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삼성 마음숲 정신과, 김재옥 전문의] 

사연)

얼마 전부터 몇 년 전 정신과 병동에서 함께 지내던 친구와 함께 연애를 시작 한지 얼마 안 된 커플입니다. 하지만 교수님들은 이런 관계를 권장하시지는 않으시길래 비밀리에 사귀고 있거든요.

왜 정신과 병동에서 만난 친구랑은 연애가 되지 않는 걸까요?

지금은 서로 의지하면서 문제행동도 서로 많이 줄어들고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답변)

안녕하세요, 삼성마음숲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재옥입니다.

한 개인이 사랑을 할 수 없는 공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공간을 관리하는 사람은 더 다양한 정보를 알고 있으며, 문제가 되는 상황들을 이미 경험했기에, 더 조심하기를 권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신과 폐쇄 병동은 다른 공간과는 다른 특수성이 있습니다. 원치 않는 입원이 많기에 환우분들끼리 공감대를 형성하기 쉽죠. 또 외부에서는 쉽게 말하기 어려운 정신적인 고통에 대해서도 편하게 얘기하고 공감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비슷한 또래 환우끼리는 더 빠르게 가까워지곤 합니다.

하지만 부정적인 특수성도 있습니다. 먼저 타인에 대해 가까워졌다는 느낌에 비해서, 실제로 알게 되는 정보가 제한적입니다. 안에서는 서로 우울증이라고 얘기하는 경우가 많으시지만, 실제 입원하게 된 증상이나 원인이 완전히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외부에서 만난 것이라면 일상생활은 어떻게 하는지, 직장/학업 생활은 어떻게 하는지, 다양한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어떤 사람을 만나고 있는지 등을 보면서 추측할 수 있지만, 폐쇄 병동에서는 이렇게 추측할 수 있는 상황 자체가 제한적이고 그래서 유추할 수 있는 정보가 거의 없습니다. 그렇기에 판단력이 올바른 사람도, 평소라면 만나지 않을 사람을 병동 안에서 만나게 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입원 자체에 대한 특수성도 존재합니다. 입원은 사회에서 짊어져야 할 모든 책임에서 벗어나, 자신의 회복에만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일종의 약속입니다. 그렇기에 입원을 한 이후에는 모든 책임에서 벗어나게 되고 성인으로서의 역할보다는 아이의 역할들을 수행하게 됩니다. 그래서 성인도, 청소년도 모두 원래 나이보다는 어린 생각과 행동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이유로 미성년과 성인의 장벽이 무너지는 등 책임을 기반으로 한 경계가 사라지게 되어, 사랑의 감정을 가지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로 돌아가게 되면 다시 원래 역할을 하게 되는데, 이 시차를 대부분 견디기 힘들어합니다. 사회적 책임이 없는 상황에서의 관계는 책임이 있는 상황에서의 관계보다 훨씬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더해 성인과 미성년자의 만남이나 서로의 치료에 부정적인 조언을 하는 등 윤리적인 문제도 함께 생겨, 주변의 지지를 받지 못하게 되는 일도 흔하게 일어납니다.

물론 병동에서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여 서로 기대며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발생한 일이 아니라 의료진과 가족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고민하며, 이런 특수성을 보완한 결과입니다. 따라서 현재 질문자분이 느끼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바탕으로, 다른 이의 조언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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