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나를 태우는 또 다른 나 (8)

[정신의학신문 : 대한불안의학회 이상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공황장애 및 공황발작은 익숙한 병명이면서도, 발생 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하게 느껴질 것이다. 수학이란 문제 해석을 통한 핵심과 풀이 방법을 알아야 풀 수 있듯이, 공황 또한 어떻게 일어나며 어떠한 방법을 써야 하는지 제대로 아는 게 중요하다.

 

공황이 찾아왔을 때

공황발작이 일어나면 응급실에 가야 한다. 하지만 응급실에 가지 못하거나 도착하기 전까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건 아니다. 한 번이라도 공황발작을 경험해보았거나 진단을 받았다면, 공황은 죽는 병이 아니라는 것을 계속 되뇌는 게 제일 중요하다. 형식적으로 되뇌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그렇게 믿는 것이다. ‘실제로 저번에 발작 왔을 때도 문제가 없지 않았잖아.’, 라고 스스로 믿으면 10분 이내에 증상이 가라앉을 수 있다. 물론 잔류 증상이 남아있겠지만, 급한 불을 끄면 나머지는 보통 30분 이내에 가라앉는다.

실제로 공황발작과 공황장애를 진단하면 환자들에게 제일 먼저 이렇게 말한다.

“공황은 죽는 병이 아닙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안 죽는다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로 환자들 가운데 20~30%는 치료 효과를 보이기도 한다. 이 방법의 핵심은 담당의를 믿고 자신을 믿는 것이다. 그래도 안 되면 응급실에 방문해 주사를 맞고, 안 죽는다는 걸 인식하는 과정을 또다시 체험하는 것의 반복이다. 응급실은 생사를 오가는 사람들이 있다 보니 공황발작 환자를 중요하게 신경 써주지 못한다. 따라서 너무 힘들 시에 방문하고, 그전에는 죽지 않는다는 걸 알고, 그 안다는 사실을 믿고 조금 기다려보는 것이 좋다.

 

사진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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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강화하기

어떤 의사들은 공황발작이 왔을 때 호흡 요법을 권유하기도 한다. 호흡으로 발작이 가라앉는 경우가 있되, 가라앉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 차이는 믿음에서 나타난다. ‘호흡 요법을 썼으니 나는 곧 좋아질 거야, 죽지는 않을 거야’라고 믿는 사람과 안 믿는 사람의 차이다.

호흡 자체의 효과는 20~30%에 지나지 않는다. 처음에는 호흡 요법이 먹히다가, 나중에는 통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본인이 죽지 않는다고 믿으며 호흡해야 하는데, 믿는다는 생각이 아니라 호흡으로 대충 때우려고 하는 경우가 그렇다. 호흡은 보조 역할일 뿐 정석적인 치료 방법이라고 볼 수 없다. 결국 중요한 건 ‘믿음’이다. 그렇다면 ‘나는 죽지 않는다, 나는 괜찮을 거다’라는 믿음은 어떻게 강화할 수 있을까?

제일 좋은 방법은 인지행동치료(Cognitive-Behavioral Therapies)다.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인지행동치료 프로그램은 8회에서 12회 정도로 진행된다. 만약 돈과 시간문제로 시행하기 힘든 상황이라면, 믿음을 강화할 수 있도록 본인의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 ‘자조 요법(Self Help)’은 책을 사서 공부를 하는 것으로 30~40%의 효과가 있다. 책 또한 1부터 20 장으로 방법이 나누어 설명되어 있다. 인지행동치료 프로그램을 받든, 자조 요법을 하든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계속하는 것’이다. 위 방법들은 일종의 뇌를 변화시키는 방법에 속한다. 공부하고 믿으며 불안을 나아지게 하는 것이 치료에 효과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즉, 인지적 오류를 교정하고 부적응적인 사고 패턴을 바꾸는 ‘인지적 재구성(Cognitive Restructuring)’은 본인의 교육과 학습이 제일 중요하다.

 

인지행동치료 – 인지적 재구성

그렇다면 인지행동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며, 공황장애에서 인지적 재구성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인지행동치료의 여러 요소 가운데 특히 인지적 재구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이 죽거나 잘못되지 않는다는 믿음을 인식하는 것이다. 공황장애는 두 가지 인지적인 왜곡을 크게 지닌다. 죽거나 미칠 것 같은 감각을 받고, 이곳에서 쓰러지면 너무 창피해 아무도 볼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즉,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하고 과장하여 생각하는 ‘과대화 사고’, 이를 통해 극단적인 경우를 생각하는 ‘재앙화 사고’가 일어난다. 이러한 인지적 왜곡은 공황 증상을 악화시킨다.

인지적 재구성은 그러한 생각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당신의 생각과 걱정과 달리, 당신은 이렇게 잘 살아있고, 안 죽었고, 미치지 않았다는 것을. 또한 생각의 강도를 낮추는 치료법이 들어간다. 예를 들어, 공황 발작으로 인해 사람들이 자신을 이상하게 볼 거라고 생각하는 환자가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공황발작이 일어난 당신을 도와주고, 곁에 있어 주었다는 경험을 하고 이를 스스로 확인하게끔 하는 것이다.

 

사진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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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행동치료 – 노출 치료

보통 4주 정도 인지행동치료를 받으면 ‘공황으로는 죽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감을 얻는다. 공황장애를 겪는 사람들은 80~90% 회피 반응을 지니고 있어, 믿음을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 믿음과 안심의 상태가 형성되면 노출 치료를 통해 그 믿음이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공황장애에서 노출 치료는 어떻게 효과를 볼 수 있을까?

예를 들어, 공황에 처할 수 있는 환경에 나가기 전에 빨대 같은 걸 이용하여 약간 숨이 차는 상태를 미리 경험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 또한 회전의자에 앉힌 채 뱅글뱅글 돌려서 일부러 무섭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게 해도 발작이 오지 않고 괜찮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이다음에는 스스로 실전에 들어간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해보고, 괜찮다는 걸 확인하면 혼자서 실행한다. 그 후에는 더욱 직접적인 상황에 자신을 노출 시킬 수 있다. 그렇게 하다 보면 비행 상황에서 공황을 겪던 환자도 다른 사람이랑 함께 타는 걸 시작으로, 혼자서 미국에 다녀오는 것이 가능해진다.

인지행동치료를 구성하는 다른 요소와 기법이 있겠지만, 인지적 재구성과 노출 치료가 치료의 핵심이다. 이 두 가지로도 충분히 공황장애 치료가 가능하다. 특히 인지적 재구성은 잘못된 믿음을 버리고, 괜찮다는 믿음을 확실하게 해주어 뇌를 강화하는 훈련으로 볼 수 있다. 믿음이란 총체적인 판단의 결과이다. 경험을 통해 ‘이게 정말 맞구나.’, 확신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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