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삼성 마음 숲 정신과, 김재옥 전문의] 

 

사랑이 전부입니다. 진부한 얘기이긴 하지만요. 우리는 지옥에서도 사랑을 통해 천국으로 갈 수 있고, 천국에서도 사랑을 겪으며 지옥으로 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사랑이 전부죠. 물질적인 것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과 관점이 있지만, 사랑 그 자체에 대해서는 이견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사랑이 있습니다. 각각 다른 색의 사랑을 하고 있죠. 사랑의 본질은 동일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사랑이 존재하는 이유는, 우리 모두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랑을 표현하기 때문입니다.

 

사진_픽사베이
사진_픽사베이

 

경험이 다양한 만큼 사랑의 표현도 다양합니다. 하지만 그 다양한 사랑의 표현형 중 결코 존재하면 안 되는 형태도 있습니다. 바로 폭력과 사랑이 섞인 형태입니다.

사랑과 폭력은 공통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상대방을 구속하는 것이죠. 일반적인 사랑과 우정의 차이는 구속입니다. 한국 문화권 안에서는 연인은 반드시 서로만을 사랑해야 하며, 우선순위를 가지게 되죠.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 상대방을 구속하고, 상대방에게 기꺼이 구속됩니다. 하지만 폭력 역시 상대방의 행동을 제한하고 원치 않는 행동을 강요하는 구속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랑을 기반으로 행하는 폭력을 가스라이팅이라고 한다면, 폭력을 기반으로 하는 사랑은 스토킹이라고 볼 수 있죠.

 

이렇게 사랑과 폭력이 접점이 있기 때문에, 사랑을 하며 겪는 폭력에 대해 인지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머리로는 폭력을 알지 못하지만, 마음으로는 폭력을 인지하기 때문에 우울증과 불면을 겪게 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그래서 정신건강의학과에 오셔서 진료를 받다가, 결국 우울증과 불면의 원인이 사랑 때문임을 발견하게 되죠.

하지만 슬프게도, 현재 겪고 있는 정신적인 고통의 원인이 사랑 때문임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내 아픔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 그리고 그런 사람을 만난 나 자신에 대한 아픔의 무게는 가볍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랑이 끝나야만 우울 같은 정신적 고통은 끝나게 됩니다. 또는 정신적으로 건강해진 뒤, 자신의 사랑이 스스로에게 독이 된다는 것을 알고 사랑을 끝내기도 하죠.

 

가장 안타까운 경우는, 이런 사랑으로 자기 자신이 너무 망가져, 그 이후의 사랑도 비슷한 사람과만 만나게 되는 경우입니다. 자신에게 독이 되는 사랑은 자존감을 낮추고, 낮은 자존감 때문에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부당한 일로 느끼게 되어, 좋은 사람을 만나더라도 스스로 인연을 끊게 만듭니다. 그리고 결국 자신의 낮은 자존감에 적합한 그리 좋지 않은 사람을 다시 만나게 만들죠. 그리고 이렇게 스스로를 설득합니다.

“내 처지에 이 사람이면 되지.”

내 처지가 어떠한들 ‘안전’은 결코 포기하면 안 되는 가치임에도 포기하게 만들고, 다시 아픈 사랑을 하고, 자존감을 낮추며, 또 아픈 사랑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을 선택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게 됩니다.

 

치유받지 못한 아픈 사랑은, 다른 아픈 사랑의 씨앗이 됩니다. 이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것은, 나와는 맞지 않는 자존감을 올려주는 책을 읽는 것이 아닙니다. 내 아픈 사랑을 분석하고, 정리해야만 그 사랑 속의 내 모습이 보이고, 바로 그 모습을 스스로가 용서해야 자존감이 회복됩니다.

사랑은 전부입니다. 그리고 어떤 사랑이 내 전부가 될 것인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스스로를 건강하게 하는 선택을 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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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삼성마음숲 정신건강의학과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국립공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저서 <정신건강의학과는 처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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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도움됩니다. 조언 들으며 자유를 느꼈어요. 실제로 적용해볼게요."
    "늘 따뜻하게 사람을 감싸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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