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찾아가는 여행 (9)

대담은 대한정신건강재단 정정엽 마음소통센터장과 한국적 정신치료의 2세대로 불교정신치료의 체계를 확립해 나가고 있는 전현수 박사 사이에 진행되었습니다. 

 

정정엽: 감정과 마음은 너무 자연스럽게 느껴지지만, 개인의 뜻대로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어려운 것 같습니다. 아픈 마음은 또 다른 아픔을 끌고 오게 되니까요.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경우에도 이러한 부분에서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고요. 왜 그렇게 되는 걸까요?

전현수: 우울증 환자를 예로 들어볼게요. 우울증이 있다는 건 마음이 아픈 거잖아요? 아침에 ‘하루를 어떻게 살지?’. ‘내가 왜 이렇게 됐을까?’ 이런 마음이 들게 되는 거예요. 오히려 우울증일 때 ‘내 상태가 이렇구나’하고 누워있고 싶고, 정말 더 누워있는 게 마음이 덜 아픈 거예요. 자신의 상태를 볼 줄 아는 것이니까요. 환자 중에는 몸이 안 좋아서 마음이 안 좋아진 사람, 안 좋은 마음이 더욱더 안 좋게 깊이 들어가는 사람이 굉장히 많아요. 사실 그렇지 않기가 어렵죠. 마음이 안 좋을 때는 그로 인해 더 안 좋은 마음이 들기 마련이니까요. 어쩌면 몸이 아픈 것보다 더 어려워요. 그래서 명상을 해야 해요. 명상을 해보면 우리가 기쁘거나 슬프거나 화나는 것이 그럴만한 조건이 돼 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라는 걸 알아요. 사람들은 감정과 마음이 제 뜻으로 발생한다고 착각해요. 내가 슬퍼했고 기뻐했고, 내가 화냈다고 생각하는 거죠.

 

사진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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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엽: 내 마음인데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은 공감이 되면서 어렵게 느껴집니다. 그러면 어떻게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고 대해야 할까요?

전현수: 나치 강제수용소에서의 경험을 담은 ‘빅터 프랭클(Viktor Frankl)’의 자전적인 에세이 『죽음의 수용소에서』에 재밌는 이야기가 있어요. 빅터 프랭클이 강제수용소에서 ‘내가 수용소 문을 나가면 얼마나 기쁠까’를 생각하며 살았는데 나와 보니까 안 기쁜 거예요. 빅터 프랭클은 안 기쁠 수 있는 조건이 돼 있는 거죠. 수용소에 있던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니 그들도 비슷한 얘기를 하더래요. “나 오늘 나갔는데 안 기뻤어.” “너도 안 기뻤니?” 이런 대화를요. 빅터 프랭클의 개인적인 경험이 아닌 거죠. 즉 우리가 기뻐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 그런 조건이 되면 기쁜 거예요. 우리가 맞이하는 어떠한 ‘상태’라는 건 그게 올 수 있는 과정이나 원인에 대해 조치를 못 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입니다. 그걸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새로운 결과가 오고요. 명상을 만회해보면 마음은 조건에 따라 움직인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마음은 우리가 원하지 않는 괴로움도 줘요. 내 뜻대로 할 수 없는 거니까요. 그래서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그걸 알아야 해요. ‘그럴만한 상태가 되었구나’, ‘마음이 원래 그런 거야’ 이렇게요. 

 

정정엽: 몸이 아플 때는 몸이 아픈 원인이 있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아프게 되는 과정이 있고, 사실 사람들이 알아차리는 것은 어떻게 보면 몸이 아프고 난 후고요. 마음처럼 몸이 아픈 과정과 원인이 있는 것을 알아차리려면 그 역시 명상이 필요한가요?

전현수: 명상을 하다가 암세포가 있는 것을 느끼고 병원 가서 검사받은 사람을 본 적은 있어요. 엄청 예민한 사람이 그렇다는 거고, 그건 굉장히 어려워요. 그래서 더욱 중요합니다. 제가 볼 때는 환자를 포함해 모든 사람이 무슨 일을 하든 잘못된 건 없어요. 병은 있을 만하기 때문에 생기게 되는 거예요. 사소한 습관이 쌓이는 것처럼 필연적인 과정인 거죠. 발병은 일어날 만한 원인이 있어서 일어난 거예요. 그렇다면 없어질 만한 올바른 노력을 해야죠. 사람들은 발병 자체에 대해서만 반응을 아주 안 좋게 해요. 정말로 다시는 발병하고 싶지 않다면 그럴 수 있게 뭔가를 해야 하는데, 그에 맞는 것이 아니라 이상한 걸 해요. 잘 모르니까 방향을 잘못 잡는 거죠. 저는 환자들에게 항상 이렇게 말해요. “약한 놈부터 처리해야 한다.”, “자책하는 에너지를 비축해서 나아지는 데 써야 한다.” 물론 이걸 바꾸는 게 쉽지 않고 시간이 오래 걸려요. 하지만 우리가 우리 자신을 잘 알면 살아가는 게 달라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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