분하게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할수록 점점 더 큰 이득을 얻을 것입니다.

 

<마치며>

일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스트레스를 말씀드렸습니다. 뇌와 몸의 건강을 위해 우리는 감정, 인지기능, 대인관계, 수면과 신체활동의 에너지 등 다양한 요소들이 필요합니다. 모두 완벽하게 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다만 내게 많이 부족한 부분은 무엇인지, 코로나로 인해 영향을 크게 받은 부분은 어느 것인지 알아차리고 보완할 수 있다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바른생활습관을 글로 보는 것보다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시도해 볼만한 작은 목표를 만들고 유지해보시길 권합니다.

우리는 부모님의 배웅을 받으며 처음 초등학교에 등교할 때도,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도 큰 변화에 적응하느라 걱정하기도 하고 두근거리며 설레기도 했습니다. 언제쯤 완전히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닌지도 지금은 알 수 없습니다. 그 어떤 변화가 오더라도 내가 오늘 여기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하며 나의 삶을 조금씩 더 나아지도록 노력해보시길 권합니다.

 

<본 칼럼은 안전보건공단 <월간 안전보건> 385호(2021년 9월호)에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일상 속 스트레스와 정신건강관리’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

 

 

정두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저서 <마음은 단단하게 인생은 유연하게> 출간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