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나를 태우는 또 다른 나 (6)

[정신의학신문 : 대한불안의학회 이상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회적인 불안이 늘어나면 공황장애 발병률도 높아질까?

쉬이 지나갈 줄 알았던 코로나19가 이미 몇 년에 걸쳐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물론 그렇다고 코로나19로 인한 불안과 불편감이 익숙해진 건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감염자 수에 민감하며, 코로나19의 변이 바이러스가 퍼질까 전전긍긍하며 살아가고 있다. 꺼진 줄 알았던 불씨가 아주 작은 콧바람에도 산불로 되살아나듯, 코로나19는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재확산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근본적인 원인이긴 하지만, 이를 통해 살아가는 방식이 변화하면서 사람들이 받는 스트레스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코로나19로 인한 불안이 전국을 휩쓸고 많은 사람이 ‘코로나블루(코로나19와 우울감이 합쳐진 신조어)’를 호소하는 가운데, 공황장애의 발병률 또한 높아졌을까?

이에 대한 연구는 현재 진행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코로나 발생 초기에는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이 극도로 높은 모습을 보였다. 불안해서 아무도 밖에 못 나갔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불안은 슬슬 줄어들고 안정되다가 이제는 우울이 불안을 앞섰다. 감염에 대한 공포보다도, 긴 시간 동안 제한된 생활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탓이다.

 

사진_freepik
사진_freepik

 

사회적 분위기에 따른 공황장애 인식

공황장애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는 통계 결과는 사회적 분위기 영향도 있다. 예를 들어 20년 전, 응급실에 오는 환자에게 공황장애라고 얘기해도 사람들은 그게 뭔지 알지 못했다. 진단하기까지 1년 반 정도 걸리기도 했다. 공황장애가 무엇인지를 모르기 때문에, 나아지고 안 좋아지기를 반복하며 치료를 안 받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어떠한가.

많은 연예인이 공황장애 경험을 공유하면서 자연스럽게 공황장애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따라서 진료에 대한 인식도 높아지므로 공황장애의 진단을 더 많이 하게 되었다. 물론 역학조사를 통해야 정확하겠지만, 변화하는 사회에 따라 공황장애의 진단율 또한 늘어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연예인들이 공황장애를 고백하는 행위는 정신질환의 낙인을 없애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공황장애를 떠나 다양한 정신질환은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으며, 개인적인 원인만이 이유가 아니라는 분명한 사실은 환자와 대중 모두 알고 있으면서도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기 어렵다. 하지만 대중에게 큰 영향을 주는 연예인이 자신의 질환 및 장애를 고백하면, ‘정신질환이란 누구에게나 흔하게 일어날 수 있고,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사회적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정신질환 상태와 경험에 관한 연예인의 고백과, 그에 관한 많은 사람의 응원 및 지지는 한국 사회를 비추는 좋은 거울이 될 것이다.

 

공황장애 척도의 변화

공황장애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공황장애를 진단하는 척도 또한 달라졌다. 한때는 공황발작 횟수로 공황장애를 진단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횟수에 대한 부분을 강조하지 않는다. 공황장애를 진단할 때의 강조점이 바뀐 것이다. 왜일까. 예를 들어, 한 달에 네 번 정도 발작이 오는 경우라고 할 때, 횟수로는 적은데도 장애의 정도가 심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발작이 한 번 오면 심하게 발생하여 응급실에 가도 멈추지 않는 경우, 발작 상태는 좋아졌는데 기력을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장애를 얼마나 일으키느냐 하는 것이다. 공황장애 진단 기준에서, ‘ICD-10(질병 및 관련 건강 문제의 국제 통계 분류(ICD) 10차 개정판)’은 증상과 부담, 회피하는 것을 중요하게 본다. 또한 ‘DSM(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에서는 한때 횟수를 강조했다가, 반복적인가에 대한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이 두 기준은 강조점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횟수에 중심을 두고 공황장애를 말하지 않는다.

 

사진_freepik
사진_freepik

 

공황장애 척도와 우울증

공황장애는 병원에 가서 기본적인 척도를 통해 검사받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다른 정신질환이 으레 그러하듯 공황장애 또한 다른 정신질환과 함께 발생하거나, 공황발작 증상으로 나타나는 원인이 따로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공황장애를 고백하는 연예인 가운데, 진짜 공황장애를 겪고 있을 경우는 아주 적을 것이다. 앞에서 말했듯 모든 공황발작이 다 공황장애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울증이 공황장애 증상으로 발현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우울증은 공황장애와 함께 발병하는 빈도가 가장 많은 병이다. 따라서 우울증 척도와 불안증 척도를 측정하여 우울증 점수가 높을 경우, 우울증일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불안증 점수가 높고 우울증이 적다면 불안증일 확률이 높다. 벡 우울 척도(BDI), 벡 불안 척도(BAI)는 인터넷으로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개인적인 검사로 자신의 상태를 판단할 경우 잘못 오인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

 

공황장애의 과거와 미래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공황장애의 인식이 달라지고, 공화장애를 진단하는 척도 또한 바뀌었다. 이처럼 사례가 쌓이고 연구 결과가 더해지며 우리는 공황장애에 더욱 가까워지는 듯하다. 그렇다면 공황장애는 어디서 어떻게 나타났으며, 앞으로는 어떤 방식으로 마주해야 할까.

1800년대 초반, 가슴이 뛰는 괴로움을 호소하며 심장질환 전문의를 찾아온 환자가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검사를 해 보아도 심장에는 별 이상이 없었다. 당시만 해도 그 증상이 정신질환이라는 생각은 아무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남북전쟁이 일어나며 상황은 달라졌다. 바로 옆에서 사람이 죽어 나가는 상황을 보며 잠을 못 자고, 심장이 뛰는 증상을 전쟁에 참여한 수많은 군인이 동시에 겪게 된 것이다. 그때서야 심장이 멈추지 않고 요동치는 병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여 'Interval Heart'는 말로 진단을 했다.

이를 바탕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진단되고, 나중에는 공황장애로 분화된 것이다. 1980년 DSM(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이 개정을 거치며 DSM3 즈음되니, 그러한 환자들이 꽤 많다는 정보가 쌓였다. 불안장애 신경증, 불안신경증이라고만 하던 것에서 'Interval Heart'를 포함해 공황장애라는 게 따로 있다는 진단을 하게 되었다.

현재는 오프라 윈프리, 다이애나비, 엠마스톤 같은 유명인이 공황장애를 고백하며 불안 환자가 많다는 걸 세상이 알게 되었다. 근래에는 우리나라의 많은 연예인도 공황장애 경험을 이야기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정신질환에 관한 편견이 아무리 많이 없어졌다지만, 사회 속에서 여전히 작용하는 게 사실이다. 공황장애는 수많은 사람의 고백과 그로 인한 영향으로 유일하게 낙인이 없는 정신질환이다. 다른 방면으로 생각하면, 많은 공황장애 및 정신질환 사례를 연예인들에게 볼 수 있듯이 사실은 수많은 사람들이 정신질환에 노출되어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공황장애 및 정신질환에 붙어 있는 낙인을 없애기 위한 노력이 계속 이루어져야 한다. 오해와 편견이 사라지고 사회 분위기가 변화할수록 더욱더 많은 사례와 연구 결과가 쌓일 것이며, 그로 인한 치료의 폭이 넓어질 것이다.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