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대한불안의학회 이상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다른 정신질환에 비해 공황장애는 꽤 익숙하게 느껴진다. 방송을 통해 공황장애로 괴로움을 토로하는 연예인의 경험이 종종 들려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황장애를 겪고 있는 한 환자는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상태를 이야기할 때, 어떠한 증상 때문에 어떻게 힘든 것인지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금방 공감해준다고 말했다. 정신질환에 관한 편견이 줄어들고 사람들이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굉장히 좋은 방향이며, 앞으로도 이를 위한 노력이 꾸준히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그전에 공황이 무엇인지, 모든 공황 증상을 공황장애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지 제대로 알고 이야기한다면 더욱더 좋을 것이다.

‘공황(恐慌)’은 사전적 의미로 두려움이나 공포로 인해 심리적 불안이 생기는 상태를 말한다. 간단히 말하면 미쳐버리거나 죽을 것 같이 강도 높은 불안이라고 할 수 있다. 스트레스 반응으로 가슴이 뛰거나 숨이 차는 작은 불안과는 수준이 다르다. 공황은 내가 곧 잘못될 것만 같다거나, 죽을 것 같고, 미쳐버릴 것 같은 식의 강도 높은 불안이 밀려드는 것이다. 우리에게 공황이라는 단어는 익숙하지만, 공황 발작과 공황 장애가 어떻게 다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연예인이 말하는 공황에서 공황발작인 경우를 공황장애로 이야기하고 생각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둘은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위에 말한 공황 증상이 너무 심해져 발작 수준에 이른 것이 공황발작이다. ‘공황발작’은 주로 심혈관계, 심장이나 폐 쪽에 관련된 신체 증상이 나타난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멈출 것 같은 느낌, 숨이 너무 차서 호흡이 불가능할 것 같은 느낌,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10분 정도 지속되는 것이다. 공황발작은 정상인에게도 한두 번 일어날 수 있다. 또한 우울증, 조현병, 양극성 장애(조울병) 등 다른 정신질환이 있을 때 일어날 수도 있다. 연예인들이 공황 때문에 힘들었다고 할 때, 진짜 원인이 공황장애인지 우울증이나 불안증 등 다른 질환이 있기 때문에 공황발작 증세가 나타난 것인지 언론에는 잘 구분되어 나오지 않는다.

 

사진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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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장애 : 공황발작 + 회피 반응 + 적응의 어려움

‘공황장애’는 공황발작이 반복적으로, 예측 불가능하게 일어난다. 지속해서 발생하기 때문에 많게는 한 달에 네 번 이상 겪기도 한다. 또한 공황 상황을 피하는 증상이 있다. 예를 들어 광장 혹은 지하철에서 발작이 10분 동안 일어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광장과 지하철을 피하게 되는 증상이 발작과 함께 발병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일상에 지장이 생길 수 있음은 물론이다.

공황발작의 심한 불안을 겪으면 누구나 그 상황을 다시 겪지 않도록 회피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회피가 반복되어 공황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이 광장에서 공황을 많이 겪었기 때문에 광장공포증이라고 지칭했지만, 요즘에는 대개 지하철, 버스, 폐쇄된 곳, 터널 등에서도 많이 나타난다. 즉, 공황을 겪은 특정 장소를 회피하는 것이 굳어져 버리면 광장공포증이 생기는 것이다. 반대로 회피하지 않는다면 직업 생활, 학업 생활 등 일상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렇듯 회피 정도와 강도를 포함하여 공황장애를 진단하게 된다.

 

불안을 더 잘 느끼는 사람 – 불안 민감성

공황장애 환자 가운데도 회피하는 정도가 약한 사람은 금세 회복을 하기도 하고, 공황발작 수준에서 머무르다가 회복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회피 반응이 일어나는 사람들은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어 부가적인 문제가 따라온다. 예를 들어 직업이 영업사원인데 밖으로 나가 지하철을 타는 것이 어렵게 되는 것과 같이. 그렇다면 공황발작을 겪었을 때 왜 어떤 사람은 회피하고, 어떤 사람은 회피하지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람마다 불안 민감성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불안 민감성’이란 한 번 불안을 경험하면, 그 경험에 대해 더 큰 불안을 느끼는 성향을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가슴이 뛸 때 ‘어 괜찮은 건가?’ 하면서 넘어가는 사람이 있고, ‘어 이거 큰일 나는 거 아니야?’ 하며 더욱 불안을 느끼고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 민감하게 반응할수록 불안은 커지며 이는 곧 가슴이 더 빠르게 뛰도록 증폭시킨다. 불안 민감성은 불안장애 소인, 특히 공황장애 소인을 높이는 데 역할을 하므로, 불안 민감성이 높은 사람들은 회피 반응을 자주 보이게 된다.

 

사진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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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민감성의 원인은?

불안 민감성은 뇌와 큰 연관이 있다. 부모가 불안을 느끼는 성향이 높다거나, 뇌가 불안에 취약하게 태어나거나, 어렸을 때 불안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면, 우리 뇌의 불안 공포 네트워크가 제대로 성장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똑같은 스트레스와 불안인데도 어떤 사람은 쉽게 극복해나가는 반면, 어떤 사람은 극복하기 힘들어한다. 자신의 불안 민감성 정도는 불안 민감성 척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지만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불안과 공포를 느꼈을 때 그 감정이 빨리 가라앉는지, 더욱더 불안해지고 위축해지는지를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어 영화를 보다가 무서운 장면을 못 보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공황장애는 왜, 어떻게 일어나게 되는 걸까요?

불안의 내력이 있는 사람은 불안 민감성이 높아 불안을 더욱 잘 느낄 수 있다지만, 공황장애는 생물학적인 원인이 어느 정도 작용할까?

얼마나 유전적으로 전달이 되었는가 하는 유전성 척도로 보았을 때, 조현병이나 조울병의 경우 0.8 정도로 높은 편이다. 이에 비해 공황장애는 0.4에 해당한다. 유전이 되기는 하지만, 절반에서 조금 못 미치는 정도로 생물학적 요인이 그렇게 크다고 볼 수 없다.

 

심리 · 사회적인 요인

우리가 유의 깊게 살펴볼 부분은 심리적, 사회적 요인이다. 죽을 정도의 공포인 트라우마까지는 아니더라도, 학대 등 정서적으로 아주 힘들었을 경우 공황장애로 표출될 수 있다. 이별 경험 또한 상당한 요인이 된다. 부모님의 이혼, 부모님과의 이별 등의 기억이 굉장히 민감하게 남아있는 경우가 그렇다. 마음속의 큰 상처, 특히 이별 경험은 불안을 형성할 수밖에 없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겪은 상실의 경험 또한 마찬가지다. 이는 위에서 이야기한 뇌 발달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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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 등 정서적 트라우마 경험’과 ‘상실의 경험’

뇌에서 불안 및 감정에 연관된 가장 중요한 부위는 편도체이다. 불안에 취약한 사람들 – 위와 같은 유전적, 사회 심리적 요인이 있는 사람들은 편도체의 활성화가 잘 된다. 또한 전전두엽 중에서도 안쪽에 위치한 내측전전두엽이 적절한 발달을 하지 못한다. 그 때문에 불안 상태를 잘 조절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편도체가 조절되지 못한 활성화된 상태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다. 활성화된 상태는 곧 언제든 불안을 느낄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불안 민감성이 높다는 것은 내측전전두엽과 편도가 상호작용하여 조절을 못 하고 활성화된 상태이다.

즉, 생물학적 원인에 ‘학대 등 정서적 트라우마의 경험’과 ‘상실의 경험’ 이 두 가지가 합해지면 불안 민감성이 확 올라가게 되어 공황장애 스트레스에 상당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뇌 가운데 불안과 관련한 부위, 공포와 관련된 네트워크가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이걸 조절하지 못하면 공황장애 소인으로 자라나게 된다.

다른 요소로는 신경증적 체질이 있다. ‘신경증적 체질(Neuroticism)’은 작은 자극에도 과하게 반응하며, 불안 민감성과 시너지를 일으켜 악영향을 미치고 20세까지 불안에 취약하게 만드는 체질이 된다. 이렇게 되면 20세 정도 되었을 때 한두 번의 공황발작을 살짝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극단적으로 10대 초반부터 그러한 경우도 있지만, 공황장애로 병원에 가장 많이 오는 연령은 30대이다. 위와 같은 소인이 만들어진 후에, 이별과 상실의 경험을 경험하고 또 재경험하면서 발작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정리해보면 공황장애란, 약간의 불안 소인을 갖고 태어난 사람이 어린 시절 이별 및 상실을 경험했을 때 취약한 뇌가 형성되며 불안에 민감해지는 것이 바탕이 될 수 있다. 성인이 되어 잘 살다가도 극단적인 부분을 경험하면, 신경증적인 뇌가 재활성화하고 발병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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